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의 나만의 세상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풍경은 대부분 남성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보이는 면이 그렇다. 전화를 걸고, 선물 공세를 벌이며, 한쪽 무릎을 꿇어 프러포즈하는 것은 남자의 몫이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된 사랑이 절정을 지나 암초를 만나고 좌초하게 되는 것에도 남자의 역할이 크다.
바람기에 의해, 혹은 연인으로서 성실치 못했던 남자의 무책임함에 기인한 경우가 그렇다.
그러니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가만히 있는 여자를 꼬드겨 사랑을 시작해 놓고, 먼저 사랑의 맹세를 어겼으니, 모든 책임은 남자에게 있다.'

검증된(!) 사랑의 잠언도 즐겨 인용된다.
'여자의 이별 이유는 상대 남자 때문이고, 남자의 이별 원인은 다른 여자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남자는 여자와 이별하고서도 그녀를 그리워하는 경우가 많고, 여자의 경우 그 반대라고 한다.
이것은 남녀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남성은 한 여성을 사귀면서도 다른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여전히 열어 놓지만, 여성은 연애를 시작하면 남성보다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올인 한다.
결국 남자는 사랑에 충실치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미안해하고, 여자는 모든 것을 주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맞은 사람은 두 발 뻗고 자고, 때린 사람은 밤이 무섭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 해서 남자를 위한 변명을 시작해보자.
남녀의 연애가 끝나는 이유가 남자의 바람기에만 있는 것이 아닐 텐데, 왜 언제나 여자는 피해자로, 남자는 가해자로 분류되는 걸까?

대부분의 남자는 사랑의 실패에 대해 그 원인과 이유를 조목조목 이야기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신사이기 때문이 아니다. 남자들은 다른 이의 연애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의 독백에 호응해주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 어렵다.
여자가 먼저 이별을 통보했다고 해도, 그 상황을 구구절절 늘어놓아 봐야 '여자에게 차인 못난 놈'이라는 딱지나 얻기 쉽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는 다르다. 누군가의 상처는 모두에게 공개되고, 위로를 위한 동료가 모여든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여자는 기억의 조작이나 선별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만을 열거한다.

결론은 가련한 여자와 파렴치한 남자로 마무리되며 이는 일종의 통념으로 자리 잡는다.

굳이 이런 설명을 들려주는 것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연애 경험이 있는 남자는 이해하겠지만, 남자의 상처는 상대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연애가 실패하는 데는 남자의 책임이 더 크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너로 인해 아프다'고 목 놓아 울어봐야 '나 역시 아프다'는 여자의 한마디가 돌아오는 순간, 남자의 상처는 논의의 대상에

오르지 못한다.
극단적인 경우 남자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무생물적 인간으로 취급된다.
여자의 상처에 대한 배려의 절반도 남자의 상처에는 보이지 않는다.
몇몇 남자들이 고백해온다.

"나 역시 예민한 감정과 쉽게 상처받는 여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여자친구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피해자의 입장에만 머물렀던 여자들이 남자들에 대한 이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알아주길 바란다. '변했다'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라는 힐난을 기꺼이 감수하는 남자들에게도

당신으로 인한 상처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당신보다 더 많이 아파한다는 것을. (100722) 김태훈-러브 토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