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의 3대 매력포인트는
무공, 미인(이건 주인공이 남자니 어쩔 수 없습니다.),
복수입니다. 이 세 요소가 어떤 변주를 하느냐에
따라 소설의 흡인력이 결정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무공이라면
얼마나 강하고 새로운 것을 선보이느냐,
이걸 주인공이 어떻게 얻느냐가 관건입니다. 미인은,
솔직히 주인공의 짝이 되는 히로인들이 거의 경국지색,
침어낙안의 절세가인이라서 변화가 어렵지만 캐릭터의
생동감이 승부수가 되지요. 복수는 마구잡이로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것은 식상합니다. 복선과 고비가 적절히 배치되어야 읽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하지요.
그런 점에서 이 낯선 작가의
작품-두 번째라는데-은 수작입니다. 우선 이색적으로 ‘구궁철각류’라는
다리를 쓰는 무공이 주인공의 큰 장기입니다.
거기다 영약이나 비급 등 기연을 얻어 단번에 천하무적이
되는 경우도 아닙니다. ‘의형전결’이라는 9단계의
심법이 주인공 무공의 ‘밑천’인데요, 이게 거의 사경을 헤맬 정도로 처참하게 당하고 나서야 한 단계씩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사랑도 터무니없지 않습니다.
30대에 상처한 주인공이 히로인들과 인연을 맺어가는 과정이
나름 설득력 있습니다. 마음 착한 하유경, 경호를
하면서 주인공의 인간적 고민에 슬며서 빠져드는 단경화,
처음엔 미워하다 존경이 사랑으로 변하는 처제 목소영은
주인공만 보면 무턱대고 빠져드는 여느 무협소설의 여주인공들과는 달리 삶의 냄새가 납니다.
복수 과정도 일방적인 아닌 것이
마음에 듭니다. 백미는 사지에 갇힌 처가 식구들을
구하기 위해 함정인 줄 알면서도 ‘중극마지’를 찾아드는
장면입니다. 주인공이 투지와 불굴의 의지로 곳곳에 도사린
적수들을 차례차례 격파해 가는 장면은 무협소설의 장쾌한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줍니다.
이야기는 거대 세력의 음모로
가족을 잃은 주인공 장두이가 개인적 복수와 악의 처단을
병행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복수를 위해 잔인한 수법을
쓰는 바람에 ‘혈마’라는 오해를 사고, 그러면서도
살인에 회의를 느끼는 주인공을 보면서 독자는 때로는 안쓰럽고, 때로는 주먹을 쥐면서 이야기에 끌리지요.
한 번 손에 들면 다음 권을
찾아 읽게 되는 이 소설의 거의 유일한 단점은 미완이란
점입니다. 적어도 10권은 되어야 끝나지 싶은데 9권까지만
나왔거든요. 책을 읽으면 절로 작가를 재촉하고 싶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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