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여름나기/서봉교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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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선돌>

 

 

여름나기/서봉교

 

매미는 벌써 부터 알고 있었는데

숙맥 같은 누구는 이제야 그 소리 듣는가.

여름날 가는 소리가

한여름 다 찌그러져 가는 부엌에서

기름이 없어 밀가루 반죽

물에다 튀긴 철부지 같나니

 

아서라! 세월

그게 무슨 장사인가

한여름 참매미 소리 스무 번 들으면 20년이 날아가고

두 번 들으면 머리에 서리도 내리나니

그래 매미 소리 세지를 마라.

 

거름 더미 속 굼벵이도 꿈이 있어야 하느니

명당자리라고 이여송이처럼 혈을 박을 수는 없나니

그저 물이 흐르는 대로 두면 될 일을

중복을 앞둔 이 한밤 

애써 굼벵이 생각하면 무얼 하누

고양이 쥐 생각보다 못한 짓을

 

철 따라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귀로 감상하는 혜택만 누려도

마빡에 얼음 氷字 쓰지 않아도 

그대는 가는데.

 

출처: 동인시집<물비늘을 읽다> 2009 글나무 출판사발표글 

         제14회 원주문학상 수상작 10편 중에서  

 

 

출처 : 좋은글과 좋은음악이 있는곳
글쓴이 : 만주사변(서봉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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