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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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 겨울 못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린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리나 꿩 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먹이를 골고루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이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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