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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 사랑공장
이수인
양수리 강기슭은 뜨겁다
물 두 줄기가 만나서 정사를 나누는 것 말고도
휘늘어진 수양버들의 간드러진 허리춤 말고도
사백 년 된 느티나무 벗겨진 알몸 말고도
너무나 많은 공장들이 들어차 있어서
한 바퀴를 돌다보면, 그 공장에서 내뿜는 열기
후끈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하늘 찌를 듯 우뚝 솟은 화려한 일회용 사랑공장들
도대체 생산품목이 무엇이기에
저리도 이력서나 신원조차도 기록하지 않고
눈 마주침 한 번 없는 면접으로 절대통과인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사랑은 은폐하고
사랑공장에 함께 입사하는 남자와 여자들
입사와 퇴직이 똑같은 날짜인 그들
그러나 두 번 다시 같은 공장에 입사를 하지 않는다
가장 인기 높은 공장은, 풍광 좋은
오직 하늘과 강물만 알아야 하는
강 둑 가장자리에 위치한 은밀한 공장이다
그런데, 양수리 강의 정사는 얼마나 지순한가
수천 년이 흘러갔어도
오직 남한강과 북한강의 만남뿐이다
우리시 2007.5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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