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5일
오늘 초초형이 한국으로 돌아 갔다.
이곳 생활이 너무너무 힘들어져 더이상은 버틸 여력이 없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사람이 너무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갑자기 2세가 가지고 싶다고 했다.
힘없이 웃고 있었지만 그동안의 그의 마음 고생이 엿보였다.
처음 한국에서 올 때와 달리 확연히 야위어 버린 초초형.
가슴이 짠하다.
그가 나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
'미국이란 사회는 언제나 많은 그물을 자유로이 방치해 둔다.
모든 것은 개개인의 선택이다.
그물속에서 계속 허우적거리던지 아니면 스스로 그물 치는 자가 되던지.
네 자신을 믿어라.
사자는 결코 울지 않는다.
다만 포효할 뿐이다.'
세번쯤 읽고 나서 결심했다.
떨을 끊기로 그리고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로 말이다.
끝까지 많은 것을 남기네,초초형.
건강히 잘 지내세요.
늘 감사했습니다.
사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시가 난다더니 그가 없는 거실이 너무도 쾡하니 비어 보였다.
2005년 5월8일
지오는 거의 지난 육개월동안 초상위권 선수였다.
그런데 요즘 많이 힘이 빠져 가는 모습이다.
가게 결근도 잦고 운동도 거의 하질 않는다.
가게나 손님 문제만이 아닌 것 같아 무슨 일이냐 조심스레 물어 보았다.
우물쭈물 하던 그가 어렵사리 입을 연다.
몇년전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시고 지금 어머니께선 한국에 계시는데 이번에 재혼을 하신다는 것이다.
좋은 일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이제까지는 그저 엄마였는데 이제부터는 다른 여자가 되는 것 같아 많이 많이 쓸쓸한 기분이라고 했다.
이해할 것도 같았지만 참 알쏭달쏭한 시제임엔 틀임없는 것 같다.
2005년 5월14일
가게에서 손님 머리채를 잡아 흔들던 우빈형.
현장에서 사장에게 들킨 그를 끝까지 우리가 꼭꼭 감쌌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안다.
그는 이미 다른 사람임을.
2005년 5월15일
스승의 날이다.
나는 이곳에서 참 많은 스승을 만났다.
따뜻함과 어우러진 진짜 강인함을 가르쳐 준 레오형.
괴짜 도인같았던 초초형.
잃어 버렸던 순수함이란 느낌을 다시 되짚게 해 준 지오.
그리고 나에게 빚갚기 이외의 목표를 심어 준 우빈형.
그래,우빈형은 내 심장을 뛰게 해준 엄청난 스승이다.
그런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그도 이런 일을 한다.
그리고 그는 인간이다.
그리고 그의 하이드 역시 나처럼 아주 흉물스럽고 혼란스럽다.
내 본명도 철종,그의 본 이름도 철종.
나도 그가 될 수 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순간 갑자기 그를 뛰어 넘고 싶다는 생각이 아슬아슬하게 내 전신을 휘감아 왔다.
청출어람이란 사자성어도 있지 않던가!
2005년 5월17일
열흘이 넘게 계속 떨을 피지 않고 있다.
눈뜨고 있는 시간은 거의 운동뿐이다.
점점 강해지는 나를 느낀다.
2005년 5월20일
이번달도 우빈형이 에이스.
그럴만한 사람이다.
나도 더욱 기합을 넣어야 겠다.
2005년 5월21일
오늘 하루만큼은 내가 에이스였다.
오늘 총 세 테이블 중 내가 메인으로 들어간 방이 두개.
게다가 우빈형의 스코어는 제로였다.
2005년 5월23일
난 초이스로만 두방.
우빈형 지명 하나.
2005년 5월25일
나를 찾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 가며 우빈형의 보이지 않는 견제가 곳곳에서 느껴 진다.
여긴 아프리카.
정말 정글이다.
하지만 요즘같은 기분이라면 우빈형의 본격 추격전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패할까 두려워 지기도 하고,성공하는게 옳을까 하기도 한다.
요즘은 온통 그러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질주하는 것에 미치는 이유는 그것이 서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지 않을까.
2005년 5월28일
매일매일 유신이에게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예전부터 아련한 꿈같았던 일들.
유신이에게 영화를 만들자라고 했다.
그랬더니 잠깐만 기다리라며 아직 정리를 다하지 못한 그의 트렁크를 이리저리 뒤적인다.
그러더니 나에게 불쑥 내민 한편의 DVD.
City of God란 처음 보는 영화였다.
자기는 스무번이 넘게 봤다며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한다.
뭔가 새로운 에너지들에 온 몸이 꿈틀거림을 느겼다.
2005년 5월29일
도현이가 아주 오랫만에 가게를 찾았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후 처음인 것 같다.
혼자였다.
그리고 쓸쓸해 보였다.
지오가 가게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나를 찾았다.
그리고 긴 시간동안 우리는 지난 모든 이야기들을 살갑게 풀어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나의 못난 오해들과 걱정들은 어느새 형체없이 분해되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사랑한다고,보고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녀는 언제나 나뿐일거라면서 내 품으로 파고 들었다.
그저 행복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건 말건 한동안 그녀를 꼭 끌어 안아 주었다.
2005년 5월31일
City of God
모든 것이 충격이였다.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고 유신이에게 이야기 했다.
그가 피식 웃으며 그게 바로 자기 꿈이라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긴 놈의 그림자가 순간 아주 거대히 느껴 졌다.
왠지 초초형의 빈자리를 메꿔 줄 멋진 인간을 운좋게도 벌써 만나 버린 것 같다.
2005년 6월1일
시나리오를 써 보기로 했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유신이와 좋은 팀이 될 수 있으리라.
2005년 6월3일
오랫만에 주희에게서 메일이 왔다.
작년 12월부터 덴버에서 공부를 시작했다는 그런 내용.
원하는데로 모두 이루어 가며 잘 살았으면 좋겠다.
답신은 하지 못할 것 같다.
2005년 6월6일
수희가 다시 나를 찾아 가게에 왔다.
오늘은 내가 신나게 더듬어 버렸다.
그러자 외상값을 다 갚고 갔다.
2005년 6월9일
제시가 술이 머리 꼭대기까지 되어서 자꾸만 같이 집에 가자고 했다.
그 취한 여자를 혼자 보낼 수는 없었기에 집앞에다 내려 주고 나는 숙소로 돌아 왔다.
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뿌듯하다.
2005년 6월15일
도현이가 다시 한번 같이 살자고 한다.
가슴이 철렁하고 주저 앉았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자꾸만 자꾸만 술을 마셨다.
2005년 6월18일
코케인을 빨고 방안에서 포르노 삼매경에 빠져 있는 우빈형을 보았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더이상 배울게 없다라고 생각 되어 진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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