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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홀아비들의 저녁식사
서 봉교
나무가 겨울을 나려면 물이 내리듯
새해를 맞기 위해 달려온 12월
모친 출타중인 본가에
사랑방 누룩 뜨는 냄새의 아부지가
10년 전 끊은 담배의 마른기침으로
기다리시는 곳
*우무실
꽁치 통조림을 콘크리트 반죽 비비듯
김치와 섞어 버리고
여름 낮
가마솥에 삶다 식은
바가지의 속 같은 찬밥을 떠 넣으면
먼저 드시고 내내 기다리던 아부지는
강아지들이 어미젖을 다 빨고 난후
어미개가 밥그릇을 당기듯
식은 꽁치찌게에 김 나간 소주를 쏟으신다
한 잔 거들고 싶은 욕망이
발정난 황소처럼 들지만
그래도 꾹 참고 침묵하는 게 좋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들은 불혹을 넘었을 거고
언제 또 다시
모친 출타하고 둘이 오붓하게 식사를 해 볼까
오늘 밤 각자의 방에서 비름박을 긁으면서
또 다른 꿈을 꾸리라
“아부지 한 잔 하시죠”
“아들아 한 잔 할까”
낼 아침 *설귀산의 겨울안개가
마른 메아리로 녹을 때까지.
2008.12.16.오후 20시
*우무실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무릉3리지명 우물이 난다고 유래됨
*설귀산(雪龜山) :영월군 수주면에 위치
중방동 위에 있는 산이다. 주천 구누터에서 바라보면 거북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형상이다. 산 전체가 푸른 소나무 숲으로 뒤덮여 있는데 불정사(佛精寺)쪽은 꼬리 부분이 된다. 겨울철 눈이 내리면 마치 흰거북이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이 보인다.
자료출처 :월간 조선문학 2009년4월호 통권 216호에서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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