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점자도서관인 한국점자도서관이 오는 10일 개관 40주년을 맞는다
4일 오후, 서울 암사동 한국점자도서관에서 만난 육근해(48) 관장은 직원 6명과 함께 손수 점자인쇄기를
돌리고 있었다.
오돌토돌한 동판과 흰 종이를 압축기에 밀어 넣어 수작업으로 책과 잡지를 찍어내는 기계다.
지하 1층 관장실(33㎡?10평)은 전체의 3분의 2를 점자 동판이 차지하고 있었다. 육 관장은 "40년 동안 만든
책이 늘면서 앉을 자리가 계속 줄고 있다"고 했다.
이 도서관을 세운 사람은 육 관장의 부친 고(故) 육병일(陸炳一?1929~97)씨다. 부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3살 때 홍역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40세 되던 해 사재를 털어 종로5가에 12㎡(4평)짜리 도서관을 열었다.
직원 둘 여력이 없어 부인 장순이(74)씨와 5남매가 도서관 일을 거들었다.
육 관장은 10대 때부터 도서관 일을 거들다가, 92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도서관 일을 맡게 됐다.
97년 부친이 별세한 뒤 어머니가 관장을 맡고, 육 관장이 거들었다.
육 관장은 2001년 정부 지원금이 줄어 자택을 담보로 도서관 운영자금을 대출받았다가 제때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됐다.
육 관장은 어머니를 붙잡고 울었다.
"엄마, 이제 우리 문 닫자. 개인이 왜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해?"
점자책 70여권으로 시작했는데 이제 726㎡(220평)에 6만6000여권을 보유한 공간이 됐다.
올해 이용자만 13만명이 넘는다.
1년 예산 5억원 중 1억5000만원은 정부 지원금으로, 나머지는 개인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육 관장은 "아직 우리나라엔 국립점자도서관이 없다"며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점자도서관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국립도서관이 생기면 대를 이어 지켜 온 도서관을 기부하겠다는 게 육 관장의 생각이다.
10일 열릴 기념식에서 육 관장은 39주년 때와 똑같은 기념사를 하려 한다.
"올해도 무사히 넘겼습니다." (0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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