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6월의 시/ 김남조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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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시/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 시인수첩2011년 여름호(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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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밭의 여름은 황금물결이다.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근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는 다 익어 뻐꾸기 울음 정겹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잘 익은 보리 냄새 까칠하고 구수하다. 눈감으면 삼베 덮은 소쿠리에 담긴 삶은 보리가 더 구수히 다가온다.

 

 보리를 소재로 한 유명한 수필로 한흑구의 1955년 작품 보리가 있다. “이마 위에는 땀방울을 흘리면서, 농부는 기쁜 얼굴로 너를 한아름 덥석 안아서, 낫으로 스르릉스르릉 너를 거둔다.“ ”보리는 그 순박하고, 억세고, 참을성 많은 농부들과 함께 자라나고, 또한 농부들은 너를 심고, 너를 키우고, 너를 사랑하면서 살아간다.“ 고진감래, 고난을 견디며 끈질기게 살아가는 보리의 강한 생명력을 예찬한 수필이다. 보리의 일생을 통해서 성실과 끈질김으로 고난을 견뎌내면 환희와 보람이 반드시 따른다는 생의 교훈을 암시하고 있다.

 

 보리는 다른 농작물과는 달리 늦가을에 씨를 뿌려서 초여름에 수확한다. 지금부터 보리 수확철이다. 보리농사는 이미 예전에 비해 많이 위축된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밀과 함께 정부수매도 폐지되었다. 수입곡물과 가격 경쟁이 안 된다는 게 주된 이유일 것이다. 고진감래라는 말도 다 옛이야기가 되어버린 듯하다.

 

 “망할 것들, 얼매나 뒹굴었시마 이리 자빠뜨려 놓노, 차라리 말을 하지, 내 방이라도 내줄낀데누운 청보리 일으켜 세우며 하시던 할머니의 푸념도 이젠 평화롭게 추억된다.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지 않고 저녁 놀 빈 하늘 만 눈에 차누나박화목 시인의 보리밭이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다가 되어 귀에 찰랑인다. 노랫소리는 하늘로 퍼지고 초여름의 상념은 그리움의 강을 건너고 있다. 이제 보리와 보리밭은 그저 추억과 그리움을 파는 상품일 뿐이다. 그러려니 하고 추억이 일렁이고 낭만이 넘실거리는 이 계절에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권순진

 

 

출처 : 詩하늘 통신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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