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영화 왓치맨에 대한 사족 - 보실분과 보신분께만 드리는 감상 포인트.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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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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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왓치맨은 평이 극과 극으로 내달릴 수 밖에 없는 영화임은 자명합니다.
 
먼저 미국의 슈퍼 히어로들을 영화로만 접했던 분들에게 왓치맨의 히어로들은 '평범'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은 정통 미스테리물의 그것처럼 얽히고 설켜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보아야 할 것인가?' 에 쏠립니다.
마지막에 모든것이 싹 밝혀지기는 하지만, 일단 주요 인물들이 너무 많고 비중도 비슷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중심을 따라가려면 누구에게 초점을 맞춰야 전반적으로 이해가 가능한지 잘 모릅니다.
(코미디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는 로어셰크를 중심으로 보시면, 한편의 미스테리 스릴러이겠지만 딱 그에게 감정 이입이 될만한 타이밍에 머리가 살짝 벗겨졌지만 나름 미소가 매력적인 대니얼 아찌가 등장하셔서 로리와 애매모호한 로맨스물로 바꿔 놓죠.ㅋㅋ그리고, 로맨스물이다 싶을땐 파란 알몸이 떡 나타나서 시야를 흐리기도 하구요..ㅋㅋ)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같은 영화들은 주인공이 딱 한명이었죠.
심지어 떼거지로 몰려나오는 X-맨 도 이야기의 흐름은 항상 '울버린' 에게 쏠려 있었고, 당연하게도 이야기의 플롯도 참으로 간단했답니다. 하지만, 왓치맨은 좀 다릅니다.
 
시작하면서 창문밖으로 멋지게 떨어지는 코미디언부터, 내내 벌거벗고 나오는 닥터 맨해튼 까지 자기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줄줄줄 썰을 풀어놓죠.
알고보면 왓치맨의 히어로들은 특수한 능력이 한개도 없습니다. 반면, 닥터 맨해튼은 '지존' 이죠. 삼라만상을 모두 이해하고 그 원리까지 깨달은 신이나 다름없는 초인입니다. 그를 제외한 다른 히어로들은 그냥,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스스로 복면을 쓰고 코스츔을 챙겨 입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파이더맨이 방사능 거미에 물리고, 슈퍼맨은 외계인이며, X-맨은 돌연변이라서 원치않은 힘을 지니고, 슈퍼 히어로로 살아야 하는 반면, 왓치맨의 히어로들은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처럼 어떠한 계기를 통해 가면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각자가 '나는 왜 가면을 썼는가?'  에 대한 썰을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왓치맨은 마치 드라마 '에덴의 동쪽' 처럼 복잡하게 모든 장르들이 혼재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멜로물이자 미스테리물이고, SF이자 현대물이죠. 슈퍼 히어로물이자 팩션이고, 출생의 비밀까지 얽혀있는 가족 드라마입니다. 은유이자 직유이고, 판타지이자 리얼리즘입니다.
 
각 등장인물들이 썰을 풀때마다 그 점을 생각하시고 보면 영화에 몰입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그들이 '왜 가면을 썼는가?' 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들은 모두가 대단히 파격적이고 위협적인 비유와 은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뼛속까지 폭력에 물든 마조히스트 같은 코미디언,
폭력에 대한 증오와 자기 혐오가 더 악랄한 폭력으로 드러나는 로어셰크,
순수한 정의감으로 나이트 아울의 코스츔을 물려받은 댄,
부모님의 압박때문에 실크 스펙터의 코스츔을 어쩔수 없이 입어야 했던 로리,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인간으로서 알렉산더와 같은 대제국을 꿈꿨던 바이트.
뜻밖의 사고로 전능자와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일본에 떨어졌던 원자폭탄과 같은 존재가 된 닥터 맨해튼.
 
이들이 살아온 과거와 살고 있는 현실, 그리고 이들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성에 집중한다면 보다 많은 즐거움을 얻으실 수 있을겁니다.   
 
로어셰크를 통해 미국의 일부 의식있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투영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타협하지 않고 올곧게 진실만을 따르는 그들은 실제로 미국 정부와 많은 기업들의 협박을 받으면서도 미국의 치부를 드러내려 애쓰는 많은 올바른 지식인들의 모습입니다.
대니얼은 미국의 보통의 지식인들의 모습입니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구성원들에 대한 동정심고 있지만, 규칙에 순응하고, 강한자들의 논리에 굴복하고 마는 모습이죠. 그는 정의를 대변하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회를 한탄합니다.
 
그런 식으로 한명 한명 대응해 보시면, 각 캐릭터들을 통해 원작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를 알아채실 것입니다.
물론 제가 언급한 로어셰크와 대니얼의 저의 관점에서 본 것이구요, 관객 각자가 다르게 해석도 사능할 것입니다.
(결코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타협하지 않는 로어셰크이지만, 결국 폭력에 더 큰 폭력으로 대항하는 그의 행동과 사고방식에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또한 미국 역사에 대한 여러 가상적인 소재들도 꽤 재미있습니다.
워터게이트 빌딩 사건 으로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임기기간중에 사임했던 닉슨 대통령이 3선에까지 성공한다던가, 케네디 대통령을 암살한 자가 코미디언이라던가, 슈퍼 히어로들이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미국을 승전국으로 만든다던가 말이죠.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이기지 못했으면 어떻게 되었겠어?' 라는 대사까지 나오죠..ㅋㅋㅋ)
 
일단, 이야기의 가장 중심적인 주제는 결국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오지맨디아스의 대사와 그에 대응되는 로어셰크의 대사입니다.
'나는 세상의 모든 전쟁을 종식시켰다!' 고 주장하는 오지맨디아스.
그리고, '이 평화는 핏물 위에 세워진거야. 속임수로 만든 평화다, 나는 절대 타협할 수 없어!' 라고 절규하는 로어셰크.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종전시킨다는 명목하에 일본에 두방의 원자폭탄을 떨어뜨렸고, 엄청나게 많은 무고한 일본인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은 승전국이 되었고, 일본은 전범국이 되었죠.
제2 차 세계대전은 그때의 무고한 핏값 위에 세워졌고, 그것이 '평화' 의 정당한 가격 이다-라는 것이 바로 미국의 논리입니다.
 
더 큰 평화를 위한 희생은 불가피하다- 는 것이죠. 그리고 그 희생은 무고한 자들에 대한 폭력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이런 논리가 통하는 미국은 걸프전을 일으켰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죠. 그리고 2차 걸프전까지 일으켰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무역센터에서 일하던 평범한 미국인들의 핏값으로 세워졌고, 아프가니스탄을 악의 축이라고 정죄하며, 무차별(미국측은 정밀 이라고 주장하는) 폭격을 가했죠.
아랍의 수많은 어린 아이들과 평범한 사람들이 의미없이 죽어갔죠.
또한 이슬람 분리주의 자들도 그런 논리를 펴고 있겠죠. 평범한 사람들에게 종교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요. 지하드란 이름하에 어린 아이들까지 자살폭탄을 매게 하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모든 무슬림들이 그런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마스' 등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일부 신자들이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그런 논리를 펴고 있을거구요.
북한도 그런 논리를 펴고 있기에, 수많은 우리 동포들을 흙속에서 썪어 문들어진 나무뿌리까지 파먹게하면서 군비를 증강시키고 있는거겠죠.
 
이런 '힘의 논리' 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그들을 향해 로어셰크의 입을 통해 정죄하고, 반박합니다.
대니얼은 거대한 힘 - 닥터 맨해튼에 의해 파괴되고마는 로어셰크를 바라보며 절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로리와 함께 '단순히' 자기 집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행복을 지키는 일만을 행할 뿐이죠.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의 모습인 겁니다. 
 
어쩌면 오지맨디아스가 세상을 위해 옳은 일을 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로리는 어머니를 용서했고, 따뜻한 대니얼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죠. 세상은 공동의 적에 대응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연합체를 구성하기에 이릅니다. 이 평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오지맨디아스는 끊임없이 전 지구적인 악을 만들어 내야 하겠죠.
마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빌리지' 란 영화에서 마을밖 숲의 괴물 역할을 하던 마을 어른들 처럼 말이죠. 
 
정말 많은 '생각할 거리' 를 던져주는 작품입니다. 단지 이 부분 말고도, 전 로어셰크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과 정당성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구요.^^
 
그렇기에 원작 '왓치맨' 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찬사를 받는 이유이고, 제가 보기에 영화가 원작을 잘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아이고...더 풀어놓으면 이 포스팅이 영화만큼 길어지겠군요.
전에 썼던 원작 포스팅에서 각 캐릭터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풀어보긴 했습니다만, 영화든 책이든 감상은 각자의 즐거움이죠.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완전 사랑하는 관객들이 있는 반면, 완전 증오하는 관객들이 있는 것 처럼요.
완전 사랑하는 관객들은 수준이 높고, 완전 증오하는 관객들은 수준이 높은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단지 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이죠.
 
단지, 저는 여러분께서 그 즐거움을 조금이나 다르게 느껴보시기를 바래서 이렇게 같잖은 썰을 풀어보았습니다
 
만일 제 글이 여러분의 감상에 역효과와 고정관념을 심어드렸다면 정말 배꼽사죄 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熱血의 만화세상
글쓴이 : 熱血明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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