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I MUA I KA NOA-11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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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1일

만우절이다.

내가 아는 모든 손님에게 모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모두에게 사랑한다라고 이야기 해줬다.

 

2004년 4월7일

한국에서 떠난지 딱 일년째 되는 날이다. 

공교롭게도 미국 오기 전 헤어진 주희에게서 오늘 처음으로 메일이 왔다.

그녀는 오는 겨울에 콜로라도 덴버로 유학을 온다는 말을 전했다.

한국에서 공부하던 Make-up을 전문적으로 공부해 이곳에 Shop을 차리고 싶다는 꿈도 한자락 비쳤다.

그리고 아직도 가끔씩 내가 사뭇치게 보고프다며 일년동안 묻어 두었던 내 묵은 그리움들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그녀와 지낸 한국에서의 5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 갔다.

갑자기 못 견디게 아주 많이 그녀가 그리워진다.

그 모든 사랑스웠던 추억들이 너무도 절절히 그리워 져서 한참동안을 침대 한켠에 웅크리고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 묻고 있어야 했다.

 

'그래 주희야,너도 정말 힘든 강을 건너고 있구나.
네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지 못해 너무도 미안하다.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자면 한도 끝도 없을테고 그저 나도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말밖엔.
슬픔을 서둘러 추스릴 필요는 없다.
눈물이 흐른다면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어도 좋을 거다.
그리고 추억은 간직할 수 있을 만큼 그대로 남겨 두어도 좋을 거다.

잘 지내렴,내 소중했던 사람아.'

 

나는 결국 그녀에게 이 답신을 하지 못했다.

 

2004년 4월11일

요즘같은 행복한 나날은 내가 태어 나서 처음인것 같다.

매일 평균 두세방은 꼭 보는 것 같다.

술에 쩔어 매일 일어나 헛구역질을 한다.

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돈을 만질 수 있지 않은가?

빚을 갚고 있지 않냔 말이다!

 

이곳 하와이는 여느 호스트바와는 달리 시스템이 독특하다.

물론 팁을 주는 손님도 있지만 규정상 여기는 팁이 없다.

손님이 사주는 술이 곧 돈이다.

기본 샷 한잔에 20불,그리고 샴폐인은 200불부터 기천불까지.

그리고 내가 50%,가게가 50%의 비율로 매일 커미션이 정산된다.

-하지만 매니저 팁을 10%정도 지불해야 하니 실수익은 판매액의 40%이다.-

 

난 그 지긋지긋한 가난이 혐오스럽다.

그리고 그 견딜 수 없이 비참했던 패배자의 나날은 더더욱 소름끼친다.

그래서 오늘밤도 한잔의 샴폐인에 내 영혼을 아낌없이 팔 예정이다.

 

2004년 4월12일

오늘 이 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게이 파트너가 되었다.

겁도 나고 궁금하기도 하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여러 부류의 사람들 중 이 사람만 게이였는데,이곳에서 클럽도 가지고 있고 산꼭대기 집에 헬리콥터까지 가지고 있는 엄청 유명한 부자라고 했다.

시간이 흘러 감에 내가 생각했던 게이들의 이미지에는 전혀 위배되는 아주 박식하고 점잖은 사람임이 느껴 졌다.

무난한 테이블은 두시간여만에 파장이 났다.

제프리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형 저 게이가 100,000불 주면 한번 할거야?"

나는 곧바로 버럭 화를 냈다.

"내가 너냐?"

그리고 집에 돌아와,나조차 꽁꽁 숨겨둔 내 깊고 깊은 새하얀 진실을 보았다.

나는 양성애자도 아니고 동성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창남,몸을 파는 남자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제프리가 말하는 저 돈,누가 저 돈에 나를 사주지도 않겠지만 나는 저 돈이 참 만지고 싶다.

아니 저 금액의 반,반의 반이라도 누가 좀 날 도와 줬으면 좋겠다.

 

이건 마치 불가의 선문답같기도 하다.

이렇듯 나는 겉으로는 교만하고 내 속은 늘 이렇게 추악하다.

 

2004년 4월24일

미국에서 처음 맞이 하는 내 생일이다.

오후 늦게 잠에서 깨니 그동안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Channel J12 텐포인트가 내 오른쪽 손목에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머리맡에 놓여진 그녀의 생일 카드.

사랑하고 사랑한다고,늘 자기옆에 있어 줘서 너무너무 고맙다는 그녀의 예쁜 마음들이 그 작은 카드 한장에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너무너무 행복해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순간 작년 멕시코,그 감옥같던 모텔방에서 홀로 보낸 내 스물여덟번째 생일이 갑자기 떠올랐다.

89센트짜리 마루찬 컵라면 두개가 내게 주어진 최대의 호사였던 일년전 오늘.

그렇게 나는 보석 박힌 샤넬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감회에 젖어 있었다.

 

가게에선 내 목에 겹겹의 레이가 걸려 졌다.

그리고 오늘 우리 가게의 모든 손님들은 내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무슨 꿈을 꾸는 것 같은 만화같은 하루였다.

이곳 운명의 섬 하와이에서 나는 이렇게 스물 아홉이 되었다.

 

 

 

 

to be continue...

 

 

 

 

출처 : CLUB OSHALE LION
글쓴이 : OSHALE LI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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