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근처 지하철 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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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해가 어스름에 젖어들 무렵 그 아름답다는 홍콩의 밤거리를 기어이 등진 수천의 무리가 한적한 부둣가에 줄을 지었다. 배웅과 마중이 교차하는 터미널 특유의 어수선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의 움직임은 일사불란했고, 누구 하나 멀어져 가는 항구를 향해 머쓱하게 손을 흔드는 일도 없었다. 뒤돌아볼 새 없이 시작된 이틀 밤의 크루즈는 꿈자리가 좋았던 날 아침처럼 여차하다 잊어버릴 것만 같아 계속 되뇌게 되는 시간이었다.
체크인과 출국심사, 승선해 객실에 짐을 들여놓기까지 1시간 남짓의 승선 수속을 모두 마쳤을 때는 이미 저녁 8시가 넘었다. 간소한 절차였지만 긴장이 풀리자 시장기가 뱃가죽을 조여 왔다. 배가 항구를 떠나는 시간이 9시라니 그전에 뭐라도 요기를 하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거란 생각이 본능적으로 앞선다. 앞으로 이틀 내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은 곧 만원이 될 것 같고, 한 자리 차지하고 앉더라도 크루즈에서의 첫 끼를 허겁지겁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그 시간 선내에서 가장 느긋하고 특별한 공간은 어딜까? 마침한 장소를 찾았다. 공연을 즐기며 중국 요리를 코스로 즐길 수 있는 ‘실크로드 & 카바레’. 자정 무렵이면 18세 이상 성인 승객들의 출입만 허용되는 카바레 스테이지가 마련된 곳답게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붉은 톤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호주 출신 스타 셰프 마크 베스트가 현대적인 서양식 요리를 선보이는 ‘비스트로’도 괜찮다.
오픈 키친으로 조리 과정은 물론 다양한 와인을 구비하고 있는 셀러와 발효 중인 치즈와 햄 저장고까지 보는 재미가 있다. 크루즈에서의 첫날밤, 의욕을 앞세우지 않고 차분히 크루즈 생활을 시작하자고 한다면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소화도 시킬 겸, 크루즈에 뭐가 있나 눈도장도 찍을 겸, 로비 라운지가 있는 6층부터 야외 데크가 있는 16층까지 한 층 한 층 구경에 나섰다. 카지노 슬롯머신 앞에서 즐거운 사람들, 끼리끼리 모여 앉아 카드나 마작을 즐기는 사람들, 원형 무대를 두르고 있는 바에 걸터앉아 라이브 공연에 몰두하는 사람들, 무리 지어 실내 볼링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이제 불콰한 밤을 즐기고자 마땅한 자리를 찾는 사람들까지. 한 배를 타고 있지만 서로의 생김처럼 이리도 다른 것이 사람이다.
각양각색 크루즈의 면면을 관찰하는 동안 몸이 이끌리는 대로 자연스레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 8층 바 라운지. 세계 최초의 선상 ‘조니 워커 하우스’와 겐팅 드림호의 플래그십 와인바 ‘펜폴즈 와인 볼트’, 샴페인과 맛깔스런 카나페를 즐길 수 있는 샴페인바 ‘버블스’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애연가라면 시가라운지 ‘후미도’를 1순위로 꼽을지도 모르겠다. 흥에 겨운 사람들은 가라오케 마이크를 잡았고, 밤에 취한 사람들은 리듬에 몸을 맡겼다. 그 누구도 잠에 빠지고 싶지는 않아 보였다.
‘바다 위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니! 허, 참.’ 하면서 눈 뜬 크루즈의 아침. 커튼을 치고 있었음에도 바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뷔페식당 ‘리도’에서 첫 끼를 먹고 크루즈 구석구석으로 보물찾기에 나섰다. 각 객실 내 IPTV와 선내 주요 장소마다 설치되어 있는 터치스크린으로 선상 주요 프로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매일매일 그날의 주요 일정과 뉴스를 제공하는 ‘드림 데일리’ 선상 신문도 유용하다. 유료로 이용 가능한 와이파이 패키지를 이용한다면 드림크루즈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저 느긋하게 쉴 요량이 아니라면 주요 일정을 미리 체크하고, 예약이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래도 국적,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야외 수영장. 아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들은 워터슬라이드에, 연배 지긋한 어른들은 자쿠지에 몸을 맡기고 망중한을 즐긴다. 연인 또는 부부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그는 바버숍, 그녀는 살롱에서 단장을 하고 함께 스파를 받으며 노곤한 한나절을 보내면 어떨까. 먹기 아까울 만큼 앙증맞고 예쁜 케이크에 애프터눈티를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바다 위를 날고 싶다면 짚라인이나 로프 코스, 바다 위를 땀 좀 흘리며 뛰고 싶다면 야외 스포츠 플렉스 또는 실내 피트니스 센터가 제격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이름만 들어도 그루브를 타게 되는 ‘주크’가 문을 연다. 주크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클럽으로 세계적으로도 이름난 힙스터들의 성지. 겐팅 드림호에 들어온 클럽 주크는 대형 LED 스크린이 있어 라이브 DJ뿐만 아니라 최신 영화 관람도 가능한 주크 비치 클럽으로 단장을 했다. 석양과 어우러져 영화 이상의 장면이 연출된다. ‘조디악 씨어터’에서는 겐팅 드림호의 메인 테마인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한 인어공주와 우주인의 사랑 이야기를 넌버벌(Non-Verval)형식의 공연으로 감상할 수 있다. 화려한 무대 구성과 기예에 가까운 퍼포먼스에 연신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대로 계속 끝없이 칠흑일 것만 같은 바다가 제법 익숙해질 무렵 달은 차오르고 두 번째 밤이 기운다. 자정이 두려운 신데렐라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밀도 있게 보낸 이틀. 해가 뜨면 깨고 싶지 않은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다시 꾸고 싶은 꿈을 간직한 채로.
오전 7시, 본격적인 하선 준비에 앞서 이른 아침을 먹는 동안 홍콩섬의 스카이라인이 수평선 위로 조금씩 고개를 내밀었다. 긴긴 밤의 도시, 낮보다는 어쩐지 밤이 더 익숙한 홍콩의 아침은 이런 모습이구나.
캐리어를 끌고 조금 일찍이 로비라운지로 내려갔다. 하선하는 순간까지 사람들은 바쁘다. 조금이라도 더 이 공간을 누리겠다고 트랙을 뛰거나 체조를 하며 어제와 다름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뭐 기념할 게 없나 숍을 기웃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이 크루즈는 항구에 가까워진다. 막상 뭍에 발 디딜 때가 되니 크루즈 위에서의 이틀이 비현실적으로 서서히 기운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창밖으로 보이던 수평선,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 하늘과 바다를 한 프레임에 담았던 순간, 양파로 후지산을 형상화했다며 장난스럽게 철판을 두드리던 테판야키 셰프,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의 그 유명한 공연 못지않았던 넌버벌 퍼포먼스까지. 눈을 마주치는 승무원들이 하나같이 인사를 한다. “또 만나요”라고. 그래, 이게 꿈은 아니었던 거다. 나는 다시 이 크루즈에 오를 수 있는 거다. 그래요, 그렇다면 이번 생에 꼭 다시 만나요.
▶크루즈 승·하선은 어떻게?
드림크루즈의 겐팅 드림호는 3,0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초대형 선박으로, 길고 긴 탑승 행렬이 이어진다. 이틀간 홍콩 해상에만 머무는 크루즈이지만, 크루즈에 탑승하려면 간단한 출국 심사를 거쳐야 한다. 여권, 홍콩 공항에 입국하면서 작성하고 돌려받은 출국 신고서, 크루즈 터미널에서 발급받은 체크인 카드를 제시하면 된다. 이때 출국 심사관은 출국 신고서를 돌려주지 않는다. 때문에 크루즈에서 하선할 때 다시 출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그때 돌려받는 출국 신고서를 다시 홍콩 공항에서 한국으로 출국할 때 제출하면 된다.
▶크루즈에선 매끼 식사를 어떻게?
겐팅 드림호의 모든 승객들은 드림 다이닝룸, 겐팅 다이닝룸, 더 리도 뷔페 등 3곳의 레스토랑에서 매끼 식사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아침, 점심, 저녁은 물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무료 차Tea 서비스,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애프터눈티, 그리고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 제공되는 야식을 포함해 총 6끼가 제공된다. 이 세 곳의 레스토랑 외에 테판야끼, 셀러브리티 셰프 레스토랑, 브레드 박스 등의 여타 스페셜티 다이닝은 이용료가 부과되며, 가급적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크루즈에서의 첫날밤, 객실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 난 후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안전훈련! 밤 10시15분경 각자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여 안전훈련에 충실히 임할 것. 훈련 장소는 체크인 카드에 기재되어 있다.
▶환전을 얼마나 해야 하나요?
크루즈 내의 모든 결제는 체크인 카드가 대신하고, 하선 전 리셉션에서 신용카드(VISA, MASTER, JCB, AMEX)로 일괄 정산한다. 원활한 체크아웃을 위해 토요일 밤에 시간 여유를 두고 정산을 하는 것이 좋다. 크루즈 내에서는 별도의 현금이 필요치 않으나 홍콩 시내 관광 등 개인 비용은 각자 필요에 따라 환전하면 된다.
▶된다, 안 된다? 있다, 없다?
흡연은 크루즈 실내외 지정된 공간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선박 바깥으로 담배꽁초를 던지거나 객실 내에서의 흡연은 엄격히 규제한다. 크루즈 내에서 다양한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슈퍼나 자판기는 없다. 또한 다량의 외부 음식물과 주류의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 미리 크루즈 측에 반입 가능한 품목과 반입량을 확인 받는 것이 좋다.
드림 크루즈 겐팅 드림호
드림 크루즈(Dream Cruises)는 20년 넘게 아시아 크루즈 시장을 이끌어 온 스타크루즈의 모기업 ‘겐팅 홍콩’이 지난 2016년 11월에 새롭게 선보인 크루즈 라인이다. 드림크루즈의 첫 번째 럭셔리 선박인 겐팅 드림호(Genting Dream)는 15만톤급 초대형 선박으로, 승객 3,352명과 승무원 2,016명을 수용할 수 있다. 승객 대비 승무원 비율이 약 1.6대 1로 모든 승객에게 진심 어린 아시안 호스피탈리티를 제공한다.
총 1,674개 캐빈을 갖췄고, 워터슬라이드와 자쿠지를 구비한 야외 수영장, 로프 코스, 조깅 트랙 등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각종 액티비티는 물론 세계 각국의 미식을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식음료 서비스와 조니 워커 하우스, 주크 비치 클럽 등 그 이름만으로 존재 가치를 발하는 명소들이 며칠간의 선내 생활에도 무료할 틈을 주지 않는다.
키즈클럽과 오락실 개념의 아케이드가 가족 여행객에 마침한 공간이라면, 시가 라운지 휴미더와 성인용 카바레 스테이지를 즐길 수 있는 실크로드 & 카바레는 어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공간. 한편 스파를 즐기며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공연 또는 야외 영화 상영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홍콩 해상 2박 크루즈는 금요일 밤 9시에 출항하여 일요일 아침 8시 하선하는 일정으로 홍콩 시티투어와 연계하여 더욱 알찬 주말여행을 구성할 수 있다. 4월부터 10월15일까지 운항한다. 또 4월부터 10월13일까지는 매주 일요일 홍콩과 광저우에서 출발해 일본의 나하, 미야코지마를 항해하는 5박 6일 일정의 크루즈도 운행한다. 12월3일부터 내년 3월까지는 싱가포르 해상을 항해하는 주말 2박 크루즈, 싱가포르를 출발해 말라카 해협과 자바해를 항해하는 5박 크루즈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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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일 온천노천탕과 보문사 앞바다 즐기는 석모도 여행
지난 1월20일 문 연 인천 강화군 석모도 바닷가 ‘석모도 미네랄온천’의 노천탕. 15개의 노천욕조가 있다. |
석모도, 인천 강화도에 딸린 11개의 유인도 가운데 하나다. 교동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 수도권의 인기 여행 코스다. 배에 차를 싣고 들어가 당일치기로 섬 전체를 둘러보고 나올 수도 있다. 연 300만명에 이르는 강화군 관광객의 절반 가까이가 석모도를 경유한다. 갑판 위에서 몰려드는 갈매기떼에게 과자를 던져주며 사진을 찍고, 석모도의 민머루해변을 거닐다가 보문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올해부터는 이런 석모도 여행 방식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석모도에 온천 개발이 잇따르고 있어, 수도권의 온천 명소로도 떠오를 전망이다. 6~7월엔 강화도 내가면 황청리와 석모도 석모1리 사이 바다를 잇는 1.5㎞ 길이의 삼산연륙교가 개통된다. 다리가 놓이면 정기선 운영이 중단된다. 바다를 가르며 질주하는 여객선의 나른한 울렁임도, 허공을 가르며 새우깡을 낚아채는 갈매기들의 절묘한 비행술도 기억 속에 묻힐 것이다. 한겨울에 더 뜨거워지고 있는 석모도의 겨울 풍경을 만나고 왔다. 온천물에 몸 담그며 설 연휴에 쌓인 피로도 풀 수 있는 여정이다.
석모도행 배가 뜨는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 |
석모도 미네랄온천 노천탕에선 바다경치를 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
“어이구 좋다, 좋아. 석모도에 이런 데가 다 있었네.”
지난 1월27일 오후, 보문사 들머리 부근 바닷가 ‘석모도 미네랄온천’의 노천탕. 나무욕조에 몸을 담근 50대 남성이 “좋다, 좋아”를 연발했다. 탁 트인 바닷가 옆에 자리한 널찍한 야외공간에 15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노천탕 욕조들이 깔렸다. 뜨거운 김 오르는 욕조마다 수영복·반바지 차림의 남녀노소가 들어앉아 바다 경치를 감상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젊은 연인과 노부모·자녀를 동반한 삼대 여행객이 대부분이다.
배에서 갈매기에 과자 주는 추억도
연륙교 개통으로 올여름이면 끝
바닷물 온천욕으로 피로 풀고
보문사 해넘이 보면 ‘완벽한 하루’
미네랄온천은 강화군청이 지난 1월20일 개장한, 강화도 유일의 대중온천이자 인천 유일의 온천수 노천탕 시설이다. 460m 지하에서 뽑아 올린 섭씨 51도의 천연 온천수를 식혀서 쓴다. 실내탕에서 샤워기로 물맛을 보니 짠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지하암반 틈에 고여 있던 뜨거운 바닷물이다. 칼슘·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혈액순환, 근육통,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수질 보호를 위해 비누·샴푸 등은 사용할 수 없다. 소금 성분 때문에 거품이 나지 않을뿐더러, 입욕 뒤 그대로 몸을 말리는 게 피부에도 좋다고 한다.
미네랄온천 노천탕. |
최종국 미네랄온천 운영팀장은 “소독이나 정화, 첨가 없이 매일 온천 원수를 그대로 공급한다”며 “지금까지 석모도 하면 보문사·민머루해변을 떠올렸지만, 앞으로는 온천이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식당·매점은 들이지 않았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는 취지를 생각하면 수긍이 됐다. 하지만 야외 노천탕에 사우나 등 몸을 녹일 곳이 없는 게 아쉬웠다. 실내욕탕과 노천탕, 정문 앞의 무료 노천탕(겨울엔 휴장) 시설이 전부다. 수용인원 200명이라는 널찍한 노천탕 규모에 비해 실내욕탕이 작아, 인파가 몰리면 불편할 수 있다. 입장료 9000원. 노천탕 이용 땐 수영복이나 반바지 등을 입어야 한다. 반바지와 반팔 옷은 모두 2천원에 빌려 입을 수 있다.
석모도 미네랄온천 노천탕. |
온천을 간편하게 체험하고 싶다면, 이웃한 민머루해변 들머리 한옥온천마을의 ‘족욕체험장’으로 가면 된다. 한 리조트 업체가 온천마을 분양 예정지에서 운영하는 무료 족욕체험장이다. 석모도가 온천의 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또 다른 현장이다. 이곳엔 지하 700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를 이용한 족욕 체험시설이 2곳 마련돼 있어, 누구나 발을 담글 수 있다. 처음엔 발 담그기 힘들 정도로 뜨겁게 느껴지지만, 적응이 되면서 금세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붕시설이 돼 있어 눈·비가 와도 족욕을 할 수 있다. 발수건을 2000원에 팔지만 각자 준비해 가도 된다.
리조트업체 건물 외부에 노천탕 시설이 딸려 있는데, 리조트 분양 상담을 하는 이들에게만 이용을 허용한다. 사각 욕조의 아담한 노천탕이다.
석모도 매음리에 한 리조트업체가 조성한 무료 온천수 족욕체험장. |
석모도 지명은 ‘돌모루’(바위로 둘러싸인 산모퉁이 또는 바위가 많은 해안모퉁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동여지도에는 ‘석모로도’라고 표기돼 있다.
신라 때 창건됐다는 절 보문사는 대표적인 명소다. 낙가산 자락 주차장에 차를 대고, 즐비한 밴댕이회·산채정식 식당과 일주문을 지나 5분만 걸어오르면 절 마당에 이른다. 강원 양양 낙산사, 경남 남해 보리암과 함께 ‘3대 해상 관음기도도량’(3대 관음사찰)으로 불린다. 선덕여왕 때 회정선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절을 창건했고, 진덕여왕 때 한 어부가 불상과 나한상 22구를 그물로 건져올려 이곳 석굴에 봉안했다고 한다.
(왼쪽)보문사 마애관음좌상 (오른쪽)보문사 향나무 앞에 놓인 대형 맷돌 |
보문사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극락보전과 봉향각 사이로 10분쯤 계단을 오르면 닿는 ‘보문사 마애관음좌상’과 그 앞에서 바라보는 바다 경치다. 마애관음좌상은 1928년 선주·화응 두 스님이 비스듬한 바위자락에 돋을새김으로 조성한 대형 마애불이다. ‘눈썹바위’라 부르는 거대한 바위가 지붕처럼 튀어나와 눈비를 가려주는데, 그 밑에 높이 9.2m, 너비 3.3m의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마애불이 바라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석모도 서쪽, 주문도·아차도·볼음도 등이 정겹게 펼쳐진다. 발밑의 절 경내 모습에서부터 갯벌 해안, 바다 위의 섬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만난 관광안내소 직원은 “마애불 앞에서 바라보는 해넘이가 멋지다”고 했다.
창건 때부터 있던 석굴을 여러 차례 확장했다는 널찍한 석굴법당(보문사 석실)과 그 앞의 오래된 향나무, 향나무 앞에 놓인 닳고 닳은 맷돌도 들여다볼 만하다. 맷돌은 여느 것의 2~3배에 이르는 대형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경내 어디를 가나 놓인 ‘돈통’이 마음에 걸렸다. 곳곳에 놓인 불전함 말고도 하루 기도부터 1년 기도까지, 개인 기도부터 가족 기도·단체 기도까지 다양한 명목과 가격을 붙여 파는 ‘기도’와 기왓장, 연등을 내건 ‘가게’도 많았다.
석모도 바닷가 길을 걷고 있는 여행자들. |
석모도 하리 도로변에 있는 조선시대 선정비·불망비. |
민머루해변과 상봉산 자락 석모도자연휴양림·수목원(겨울엔 유리온실 식물원)도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섬 구석구석 포장도로가 나 있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곳곳에 전망 좋은 카페도 많다. 석모리 동촌마을과 하리의 도로변에는 조선시대 관리를 기려 세웠던 불망비·선정비가 3~4기씩 남아 있다. 동촌마을의 불망비 3기는 쓰러진 채 방치돼 있다.
석모도 여행정보
배편 :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모도(삼산면) 석포리 선착장까지 차량 40여대를 실을 수 있는 배가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아침 7시~저녁 7시30분. 뱃삯 1인 왕복 2000원, 차량은 중소형 승용차 기준 왕복 1만6000원(탑승자 불포함). 배에 탈 때 왕복승선권을 거두므로, 섬에서 나올 때는 그냥 타면 된다.
먹을 곳 : 민머루해변 일대와 외포리 선착장 주변에 꽃게찜·간장게장·밴댕이회 등 해산물 식당이 즐비하다. 보문사 들머리엔 산채비빔밥 등을 내는 곳이 많다. 강화도 명물인 밴댕이회무침은 대부분의 식당에서 낸다. 밴댕이는 5~6월을 제철로 치지만, 급랭해둔 것을 이용해 사철 요리한다.
묵을 곳 : 석모도 도로변이나 산자락 경관 좋은 곳에 펜션이 많다. 보통 1박에 10만~20만원대. 모텔은 3곳이 있다. 5만원 선.
여행문의 :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032)930-3123, 외포리 선착장 관광안내소 (032)934-5565, 석모도 삼산면사무소 (032)930-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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