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일 온천노천탕과 보문사 앞바다 즐기는 석모도 여행
지난 1월20일 문 연 인천 강화군 석모도 바닷가 ‘석모도 미네랄온천’의 노천탕. 15개의 노천욕조가 있다. |
석모도, 인천 강화도에 딸린 11개의 유인도 가운데 하나다. 교동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 수도권의 인기 여행 코스다. 배에 차를 싣고 들어가 당일치기로 섬 전체를 둘러보고 나올 수도 있다. 연 300만명에 이르는 강화군 관광객의 절반 가까이가 석모도를 경유한다. 갑판 위에서 몰려드는 갈매기떼에게 과자를 던져주며 사진을 찍고, 석모도의 민머루해변을 거닐다가 보문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올해부터는 이런 석모도 여행 방식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석모도에 온천 개발이 잇따르고 있어, 수도권의 온천 명소로도 떠오를 전망이다. 6~7월엔 강화도 내가면 황청리와 석모도 석모1리 사이 바다를 잇는 1.5㎞ 길이의 삼산연륙교가 개통된다. 다리가 놓이면 정기선 운영이 중단된다. 바다를 가르며 질주하는 여객선의 나른한 울렁임도, 허공을 가르며 새우깡을 낚아채는 갈매기들의 절묘한 비행술도 기억 속에 묻힐 것이다. 한겨울에 더 뜨거워지고 있는 석모도의 겨울 풍경을 만나고 왔다. 온천물에 몸 담그며 설 연휴에 쌓인 피로도 풀 수 있는 여정이다.
석모도행 배가 뜨는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 |
석모도 미네랄온천 노천탕에선 바다경치를 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
인천에서 즐기는 온천노천탕
“어이구 좋다, 좋아. 석모도에 이런 데가 다 있었네.”
지난 1월27일 오후, 보문사 들머리 부근 바닷가 ‘석모도 미네랄온천’의 노천탕. 나무욕조에 몸을 담근 50대 남성이 “좋다, 좋아”를 연발했다. 탁 트인 바닷가 옆에 자리한 널찍한 야외공간에 15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노천탕 욕조들이 깔렸다. 뜨거운 김 오르는 욕조마다 수영복·반바지 차림의 남녀노소가 들어앉아 바다 경치를 감상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젊은 연인과 노부모·자녀를 동반한 삼대 여행객이 대부분이다.
배에서 갈매기에 과자 주는 추억도
연륙교 개통으로 올여름이면 끝
바닷물 온천욕으로 피로 풀고
보문사 해넘이 보면 ‘완벽한 하루’
미네랄온천은 강화군청이 지난 1월20일 개장한, 강화도 유일의 대중온천이자 인천 유일의 온천수 노천탕 시설이다. 460m 지하에서 뽑아 올린 섭씨 51도의 천연 온천수를 식혀서 쓴다. 실내탕에서 샤워기로 물맛을 보니 짠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지하암반 틈에 고여 있던 뜨거운 바닷물이다. 칼슘·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혈액순환, 근육통,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수질 보호를 위해 비누·샴푸 등은 사용할 수 없다. 소금 성분 때문에 거품이 나지 않을뿐더러, 입욕 뒤 그대로 몸을 말리는 게 피부에도 좋다고 한다.
미네랄온천 노천탕. |
최종국 미네랄온천 운영팀장은 “소독이나 정화, 첨가 없이 매일 온천 원수를 그대로 공급한다”며 “지금까지 석모도 하면 보문사·민머루해변을 떠올렸지만, 앞으로는 온천이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식당·매점은 들이지 않았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는 취지를 생각하면 수긍이 됐다. 하지만 야외 노천탕에 사우나 등 몸을 녹일 곳이 없는 게 아쉬웠다. 실내욕탕과 노천탕, 정문 앞의 무료 노천탕(겨울엔 휴장) 시설이 전부다. 수용인원 200명이라는 널찍한 노천탕 규모에 비해 실내욕탕이 작아, 인파가 몰리면 불편할 수 있다. 입장료 9000원. 노천탕 이용 땐 수영복이나 반바지 등을 입어야 한다. 반바지와 반팔 옷은 모두 2천원에 빌려 입을 수 있다.
석모도 미네랄온천 노천탕. |
무료로 즐기는 족욕
온천을 간편하게 체험하고 싶다면, 이웃한 민머루해변 들머리 한옥온천마을의 ‘족욕체험장’으로 가면 된다. 한 리조트 업체가 온천마을 분양 예정지에서 운영하는 무료 족욕체험장이다. 석모도가 온천의 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또 다른 현장이다. 이곳엔 지하 700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를 이용한 족욕 체험시설이 2곳 마련돼 있어, 누구나 발을 담글 수 있다. 처음엔 발 담그기 힘들 정도로 뜨겁게 느껴지지만, 적응이 되면서 금세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붕시설이 돼 있어 눈·비가 와도 족욕을 할 수 있다. 발수건을 2000원에 팔지만 각자 준비해 가도 된다.
리조트업체 건물 외부에 노천탕 시설이 딸려 있는데, 리조트 분양 상담을 하는 이들에게만 이용을 허용한다. 사각 욕조의 아담한 노천탕이다.
석모도 매음리에 한 리조트업체가 조성한 무료 온천수 족욕체험장. |
해넘이 멋진 마애불 앞 바다
석모도 지명은 ‘돌모루’(바위로 둘러싸인 산모퉁이 또는 바위가 많은 해안모퉁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동여지도에는 ‘석모로도’라고 표기돼 있다.
신라 때 창건됐다는 절 보문사는 대표적인 명소다. 낙가산 자락 주차장에 차를 대고, 즐비한 밴댕이회·산채정식 식당과 일주문을 지나 5분만 걸어오르면 절 마당에 이른다. 강원 양양 낙산사, 경남 남해 보리암과 함께 ‘3대 해상 관음기도도량’(3대 관음사찰)으로 불린다. 선덕여왕 때 회정선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절을 창건했고, 진덕여왕 때 한 어부가 불상과 나한상 22구를 그물로 건져올려 이곳 석굴에 봉안했다고 한다.
(왼쪽)보문사 마애관음좌상 (오른쪽)보문사 향나무 앞에 놓인 대형 맷돌 |
보문사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극락보전과 봉향각 사이로 10분쯤 계단을 오르면 닿는 ‘보문사 마애관음좌상’과 그 앞에서 바라보는 바다 경치다. 마애관음좌상은 1928년 선주·화응 두 스님이 비스듬한 바위자락에 돋을새김으로 조성한 대형 마애불이다. ‘눈썹바위’라 부르는 거대한 바위가 지붕처럼 튀어나와 눈비를 가려주는데, 그 밑에 높이 9.2m, 너비 3.3m의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마애불이 바라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석모도 서쪽, 주문도·아차도·볼음도 등이 정겹게 펼쳐진다. 발밑의 절 경내 모습에서부터 갯벌 해안, 바다 위의 섬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만난 관광안내소 직원은 “마애불 앞에서 바라보는 해넘이가 멋지다”고 했다.
창건 때부터 있던 석굴을 여러 차례 확장했다는 널찍한 석굴법당(보문사 석실)과 그 앞의 오래된 향나무, 향나무 앞에 놓인 닳고 닳은 맷돌도 들여다볼 만하다. 맷돌은 여느 것의 2~3배에 이르는 대형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경내 어디를 가나 놓인 ‘돈통’이 마음에 걸렸다. 곳곳에 놓인 불전함 말고도 하루 기도부터 1년 기도까지, 개인 기도부터 가족 기도·단체 기도까지 다양한 명목과 가격을 붙여 파는 ‘기도’와 기왓장, 연등을 내건 ‘가게’도 많았다.
석모도 바닷가 길을 걷고 있는 여행자들. |
석모도 하리 도로변에 있는 조선시대 선정비·불망비. |
민머루해변과 상봉산 자락 석모도자연휴양림·수목원(겨울엔 유리온실 식물원)도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섬 구석구석 포장도로가 나 있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곳곳에 전망 좋은 카페도 많다. 석모리 동촌마을과 하리의 도로변에는 조선시대 관리를 기려 세웠던 불망비·선정비가 3~4기씩 남아 있다. 동촌마을의 불망비 3기는 쓰러진 채 방치돼 있다.
석모도 여행정보
배편 :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모도(삼산면) 석포리 선착장까지 차량 40여대를 실을 수 있는 배가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아침 7시~저녁 7시30분. 뱃삯 1인 왕복 2000원, 차량은 중소형 승용차 기준 왕복 1만6000원(탑승자 불포함). 배에 탈 때 왕복승선권을 거두므로, 섬에서 나올 때는 그냥 타면 된다.
먹을 곳 : 민머루해변 일대와 외포리 선착장 주변에 꽃게찜·간장게장·밴댕이회 등 해산물 식당이 즐비하다. 보문사 들머리엔 산채비빔밥 등을 내는 곳이 많다. 강화도 명물인 밴댕이회무침은 대부분의 식당에서 낸다. 밴댕이는 5~6월을 제철로 치지만, 급랭해둔 것을 이용해 사철 요리한다.
묵을 곳 : 석모도 도로변이나 산자락 경관 좋은 곳에 펜션이 많다. 보통 1박에 10만~20만원대. 모텔은 3곳이 있다. 5만원 선.
여행문의 :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032)930-3123, 외포리 선착장 관광안내소 (032)934-5565, 석모도 삼산면사무소 (032)930-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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