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사변' 태그의 글 목록 (2 Page)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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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버섯이라고... 

 

 

 

 

 

 

 

 

 

 

 

 

비는 그치고  아직 젖은 벤취에

노란 혀가 나무틈을 타고 있다

 

절반 정도 찾아낸 그리움이며

숨어 있던 노란색은  선명하다

 

 

 

 

 

 

 

 

 

 

 

 

 

 

 

 

 

 

 

 

 

 

 

 

문 / 임경림


오래 닫아만 둔다면
그건 문이 아니야.
벽이지.
열기 위해
잠시 닫다 두는 게 문이야.
벌서는 아이처럼
너무 오래
나를 세워두지 말았으면 좋겠어.
본래 하나였던 세상.
나로 인해 나누어진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야.
안과 밖이
강물처럼 만나
서로 껴안을 수 있게
마음과 마음이
햇살 되어
따뜻이 녹여줄 수 있게
이제 그만
나를 활짝 열어주었으면 좋겠어.

 

 


 

 

 

 

 

 

 

 

 

 

 

 

 

 

 

 

 

 


 Harem - Sarah Brightman


 

 

 

출처 : 다다의 방
글쓴이 : dad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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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정 / 문혜진


너의 입술에 내 작은 앵초 빛 입술을 포갠다 달싹인다
떨고 있군 후후 애벌레 같은 혀가 들어와 내 입속을 휘젖
는다 애호랑나비 애벌레 끈적한 타액이 입 언저리로 줄줄
흘러넘친다 뺨은 불타고 안구가 위로 쏠린다 파닥이는 하
얀 물고기, 칼, 잘린 손가락이 둥둥 떠다닌다 너의 손가락
이 나의 꽉 다문 입 안에서 끈적하게 움직인다 아득해지는
의식 천연 각성제인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되어 맥박이 빨라
지고 은사시나무 숲, 총, 고라니가 획 지나간다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터지는 망아지의 탄식, 튀어 오르는 송어 떼, 가
랑비 소리, 다리를 타고 아교처럼 흘러내리는 끈적한 즙액
이제 그만 눕고 싶다 조금 더 천천히 달빛에 몸을 맡기고
무아가 될 때까지 사랑도 게임처럼 호모루텐스적 연애, 감
정에 쉽게 빠지면서도 늘 회의적이었던 것은 본래 감정이
휘발성이란 생각, 감각의 비늘을 세우고 몸의 여러 채널
들을 동시에 열어 에로틱한 놀이를 즐기면 되는 걸까 나
방과 나비는 몇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암컷을 느낀다
후각이 퇴화된 인간이여 보라! 보고 상상하라 보는 것이
믿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을 즐겨라 피와 눈물을 동반한
열대성 고기압 사랑 호르몬은 육체를 잠식한다



홍어

내 몸 한가운데 불멸의 아귀
그 곳에 홍어가 산다

극렬한 쾌락의 절정
여체의 정점에 드리운 죽음의 냄새

오랜 세월 미식가들은 탐닉해 왔다
홍어의 삭은 살점에서 피어나는 오묘한 냄새
온 우주를 빨아들일 듯한
여인의 둔덕에
코를 박고 취하고 싶은 날
홍어를 찾는 것은 아닐까

해풍에 단단해진 살덩이
두엄 속에서 곰삭은 홍어의 살점을 씹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젊은 과부의 아찔한 음부 냄새
코는 곤두서고
아랫도리가 아릿하다

중복 더위의 입관식
죽어서야 겨우 허리를 편 노파
아무리 향을 피워도 흐르던
차안此岸의 냄새

씻어도 씻어 내도
돌아서면 밥 냄새처럼 피어오르는 가랑이 냄새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밤
붉어진 눈으로
홍어를 씹는다



문혜진-
1976년 경북 김천 출생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와 한양대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8년  《문학사상 》 등단
시집 『질 나쁜 연애』『검은 표범 여인』등



발칙하고 거침없는 그리고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글이다
때론 소통이 안 되는 행들, 좋은 시로 선정했다기보다
화자의 시집을 읽으며 많이 충격적이었다 예리한 감각
이긴 했으나 모든 독자에게 설득력을 원하긴 무리이지
싶다 고정관념에서 이탈한 글들을 읽으며 취향은 모두
똑같을 수 없을 테지만 개인적으로 어리둥절했다 하면
고리타분한 발상일까? 아무튼 무례하고 폭발적인 글들
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렸으나 신선했다 (최정신)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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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함께하는 시인들 The Poet`s Garden
글쓴이 : 유현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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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지지 않고 살려는 이에게

 

 권정우

 

다람쥐는 참나무에게

빚진 것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빚지지 않으려 도토리를

식단에서 빼지도 않는다

빚을 도토리로 갚지도 않는다

참나무에게 갚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빚은 사는 이유가 된다

갚을수록 느는 빚

자식이란 이름의 사랑스런 빚처럼

 

다람쥐는

이 나무 저 나무에 빚지고도 잘 산다

 

빚지지 않고 살려는 것만큼

큰 빚을 지는 일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권정우<허공에지은집>애지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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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은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출처 : ironcow6200
글쓴이 : ironcow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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