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조화로운 벚꽃과 솔잎처럼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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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주변은 모두 벚나무 숲이었다. 벚꽃이 만개해서,
눈을 어디로 돌리건 간에 새하얀 벚꽃뿐이었다
 
새하얗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새하얗지만은 않다.
연분홍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새하얗고,
새하얗다고 말하자니 아련하게 비치는 분홍빛으로 보인다
그렇게 무어라고 잘라 말하기 힘든 빛깔의 자잘한 꽃잎들이
아름드리 나무 위에 빽빽이 달라 붙어 있으면, 빛깔의 꽃무더기가 된다
그 꽃무더기가 바람에 흔들거리기라도 하면 그 색은 더욱 오묘해지고,
게다가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기까지 하면 넋을 잃게 된다
 
나무에 붙은 꽃도 아름답고, 떨어져 내리는 꽃잎도 아름다웠다.
땅에 떨어진 꽃잎이 바람에 날려 구겨져 가는 모습은 어디인지
모르게 가련해 보였지만, 벚나무는 그 가련한 모습을 덮어 가리워 버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많은 꽃을 피웠고, 또 떨어뜨렸다.
마치 천적에게 잡아먹힐 것을 고려해서 한번에 백만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는
어느 물고기처럼.
그래서 지는 모습까지도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지기 위해 피는 것임을 각오하고 피우는 꽃이기에.
그런 순응의 미덕 같은 것은 생각 않더라도,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감탄할 만한 꽃이었다.
 
낮은 가지에 핀 벚꽃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얇디얇은 꽃잎이 바르르 떠는 감촉이 손끝에 느껴진다.
그런 다소곳함이 괜히 사랑스러웠다.
벚나무 아래에는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그 뾰족한 솔잎 위로 무수히 많은 꽃잎이 떨어졌는데도,
솔잎에 꿰인 벚꽃잎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기개의 소나무와 봄날 한때 잠시
피었다가 쉬이 지는 벚꽃은 서로 반목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각자의 삶에 긍지를 가지고,
서로의 삶을 존중해준다.
 
인내의 삶을 사는 솔잎이지만, 순응의 삶을 사는 벚꽃을 이해하고,
찔리지 않도록 그 꼿꼿한 몸을 옆으로 비켜준다. 그런 모습으로 보였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 그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지 않을까?
두 개의 잎 사이에 꽃잎을 받치고 있는 솔잎을 손으로 쓸어 보았더니,
솔잎이 올 봄에 새로 돋았는지 부드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벚꽃처럼 연한 솔잎, 솔잎도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벚꽃잎을
배려해 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대여 조화로운 벚꽃과 솔잎처럼 사랑하지 않으시렵니까? 

 


 

 

출처 : 흐르는 자연의 향기 속으로
글쓴이 : 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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