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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얼음 밑 별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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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신비의 수중세계 짜릿한 ‘아이스 다이빙’
40㎏ 장비 차고 ‘풍덩’… 쏘가리-꺽지 바위틈서 잠자고 빙어는 황홀한 군무로 날 반기는듯
강원 철원의 추위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외부 기온을 알려주는 차량 장착 온도계는 영상의 서울을 떠나 경기 포천을 지날 때까지 영하 2도였으나 한탄강 근홍교를 넘으며 영하 7도까지 곤두박질쳤다.
겨울 끝자락의 이른 아침, 한탄강을 찾은 것은 올 시즌 마지막이 될 아이스 다이빙을 위해서였다. 아이스 다이빙은 얼음 아래의 신비한 수중 세계를 엿보는 동계 스쿠버 다이빙이다.
첫 단계는 얼음 뚫기.
수박이 잘 익었는지 확인할 때처럼 얼음에 한 변의 길이가 2m쯤 되는 삼각형을 그린 뒤 선을 따라 체인 톱으로 절단했다. 얼음 두께는 50cm에 이르렀다.
잘려진 얼음덩이에 빙벽 등반용 아이스 스크루를 박은 뒤 로프를 연결해 6명의 다이버들이 끌어내자 얼음 밑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열렸다.
“안 돼요, 안 돼. 밸브는 물속에 들어가서 열어야 해.”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기 전, 작동 확인을 위해 버릇처럼 공기통의 밸브를 열려는 필자를 CMAS코리아 정창호 대표가 황급히 만류했다. 안쪽에 습기가 남아있을 경우 밸브를 열면 얼음이 생성돼 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제야 내가 일반 다이빙이 아닌 아이스 다이빙을 하러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다이빙을 수십 차례 해봤으나 아이스 다이빙은 난생처음이라는 사실도….
아이스 다이빙은 준비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렸다.
목과 손목 부분이 기밀 처리된 드라이 슈트는 일반 다이빙용 웻 슈트보다 두껍고 부피도 크다. 잠수복의 부력을 상쇄시키기 위해 허리에 착용하는 납덩어리도 크고 무거웠다.
부력 조절기에 오리발까지, 40kg 가까운 장비를 모두 착용하자 혼자서는 몸을 뒤치기도 어려운 지경. 추가로 발목에 밴드형 모래주머니를 차고 안전로프를 연결한 뒤에야 마침내 입수할 수 있었다.
유일한 맨살인 얼굴에 닿는 물의 차가움은 예리했다. 부력 조절기의 공기를 빼 몸을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혔다.
수심은 불과 6m. 그러나 찬물은 밀도가 높아 압력 조절을 두 번이나 해야 했다.
몸을 돌려 위를 보고 누운 자세로 바꾸자 삼각형 구멍으로 햇살이 몽환적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내 호흡기가 뿜어낸 공기 방울들이 얼음 밑에 갇혀 현미경으로 본 아메바처럼 부정형으로 움직이며 극도로 비현실적 풍경을 만들어냈다.
얼음 위에서 움직이는 동료 다이버들의 흐릿한 모습…. 반투명한 얼음장을 통해 보이는 사람들은 마치 피안의 세계를 산책하고 있는 듯했다.
바위틈의 쏘가리, 꺽지는 아직도 동면 중이었다. 그러나 붕어와 개구리는 슬로모션이긴 하지만 움직이고 있었다.
다이빙의 피날레는 빙어들이 장식해줬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천 마리의 빙어 떼가 주위를 맴돌며 군무를 펼쳤다.
들어왔던 삼각형 얼음 구멍을 통해 다시 현실 세계로 나왔지만 한동안 얼음 밑 세계의 여운으로 인해 얼음 위에 멍하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장자(莊子)가 호접몽(胡蝶夢)을 꾼 듯, 몽롱함 속에서 내가 들고 난 얼음 구멍을 바라보았다.
확실한 사실 하나는 한탄강 두꺼운 얼음장 밑에도 기어이 봄은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철원=송철웅 통신원 익스트림스포츠 칼럼니스트
blog.naver.com/timbersmith
▼안전로프가 생명줄… 얼음 아래엔 부유물질 적어 시계 ‘쾌청’▼
:아이스다이빙은:
공기를 다 소비하면 수면 위 어디든지 나올 수 있는 일반 다이빙과는 달리 아이스 다이빙은 작은 얼음구멍을 통해 들어가고 나와야 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 다이버는 텐더(바깥에 있는 안전 보조자)와 연결된 안전 로프를 매고 입수하며 텐더와 다이버는 로프를 통해 사전에 약속된 사인을 주고받는다. 얼음 밑 수중엔 플랑크톤 등 부유 물질이 거의 없어 물속 멀리까지 또렷이 보인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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