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동계올림픽은 거의 모든 종목의 선수가 장갑을 낀다. 보온(保溫)과 부상을 막아주는 안전장비로서의 기능이 우선이지만, 장갑이 경기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종목도 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왜 오른손과 왼손에 다른 모양의 장갑을 착용할까.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코너를 돌 때 왼손으로 얼음을 짚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날렵하게 코너를 돌기 위해 몸을 최대한 트랙 안쪽으로 기울이면서도, 넘어지지 않게 손으로 중심을 잡는
것이다. 항상 시계 반대방향으로 레이스를 펼치기 때문에 왼손만 쓰고 오른손은 얼음에 닿을 때가 없다. 이 때문에 쇼트트랙은 왼손과 오른손 장갑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선수들은 왼손에 손가락 끝이 둥글게 돌출된, 개구리 발처럼 생긴 장갑을 낀다. 과거엔 왼쪽 장갑만 쉽게 닳는 것을 막으려고 손가락 끝에 면 테이프를 감아 사용했다. 그러나 면 테이프는 얼음 위를 매끄럽게 미끄러지지 않아 경기에 방해될 때가 있었고, 1990년대 중반부터
'에폭시 수지'라는 이름의 합성수지를 붙인 장갑이 등장했다. 방수와 접착 용도로 많이 쓰이는 에폭시 수지는 단단하면서도 표면이 매끄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 김기백 트레이너는 "일반 골프 장갑에 직접 에폭시를 바르거나, 골무처럼 만들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