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1일
올해는 꼭 호스트를 그만 두리라 맹세했다.
제발 인간답게 좀 살고 싶다.
더이상은 불특정 다수에게 상처 받지 않고 살았음 좋겠다.
그리고 이제 제발 좀 그만 숨어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
시나리오가 끝날때까지만 버티자.
이를 악물고 버텨 보자.
2006년 1월3일
지오에게서 전화가 왔다.
복 많이 받으란다.
그도 곧 하와이를 떠날 것 같다고 했다.
L.A에 외삼촌이 의류공장을 운영하시는데 그곳에 취직이 되었다고 한다.
박스를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하게 될거라는데,그게 맞다 지오야!
축하한다,내 동생.
보고싶다,모두들.
2006년 1월4일
손님이 걸려도 꼭 이렇다.
67세 할머니다.
내 어머니보다 나이가 많다.
게다가 배는 세겹으로 접히고 입술은 보톡스를 잘 못 맞아서 비정상적으로 부어 있다.
자꾸 내 셔츠안에 손을 집어 넣고 등을 만진다.
속이 메스껍다.
눈물이 글썽인다.
하지만 살아 남아야 한다.
어떻게든 오늘을 살아 내야 한다.
2006년 1월7일
오늘도 홀로 맨하탄을 걷고 있다가 흘러 들어간 32가.
그래,오랫만에 설렁탕 한그릇 하자 싶어 들어간 감미옥.
이 집도 참 변한게 없다.
밥을 먹으며 교차로를 뒤적거리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힘껏 뒷통수를 때린다.
2년전 야반도주 가게 사장형이다.
벌떡 일어나 그 자리에 얼어 붙어 아무말도 못하는 나를 의자에 앉히더니 젓가락 하나를 휘어 손가락 사이에 끼운다.
그리고는 특유의 살벌한 무표정으로 그것을 내 양미간 사이로 들이 민다.
갑자기 후두둑 떨어 지는 통한의 눈물들을 주체할 수가 없다.
-다행히 어중간한 시간이라 손님이 저멀리 한테이블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거리며 몇초간 바라본다.
그런데 갑자기 젓가락을 거두고 대신 냅킨 한웅큼을 건네며 씩 웃는다.
어안이 벙벙하다.
몇달 전 제프리에게서 이자 5000불을 받아 내었다며 과거는 오늘부로 다 잊어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힘들면 연락하라며 명함 한장을 휙 던지더니 도로 나가 버렸다.
HUGE,QUICK,SAFE
Utill Heaven
문구가 참 에로틱하다.
아웃콜 명함인줄 알았는데 뒤를 돌려 보니 사채다.
저 형님,보기 보다 로맨티스트인 것 같다.
그동안 이 핑계 저 핑계로 연락을 하지 못했던 제프리.
그에게서 걸려 오는 전화도 내 상황으로 구차한 변명을 만들어 한 통도 받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그가 갑자기 너무도 그립다.
하지만 나는 끝끝내 그에게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내가 아직도 이렇게 살고 있으니 도저히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2006년 1월15일
이 할머니 정말 미친 정신병자 스토커다.
하루에 전화를 백통이고 이백통이고 받을 때 까지다.
내가 안 받으면 주변 사장,마담,웨이타까지 모두 싸잡아 괴롭힌다.
화도 치밀지만 무섭다.
그리고 미치도록 슬프다.
2006년 1월17일
가게에서 진평이와 함께 철권연습을 하며,대기실을 지키고 있는데 하와이 지오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공항이라고 곧 떠난다고 말이다.
호스트는 이제 정말 끝이라고.
너무너무 기쁜 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너무 부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너무도 서글픈 마음이 들어 애꿎은 진평이를 한참을 괴롭혔다.
2006년 1월19일
정말 내가 짐승같이 느껴 질 때가 하루이틀이 아니다.
규정 인원을 넘어 선 어두컴컴하고 더러운 숙소에서 눈을 떠서 할머니 전화 받으며 목소리 높여 싸우는 내 모습을 보았다.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이게 인간의 삶인가?
진짜 밑바닥 중의 밑바닥이다.
창녀들보다 더 하위 직군,이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 내가 있다.
청년의 젊음을 팔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삶.
이렇게 살아 남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참 비참의 극치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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