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훈/스크랩] 제갈성렬 스피드스케이팅 경기 샤우팅 해설에 대한 변명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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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훈] 제갈성렬 샤우팅 해설에 대한 변명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기쁜 소식이 계속 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SBS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제갈성렬 해설위원의 샤우팅에 대한 불만도 제법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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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제갈성렬을 입력하면 샤우팅이 연관검색어로 뜨는 상황. 네이트 검색화면]                   


방송이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제갈성렬 위원의 샤우팅은 어떤 분들에게는 아주 불쾌한 기억이 되고 있는 가 봅니다.

저는 종목은 다르지만 UFC라는 격투기의 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제갈성렬 위원의 샤우팅에 대해서 많은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해설자의 입장에서 쓴 글은 나오지 않는 것 같아 타종목 동일업종 종사자의 입장에서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머리보다 몸이 기억하는 선수생활의 기억

제갈성렬위원도 해설을 하기 전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갖고 많은 자료를 준비하고 방송 멘트등에 대한 자료를 준비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걸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해 안타까운 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됐을까요? 그는 엘리트 운동선수로서 척박한 국내 스피드 스케이팅 분야에서 인정받는 선수였습니다. 국가대표는 물론이요 올림픽에도 출전을 했었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팅 같은 비인기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선수 개인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서 이루어냈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린 어느 새 그런 것을 ‘당연한 기적’이라 치부합니다만 그가 흘렸을 선수 그리고 지도자 시절의 고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의 백만 배 이상일 겁니다. 저 정도 수준의 엘리트 운동선수라면 경기종목에 맞게 신체에 변형이 왔을 겁니다. 좋게 말하면 소형진화요 나쁘게 말하면 몸이 망가진 것이지요. 발레리나 강수진씨의 발처럼 말입니다. 그가 해설하는 순간을 다시 돌아볼까요. 정확한 해설을 위해서 시청자들을 위해 숨을 가다듬으며 준비를 했겠지요. 드디어 출발신호와 함께 우리 선수가 뛰쳐나가고 전력질주를 하며 코너링을 시작합니다. 스케이트날이 얼음을 가르면서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쉬쉬쉭.

코너를 돌면서 몸이 기울어집니다. 오른발과 왼발이 교차하면서 구동력을 만들고 구심력과 원심력의 면도날같은 교집합을 찾아서 최적의 궤도를 그리며 코너를 탈출합니다. 해설석에 앉아있지만 경기장의 온도, 관중들의 함성 스케이트 날의 소리가 공감각으로 퍼져 올리며 그의 기억을 자극합니다. 그때의 느낌을 머리도 기억하지만 몸도 기억할 겁니다.

대뇌피질이 아니라 근육과 뼈와 유전자에 조각칼로 새겨진 그 고통의 기억들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땁니다.

그의 가슴이 비등점을 향해 끓어오르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기억하십니까? 한국이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지난 1996년 하얼빈 대회 제갈성렬 선수가 처음이었습니다.

흥분을 유도하는 현장분위기

격투기 이야기를 잠시 다시 해보지요.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리는 K-1 대회에 출전하는 신인들은 선수와 싸우기 이전에 경기장과 싸워야 합니다. 경기장 내에 설치된 입장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기압의 차이를 느낍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귀에서 펑 소리가 나면서 5만명이 쏟아내는 열기 속으로 백여 미터의 입장로를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신인들은 이것에 압도되어 경기 중에 써야 할 아드레날린을 모두 써버리고 졸전을 치르기도 합니다. 제갈성렬 위원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국제대회에서 실전은 물론 지도자로 참가했던 그이지만 해설석에서 모든 경기를 조망하며 앉아있는 것은 처음일겁니다. 원래 게임은 하는 이 보다 보는 이가 더 흥분하는 것이니까요. 이어폰에서는 담당피디의 주문이 계속 흘러 들어올 것이고 관중들은 열광하고 캐스터는 같이 소리를 지릅니다.

샤우팅 샤우팅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부족한 방송준비시간

다소 실망러운 SBS의 이번 중계를 보면 아마 제갈성렬위원에게 충분한 연습의 시간을 주지 못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설자는 화면으로 보여지는 그림에 대해서 시청자가 가질 수 있는 의문에 대해서 미리 답을 해 주고 경기를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스피드 스케이팅은 경기 시간 자체가 너무 짧고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한 가이드가 외국에도 없습니다. 캐스터가 진행을 하고 해설자가 몇 마디 던지는 것이 전부지요. 즉, 여기선 이렇게 해야 한다 라는 그가 공부할 교본이 없다는 것도 됩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의 해설자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만 10년 이상의 해설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년에 100 경기라고만 하더라도 무려 1,000 대회중계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반면 4년에 한 번 있는 대회를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준비 그리고 해설위원 데뷔전인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노력부족을 탓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는 지적입니다.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외국에서는 사실 인기종목이거든요’라며 울먹이던 제갈성렬 위원

(사진 : SBS 생생플레이어 캡춰화면)

플레이어와 해설자는 완전 별개의 일

선수가 갖고 있는 경험, 지도자가 갖고 있는 지식을 가지고 해설에서 그대로 녹여내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카메라를 앞에 두고 말을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직업의 일입니다. 자동차 레이싱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자동차 연구원으로 일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물론 실제 레이서의 경험이 좋은 밑바탕이 되겠습니다만 전략적인 두뇌움직임과 운동신경을 필요로 하는 레이서와 창의력과 과학적 능력이 바탕이 되는 연구원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여유를 가져주시길

제갈성렬위원의 샤우팅에 대해서 현장감이 있다고 좋아하시는 분이나 시끄럽다고 묵음으로 하신다는 분이나 한국선수의 좋은 성적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으실 겁니다. 뒤 짚어 말하면 그가 샤우팅을 한다는 것은 우리 선수가 금메달 아니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후회 없는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이죠. 샤우팅이 거슬리는 분이라도 그의 괴성이 들리면 ‘아! 누가 일냈구나!’ 라면서 기뻐해 주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아마 중계팀에서도 너무 과도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침을 내리고 선수출신이 갖고 있는 전문적인 부분에 대한 보강을 부탁했을 겁니다.

인디언 속담에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해선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3일을 걸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의 준비부족과 흥분에 대한 질책 보다는 그 진정성에 조금 더 점수를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비인기 종목에 설움
사실 저도 UFC에서 해설을 하면서 개인적 친분이 있는 김동현, 데니스 강 선수가 경기를 할 때는 온 몸의 모공이 열리면서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주먹과 주먹이 엉키고 서로의 목을 조르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타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경기 전까지 한국에 있을 때 같이 밥도 먹었고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 지도 잘 압니다. 그리고 그 고통의 결과물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도 말이죠. 게다가 저도 링 스포츠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선수가 맨 바닥으로 링 위에 올라섰을 때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피와 땀이 뭍은 링 바닥의 미끌함과 헤모글로빈과 아드레날린이 풍부하게 함유된 경기장 내 산소의 느낌을 알지요. 이건 아바타 4D가 아니라 32D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만큼은 제가 격투기에 대해서 갖고 있는 스키마가 너무나 야속하기만 합니다.


[저의 프로레슬링 경기장면. 관중석을 보시면 어린이와 노인 그리고 빈자리가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서글픈 사진입니다.]

끝으로 이번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정말 아팠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격투기,프로레슬링의 분야에서는 언제나처럼 따라붙은 수식어를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입에서도 듣게 되니까요. 부디 지금의 이 열기를 조금이나마 지금 이후라도 선수들과 경기에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관중이 100명도 오지 않는 국내대회에서 시합을 하며 올림픽에 대한 꿈을 꾼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지요.

하지만 꿈은 그 목표가 진정성을 가질 때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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