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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김삿갓 전국일반백일장 시부 장원작
문(門)
송영숙(경북 영주시)
아버지
어머니
당신은 나에게 있어 살아있는 큰 대문입니다
죽을 때까지 자식을 위해
한숨과 이슬과 보슬비와 소낙비로
내가 자라는 밑거름이 되면서
당신의 문패가 달린 이름으로
살게 하였습니다
아직도 나는
바느질하는 당신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엉킨 실타래를 잡으라 하셨지요
그 실타래가 배배 꼬여서
풀지 못할 때의 마음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우며
아픈 나의 가슴을 매만지면서
살아 남으라고 간절한 기도를 하셨지요
당신의 대문을 나서며 병원으로 호송할
대문에 기대어 한없이 우시던
어머니를 기억합니다
남에게 줄 때는
가장 좋은 것으로 주라고 하셨지요
주고 욕 듣지 않을 좋은 방법이라고 배웠습니다
급할수록 돌아 가라는 말씀
그 속에 담긴 나의 성급함이
밖으로 드러나 보여서 죄송했습니다
지금 내 자식에게도 당신의 말씀을
자식들 머리애 화살처럼 꽂아주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는 팔 다리의 굵은 힘줄도 줄고
껍질만 남은 몰골을 볼 때마다
나의 아픈 가슴팍이 퍼런 멍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있어 살아있는 큰 대문이듯이
나도 내 자식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열도록 하는 큰 문이 되겠습니다.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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