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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
-서 정 주
"우물가에서 김칫거리를 씻고 있는 그애를
사랑방에서 생솔가지 울타리 사이로 보아하니
어떻게나 찬찬히는 고부라져 씻는지
어떻게나 거듭거듭 깨끗이는 씻는지
그만하면 쓰겠어서 정혼해 버렸다.
그러니 아뭇소리 말고 장가들 작정을 해라"
내 아버지는 내 안 가음을 이렇게 골으셔서,
그것이 맞나 안 만나를 점치기 위해
나는 화투로 페를 한번 떼어 봤더니
공산(空山) 넉 장도 잘 맞아 떨어지고,
홍싸리 넉 장도 또 잘 맞아 떨어졌노라.
공산달은 님이요, 홍싸리는 뚜쟁이니,
이 색시를 얻으라는 卦가 분명했노라.
국화 넉 장 술이니, 단풍 넉 장 근심도
한꺼번에 떨어지긴 떨어졌지만
이거야 어디서나 재기중(在其中)인 것이고.....
하여, 장가드는 날 나귀 등에서 느껴 보자니
과학이니 연애결혼이니 무어니보다도
요것이 아무래도 상급생만 같았노라.
*나의 이 결혼은 1938년 3월 즉 내 나이 스물세 살 때 첫 봄에 있었다.
출처:<미당시전집 2>.-민음사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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