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것들이 내 안에 가득하다 [좋은시/스크랩]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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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것들이 내 안에 가득하다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by이대흠

 


 

 

 
 
    지나온 것들이 내 안에 가득하다 - 호삼에게 산에 오르면 산으로 가득 차야 하건만 마음의 길은 자꾸 떠나온 쪽으로 뻗는다 세상 밖으로 가지 못한 바람 불고 추억은 소매치기처럼 떠오른다 사람의 말들이 이슬로 내리던 밤이 있었다 그 밤에 그 남자와 그 여자와 밤을 새웠다 나는 외로워지고 싶어 자꾸 지껄였다 그 여자는 가늘었다 가는 여자 가버린 여자 그 남자는 흘러갔다 흘러간 남자 홀로 간 남자 그 여자를 나의 길(道)로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 남자를 나의 길(道)로 믿었던 적이 있었다 가는 것들이 나를 갉아 나는 자꾸 작아진다 구슬처럼 작아져 나는 왔던 길로 거슬러 가지 못한다 헉헉대며 굴러온 세월 오래 된 인간의 말들이 돌 되어 길을 막곤 했다 세상이 나보다 더럽게 보여 깨끗한 극약을 가지고 다닌 적이 있었다 저지르고 싶어 팔 무너지고 싶어 이 집은 그 집이 아니야 그 집은 어디 갔지? 나는 왜 자꾸 철거당하는 걸까? 산 깊어 길 없고 지나온 길들이 내 안에서 실타래처럼 풀린다 이 언덕은 미끄러워 자꾸 나를 넘어뜨린다 감자처럼 궁구는 내 몸뚱이 세월은 비탈지구나 그러나 세상을 믿어 나는 괴로웠다 하루가 지나면 하루만큼의 상처가 남고 한 사람이 지나가면 한 사람만큼의 상처가 남는다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건 씹다 뱉는 희망보다 얼마나 큰 선물인가 노래를 부르며 나는 걷는다 생의 뒷장을 넘기지 못하고 세월이여 불행으로 삶을 엮는 사람의 죽음은 불행인가 무엇이 지나온 길을 내 안에 묶어 두는가 詩/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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