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내력(來歷)...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박남희詩 :: 록키의 나만의 세상
728x90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나무의 내력(來歷)/박남희]


 



 
 
    나무의 내력(來歷) 신神은 흙을 창조하고 그 위에 나무를 창조하였다 나무는 흙 속에 뿌리를 박고 흙이 전해주는 육체의 소리를 들었다 흙은 나무에게 나무가 알지 못하는 나무의 내력을 이야기해주었다 본래 나무는 종鐘이었다 밖으로 나오려는 울음을 감추기 위해 무수한 고통의 이파리들을 푸드덕거리던 종이었다 그러다가 종은 제 안의 울음을 견디지 못하고 역사책이 되었다 그 때부터 나무는 흘러가는 모든 것들을 몸 안에 가두고 시간의 물관부 사이에 나란히 배열시키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책 속의 역사는 수시로 요동했다 그리하여 나무는 모든 흔들리는 것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흔들리는 모든 것들을 이 땅의 중심에 붙잡아 놓기 위해 흙 속에 뿌리를 내렸다 나무의 뿌리는 본질적으로 불온했다 뿌리는 흙 밖으로 제 몸을 뻗어 흙이 들려주었던 제 안의 이야기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는 메아리는 그렇게 생겨났다 詩/박남희

        반응형
        LIST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