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자랑을 하는 사람과는 등산을 함께 하면 안 된다. 건강해지기는 커녕 외려 건강을 망친다.
특히 무릎이 손상 받기 쉬운데, “한창땐 날아 다녔다”고 말하는 베테랑 등산인들 중 상당수가 무릎 통증으로 고생한다.
무릎의 손상은 대부분 잘못된 ‘하산법(下山法)’에서 비롯된다.
내려 올 땐 온 몸의 체중이 무릎에 실리기 쉬우므로 무릎이 다치기 쉽다. 비만인 사람은 특히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려와야 등산의 건강효과를 100% 만끽하면서 무릎도 보호할 수 있을까?
첫째, ‘유인원(類人猿) 보행법’을 사용해서 가급적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흔히 산에 오를 땐 힘들고 숨이 차서 천천히 오르고, 하산 시엔 뛰다시피 내려오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은 대개 무릎을 편 상태로 발을 아래쪽으로 내딛기 때문에 무릎에 더 큰 충격이 전해진다.
유인원 보행법은 마치 원숭이가 걷듯 무릎을 살짝 굽히고 등도 약간 앞으로 숙여서 걷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에 힘이 더 많이 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그 만큼 무릎에 가는 충격은 덜어진다.
초보자는 작은 산을 이와 같은 요령으로 몇 번 오르내리며 허벅지 힘을 키운 다음 높은 산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
둘째, 지팡이를 가급적 두 개 사용하는 보행법을 익힌다.
흔히 ‘삼단 폴’이라 부르는 지팡이는 낚싯대처럼 필요할 때만 길게 뽑아 쓸 수 있게 만든 것으로 처음에는 다소
거추장스럽지만 일단 몸에 익히면 마치 다리가 하나 또는 둘 더 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하산 시 무릎 손상을 방지할 뿐 아니라 오를 때도 다리에 힘이 훨씬 덜 들어간다.
삼단 폴은 하나를 사용하는 것보다 두 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좋다.
하나를 쓸 때의 효과와 두 개를 쓸 때의 효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손잡이가 기역(ㄱ)자로 휜 것은 불편하며, 일자형보다는 약간 고개를 숙인 듯한 것이 더 좋다.
폴을 내리 디딜 때 손목을 덜 꺾어도 되기 때문이다.
폴 손잡이를 넓적 끈을 밑에서 위로 낀 다음 끈과 더불어 손잡이를 잡는 것이 좋다.〈작은 사진〉
이렇게 잡아야 오래 폴을 이용해도 손아귀 힘이 빠지지 않는다.
삼단 폴 길이는 등행 시와 하산 시 달리 한다.
등행(登行) 시는 평지에서 손잡이를 잡고 섰을 때 손이 팔꿈치보다 약간 아래로 처진 듯한 길이로,
하산 시는 약간 들린 듯한 길이로 조절한다.
한편 완만한 경사면 하산 때는 걸을 때 팔이 자연스레 교차되는 순서 그대로 폴을 내딛는다.
급한 경사면에서는 아래쪽에 두 개를 동시에 내려디딘 다음 발을 하나씩 천천히 내리는 방식으로 천천히 내려간다.
무릎 통증이 있으면 그 다리를 먼저 내린다. 폴을 내딛는 지점은 폴의 끝이 조금 들어가는 단단한 흙이 좋다.
바위 면을 디딜 때 아래쪽으로 경사진 곳은 절대 디디면 안 된다.
셋째, 바위와 밀착력이 좋은 등산화를 장만한다.
서울 근교의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불암산, 수락산 등은 바위가 많은 산으로 미끄러져 실족하는 일이 잦다.
이런 산에서는 창의 밀착력이 좋아야 하는데, 일반 운동화의 창은 바위에서 매우 미끄럽고, 비싼 외제 등산화라 해서
밀착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환경보호 문제로 창에 일정 강도 이상을 주도록 한 규정을 지키느라 밀착력은 형편 없는 유명 브랜드 제품도 있다.
등산 장비점에 가서 ‘꾼’들이 사용하는 밀착력 높은 등산화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좋다.
운동화 같이 목이 짧은 등산화보다는 긴 것이라야 발목 힘도 덜 들고 접질릴 위험도 줄어든다.
또한 하산 시 발이 앞으로 쏠리며 발톱이 닿아 아프게 되는 일도 없게 된다.
넷째, 바위 위에 모래가 살짝 덮인 곳을 피해야 한다.
실족위험이 가장 높아, 멋 모르고 내디디면 그대로 뒤로 나뒹굴게 된다.
흙이 묻은 바위면도 조심해야 한다. 때문에 흙 길을 걷다가 바위 지대에 다다르면 신발 창의 흙을 탁탁 털어내야 한다.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빗물만 젖어있는 바위는 흙이나 모래가 묻은 곳보다 훨씬 덜 미끄러진다.(050921)
임호준 기자 imhojun@chosun.com
안중국·월간산 기자 tksdk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