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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되 새롭고, 유용하되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문화와 인간 읽기
동시대는 디자인을 말하지 않고서는 그 무엇도 논할 수 없는 시대다. 사람들의 욕망은 디자인을 통해 소비되며, 그러하기에 디자인은 타인의 취향을 알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코드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취향을 드러냄으로써 타인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다. 또한 디자인이야말로 기능성과 미학이 혼종된 현대적인 장르이며, 동시대의 문화와 사회, 인간을 읽는 데 반드시 필요한 키워드이다.
사람들은 단지 예쁘기에, 아름답기에 그것에 현혹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디자인의 표면적 의미를 넘어서서, 그것이 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지, 그 끌림의 이유를 파고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인간의 심리를 비롯하여 사회와 예술, 그리고 과학 등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판매량을 기준 삼아 많이 팔리는 이유를 디자인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결과론적 해석을 뛰어넘어, 디자인의 안과 밖에 자리하고 있는 원리와 이치를 해명하는 것, 그것은 곧 동시대를 이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호모 데지그난스, 즉 디자인하는 인간이란 이처럼 하이브리드한 지적 능력으로 세계를 구성하고 해명하는 동시대의 인류를 말한다.
“지상현은 시작에서도 끝에서도 현실감을 잃지 않는다. 배우거나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호소력 있는 지식을, 호기심으로 어슬렁거리는 대중에게는 부족함 없는 이야깃거리를, 심지어 팔고사려는 사람에게조차 유용한 마케팅 요소를 풍부하게 담고 있어 디자인을 통해 물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에게도 실리와 명분을 모두 갖춘 성취감을 제공해준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UI연구소 유명현 수석
디자인은 인간과 사회를 읽는 프리즘이다!
디자인을 통해 바라본 세상, 세상을 통해 바라본 디자인의 양상들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다. 특히 산업과 환경의 측면에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증대하고 있다. 몇몇 디자인들에 대한 화려한 성공담이 들려오기도 하고, 디자인의 실패가 곧 제품의 실패로 이어졌다는 탄성 역시 여러 군데서 들려온다. 그러나 동시대에 디자인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어떠한 방향으로 디자인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다소 부족한 듯하다.
이 책은 이러한 고민을 비롯하여 디자이너와 일반인 모두가 디자인의 주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디자인계의 역량을 계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디자인을 소비하는 주체들의 인식 역시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이렇게 디자인을 둘러싼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인식할 때, 디자인은 디자인 자체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그물망 속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이를 통해 디자인을 더욱 넓게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디자인에 매혹되는가?
이러한 끌림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디자인을 둘러싼 인간의 심리 읽기
디자인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경우는 많지만, 디자인에 조응하는 일반인들의 심리를 살펴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 책이 보여주는 큰 특징 중 하나는 디자인 심리학자로서 필자의 포지션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이 어떤 디자인에 열광할 때, 찬사를 보내기란 쉽지만 그 원인을 설명하고 열광의 근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디자인 심리학자로서 지상현은 심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이론들을 근거로 이에 합당하게 변용된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의 원리를 간파해낸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왜 동...일한 기능의 핸드폰일지라도 다른 디자인의 제품을 선호하는지, 왜 각 나라별로 좋아하는 축구 유니폼의 색깔은 다른지, 사람들이 왜 애플 사의 제품에 열광하는지, “선영아 사랑해!”라는 호기심 광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지, 이러한 의문들을 지상현은 언어학, 융의 성격이론, 진화론, 감성에 관한 신경생리학 이론 등 다양한 인문학적 이론들, 그리고 사상분류체계나 FCB 모델 등을 비롯해서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모델들을 이용해 분석해낸다.
이러한 분석들은 단지 성공한 디자인에 대한 결과론적 해석을 넘어서서 우리에게 디자인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들을 제시한다. 그것은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동시대의 인간 심리를 해명하는 작업이기도 한데, 그것들이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명쾌하게 입증됨으로써 필자의 분석은 우리에게 심리 테스트가 맞아떨어질 때와 유사한 명쾌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한편 이러한 분석의 틀들은 미래의 디자인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디자인을 예측하는 데에는 분명 여러 요소들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로 필자가 꼽는 것은 디자인사(史)에 대한 이해이다. 과거의 디자인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이해한다면, 그 변주 속에서 미래의 디자인을 예측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디자인사를 통해 디자인의 내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면, 위에 언급한 다양한 이론적 틀은 디자인을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 이는 결국 디자인과 마주하는 인간 및 사회에 대한 분석이며, 그것이 함께 결합될 때 정교한 디자인의 예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특히 마케팅적 측면에서 귀 기울일 만하다. 신제품으로 새로운 소비자들을 사로잡아야 하는 기업의 관점에서 미래 예측은 제품 생산의 주효한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 세상과 크로스 오버하다!
디자인 속에 담겨 있는 예술과 인문학, 그리고 과학의 세계
‘호모 데지그난스’는 심미성, 독창성, 합목적성을 추구한다. 쉽게 말해 아름다우면서 새로워야 하고 용도에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자주 보면 질리니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기능성을 충분히 담보해야만 이용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들 세 가지 특성은 디자인이 내재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로 간주할 수도 있겠지만, 디자인의 세계 안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녹아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심미성은 예술과, 합목적성은 과학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논리는 인문학과 결부된 것이다. 즉 디자인에 대한 이해란 디자인 자체뿐만 아니라 예술과 인문학, 과학 등에 대한 복합적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리하여 디자인은 이들 다양한 인접 학문들과 깊은 관련을 맺으며 논의되는 것이다.
특히 과학은, 디자인계에서 활발한 쟁점이 되는 분야이다. 다양한 과학 기술들이 디자인의 영역으로 편입되면서, 그것이 예술과 대립되는 무엇으로 거부되거나 무시되는 흐름도 있다. 하지만 과학이란, 인간의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요소임에 주목해야 한다. 자동화, 체계화 등의 과학적인 시스템을 통해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을 파악하고, 디자이너들이 소모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줄임으로써 디자인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다양한 인접 학문들과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란, 결국 동시대가 요구하는 하이브리드한 지식을 종합하는 능력과도 결부된다. 디자인이라는 복합적 작업에 대한 이해란, 결국 복잡다단한 세상을 간파하는 능력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1 디자인, 타인의 취향을 읽는 코드
인간의 욕망을 읽어내라 -원형의 발견
스며 있는 민족성을 간파하라 -집단감성의 원리
유형화된 감성을 설득하라 -브랜드의 탄생
거리의 대중들과 커뮤니케이션하라 -소통의 디자인
2 나는 욕망한다, 고로 디자인을 소비한다
문화적 아이콘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디자인의 전략
인간의 잠재의식, 디자인을 매개로 꽃피다 -디자이너의 리더십
우리는 왜 브랜드에 매혹되는가 -광고효과
편리하되 가치 있고, 아름답고 새로워라 -실용성과 독창성 사이에서
관음과 노출의 욕망을 조율하라 -공간의 재구성
3 디자인의 원리, 세상을 읽는 미학
체계화된 복잡함에 질서를 부여하라 -황금비의 미학
보편을 추구하되 일탈을 꿈꾼다는 것 -균형의 미학
조화로운 대비는 가능한가 -색채의 미학
시각만이 전부가 아니다, 공감각을 표현하라 -총체성의 미학
세월을 버틴 디자인에 주목하라 -견딤의 미학
4 세상을 향한 통로, 디자인의 안과 밖
미래 예측의 기반을 마련하라 -디자인사의 이해
심미적 교양, 디자인을 읽는 토대 -콘셉트의 관통
첨단과학,... 디자인의 영역에 도전하다 -디자인 발전의 새로운 지평
착각과 오류를 뛰어넘어 디자인 과학을 향하여 -속설의 함정
규제를 넘어, 자긍의 문화를 일궈라 -디자인과 제도
“디자인은 마치 바둑이나 장기 같다. 겉으로 드러난 행마의 움직임 뒤에 치열한 수싸움이 있듯이, 예쁘기만 해 보이는 디자인의 이면에도 소비자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려는 각별한 노력이 숨어 있다. 매우 아름답고 독창적이지만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디자인이 많다. 이는 소비자의 마음을 건드려야 하는 수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기적 디자인이란 말이 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식물의 형태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진화한 것들이다. 이런 형태는 매우 아름답다. 예컨대 해바라기 꽃잎의 배열, 앵무조개의 와선, 시계 방향으로 도는 나팔꽃 줄기 등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뛰어난 기능성, 즉 환경에의 적응력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디자인계에서는 이런 유기체의 형태를 반영한 디자인을 개발하려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유기적 디자인들은 대부분 기능성과 심미성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기적이라는 말은 기능성과 심미성이 한데 얽혀 있는 중요한 디자인 가치인 셈이다.”
“마지막 성역으로 여기는 창작의 영역에 과학과 공학이 다가오는 것을 불쾌해할 필요는 없다. 피상적인 이해와는 달리 과학을 통해 우리들은 예술적 창조력을 더 깊고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인류는 더 세련된 문화적 지평을 열어왔다. 카메라가 등장했을 때 화가들이 그렇지 않았던가. 인류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주저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진보해왔다,”
(/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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