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이라는 국수집 :: 록키의 나만의 세상
728x90
'옛집"이라는 국수집

         서울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엔
         '옛집'이라는 간판이 걸린
         허름한 국수집이 있다.
         달랑 탁자는 4개뿐인...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뭉근하게 멸치국물을 우려내
         그 멸치국물에 국수를 말아낸다.
         
         10년이 넘게 국수 값은 2,000원에 묶어놓고도 
         면은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더 준다.
         몇 년 전에 이 집이 SBS TV에 소개된 뒤 
         나이 지긋한 남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전화를 걸어온 남자는 15년 전 사기를 당해 
         재산을 들어먹고 아내까지 떠나버렸다.
         용산 역 앞을 배회하던 그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한 끼를 구걸했다. 
         
         음식점마다 쫓겨나기를 거듭하다보니 독이 올랐다.
         휘발유를 뿌려 불 질러 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할머니네 국수집에까지 가게 된 사내는 
         자리부터 차지하고 앉았다.
         
         나온 국수를 허겁지겁 먹자 
         할머니가 그릇을 빼앗아갔다. 
         그러더니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내줬다.
         두 그릇치를 퍼 넣은 그는 냅다 도망쳤다. 
         할머니가 쫓아 나오면서 뒤에 대고 소리쳤다.
         
         "그냥 가, 뛰지 말구. 다쳐!"
         그 한 마디에 사내는 세상에 품은 증오를 버렸다. 
      
         
반응형
LIST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