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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를 심다/서봉교
정월부터 이불 밑에서 촉을틔워
애지중지하던 고추모 정식은
수십 년 해 먹던 논바닥을
하리수 수술하듯 객토로 지목 정정한 살찐 밭이다
아부지 왈
모를 심으면
트렉타비 30만원
농약비 50만원
벼 베는데 30만원
내 품값은 빼고
가을에 벼 서른 몇 가마 수확하구 나면
개뿔도 아녀
일단 고추를 심어봐
한근에 5천원씩 3천근이면 1500만원이야
논바닥에 마사토로 객토한 흙을
포경 수술하고 녹는 실밥 풀듯 만져보는데
고추 모들이 꽂꽂하다
이 땡볕에
서야 할 때를 알고 서는 고추모는
얼마나 대견한 놈들인가
살아있는 것이라면 사람이든 작물이든
중요한 것이 고추여
그 고추를 어린이날 심는데
고추밭 뒷편
다래골의 화산바위가 엽초를 태우다 말고
부르지도 않은 증인을 서고 있다
출처 2011년『영월문학11집』에서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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