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발정외1 / 문혜진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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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정 / 문혜진


너의 입술에 내 작은 앵초 빛 입술을 포갠다 달싹인다
떨고 있군 후후 애벌레 같은 혀가 들어와 내 입속을 휘젖
는다 애호랑나비 애벌레 끈적한 타액이 입 언저리로 줄줄
흘러넘친다 뺨은 불타고 안구가 위로 쏠린다 파닥이는 하
얀 물고기, 칼, 잘린 손가락이 둥둥 떠다닌다 너의 손가락
이 나의 꽉 다문 입 안에서 끈적하게 움직인다 아득해지는
의식 천연 각성제인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되어 맥박이 빨라
지고 은사시나무 숲, 총, 고라니가 획 지나간다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터지는 망아지의 탄식, 튀어 오르는 송어 떼, 가
랑비 소리, 다리를 타고 아교처럼 흘러내리는 끈적한 즙액
이제 그만 눕고 싶다 조금 더 천천히 달빛에 몸을 맡기고
무아가 될 때까지 사랑도 게임처럼 호모루텐스적 연애, 감
정에 쉽게 빠지면서도 늘 회의적이었던 것은 본래 감정이
휘발성이란 생각, 감각의 비늘을 세우고 몸의 여러 채널
들을 동시에 열어 에로틱한 놀이를 즐기면 되는 걸까 나
방과 나비는 몇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암컷을 느낀다
후각이 퇴화된 인간이여 보라! 보고 상상하라 보는 것이
믿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을 즐겨라 피와 눈물을 동반한
열대성 고기압 사랑 호르몬은 육체를 잠식한다



홍어

내 몸 한가운데 불멸의 아귀
그 곳에 홍어가 산다

극렬한 쾌락의 절정
여체의 정점에 드리운 죽음의 냄새

오랜 세월 미식가들은 탐닉해 왔다
홍어의 삭은 살점에서 피어나는 오묘한 냄새
온 우주를 빨아들일 듯한
여인의 둔덕에
코를 박고 취하고 싶은 날
홍어를 찾는 것은 아닐까

해풍에 단단해진 살덩이
두엄 속에서 곰삭은 홍어의 살점을 씹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젊은 과부의 아찔한 음부 냄새
코는 곤두서고
아랫도리가 아릿하다

중복 더위의 입관식
죽어서야 겨우 허리를 편 노파
아무리 향을 피워도 흐르던
차안此岸의 냄새

씻어도 씻어 내도
돌아서면 밥 냄새처럼 피어오르는 가랑이 냄새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밤
붉어진 눈으로
홍어를 씹는다



문혜진-
1976년 경북 김천 출생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와 한양대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8년  《문학사상 》 등단
시집 『질 나쁜 연애』『검은 표범 여인』등



발칙하고 거침없는 그리고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글이다
때론 소통이 안 되는 행들, 좋은 시로 선정했다기보다
화자의 시집을 읽으며 많이 충격적이었다 예리한 감각
이긴 했으나 모든 독자에게 설득력을 원하긴 무리이지
싶다 고정관념에서 이탈한 글들을 읽으며 취향은 모두
똑같을 수 없을 테지만 개인적으로 어리둥절했다 하면
고리타분한 발상일까? 아무튼 무례하고 폭발적인 글들
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렸으나 신선했다 (최정신)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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