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 겨울 못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린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리나 꿩 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먹이를 골고루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이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메모 :
반응형
LIST
'산·사진·영화 PHOTO > 산 Mounta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꼭 알고 있어야 할 등산지식 (0) | 2010.01.27 |
---|---|
[스크랩] 등산을 자주 하면 (0) | 2010.01.27 |
[스크랩] (37)경주 남산 (0) | 2010.01.13 |
[스크랩] (41)부산 해운대 장산 (0) | 2010.01.13 |
[스크랩] 굽이쳐있는 고개마다 절경을 이룬 한계령.. (0) | 2010.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