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현대시 8월] 뱀을 그리는 일곱 가지 비밀 外/ 김혜영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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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원_ 박주가리

 

 

을 그리는 일곱 가지 비밀(외 1편)

 

            김혜영

 

반지를 도둑맞았다

범인을 알고 있지만

범인에게 당신이지요? 묻지 않았다

 

의심이라는 뱀을 키우는 유월

오솔길로 언니들이 먼저 걸어간다

 

앗, 뱀이다!

소스라치게 놀라

숲을 뛰쳐나왔지만

아마도

초록 뱀이 더 놀랐으리라

 

문장을 도둑맞았다

의심의 꼬리가 또아리를 틀고

침실에 스며들고 책상 언저리에

자리를 튼다

 

비슷한 우연도 상을 받았지

자동차 눈매는 표범을 닮았지

눈동자가 비슷비슷해

 

애인을 도둑맞았다

징그러운 나비를

만날까 허공에 날려보낼까

 

당신에게 보낸 편지가

타인들의 입 안에 들어 있었다

저주받은 편지처럼

 

꿈틀거리는 뱀들의 몸짓을

화폭에 사실적으로 묘사한 천경자

그림을 도둑맞은 그녀는

붓을 꺾었다

 

발자국이 닿지 않은 사막

태양의 분화구처럼 타버린 심장을

훔치고 싶은 유월

 

도둑과 의심이라는 뱀이

신성한 숲으로 들어가는 계절

 

 

 

 

 

 

 

 

노란 모자에 수탉이 산다

샤갈의 그림 속

수탉을 끌어안은 여자가 웃는다

 

골프를 치는 수탉

드라이브를 휘드르면

공이 담장을 훌쩍 넘는다

 

오리처럼 엉덩이를 내민 포즈

드라이브를 오른쪽 어깨 위로 가져가

하나, 둘,

힘껏 내리친다

 

불안은 뼈를 갉아 먹고

불안은 피를 빨아 먹고

엉거주춤한

수탉의 뒷꽁무니를 킁킁거린다

 

독수리는

닭장에 감금되고

깃털이 나풀거리는 오후

 

수탉이 드라이브를 친다

하얀 공이 날아가는 비명, 꼬꼬댁!

 

 

 

- 『현대시』2012년 8월호

 

 

출처 : 함께하는 시인들 The Poet`s Garden
글쓴이 : 박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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