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I MUA I KA NOA-14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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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3일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주희가 하필 그 시기에 나를 떠난 이유를.

하지만 부모 핑계따윈 내가 원하는 사랑에는 아주 많이 위배가 된다.

뭔가 타당성이 부족하다.

어색하다.

주희가 갑자기 아프리카에 드나 드는 많은 여자들과 별반 다를게 없이 보였다.

 

내가 파랑새를 쫒아 그렇게 허덕였던 지난 한국에서의 오년은 갑자기 휑하니 날아가 버린 느낌이 들었다.

순간 주희 얼굴에 도현이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2004년 7월4일

주희와 함께 그 유명한 하나우마베이를 찾았다.

너무도 화창해서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새파란 하늘이다.

바다 빛깔도 너무나 맑았고 오묘한 에메랄드 빛으로 잔잔히 출렁인다.

둘다 처음으로 스노클링을 해보았다.

처음엔 둘이 손을 꼭 잡고 입수를 했는데 어느 순간 주희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얕은 곳에서 잘 놀고 있길래 나는 용기를 내어 좀 더 멀리 산호초 지역으로 발을 저었다.

처음 만나는 바닷속 그 엄청난 광경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의 크기도 각양각색이다.

그 순간 내 눈앞에 느릿느릿 유영을 하며 지나가는 엄청난 크기의 바다 거북이.

태어나서 거북이를 처음 만난 순간이다.

그것도 태평양 바닷속에서.

너무도 벅찬 느낌에 심장이 터질듯 요동친다.

그 소리를 전해 들었는지 그 100년도 더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거북이가 나를 한번 흘끔 쳐다 본다.

더욱 더 감격스러워진 나는 황급히 고개를 물에서 빼고 지척의 주희를 부르기 시작했다.

큰소리로 몇번을 부르니 나를 쳐다 보는 것도 같다.

손짓으로 빨리 오라고 급히 제스쳐를 취했다.

그리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 가니 그 할아버지 거북은 벌써 저멀리 산호지대 속으로 뒷 모습만 보인다.

나중에 그녀가 도착했다.

그렇게 주희는 이 거북을 끝내 만나지 못했다.

 

2004년 7월5일

주희가 내 다이어리안에 있던 나도 보지 못한 도현이의 포스트 잇 메모를 발견 해 버렸다.

-자기야,아침 해놓고 나가요.나 샌프란시스코 간 사이 한눈 팔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요.많이많이 사랑해요.

어쩌면 나 자신보다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요.알려 줘서 고마워요,이런 기분.잘 다녀 올께요,My hero.-

가슴이 철렁하며 내려 앉았다.

주희가 울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도 참을 수 없이 북받쳐 오름을 느꼈고 이내 폭포수같은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렇게 눈물로만 한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러고도 우린 한참을 서도 미동도 없이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또 삼십분이나 흘렀을까?

그제서야 나는 용기를 내어 내 지난 모든 이야기들을 그녀에게 할 수 있었다.

나의 모든 이야기를 들은 그녀가 더더욱 그자리에 굳어 버렸다.

그렇게 또 한시간여가 흐르자 또다시 주희가 울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울리는 초인종.

불길한 예감이 메두사의 뱀들처럼 전신을 휘감아 온다.

주희도 울음을 그쳤다.

그때 누군가 키를 꽂았다.

이내 문이 열렸고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도현이였다.

하늘이 조각조각 갈라지고,땅이 끝도 없이 꺼지는 느낌.

눈앞이 노래졌다.

순간 일분여간의 정적이 영겁의 무게로 느껴 졌다.

우리 셋은 그렇게 아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내 조용히 닫히는 문.

도현이가 먼저 그 정적을 깨고 돌아 섰다.

 

어느새 어둑어둑 해진 밤.

난 주희를 이끌고 소주를 마시러 갔고,그 다음은 기억이 없다.

 

2004년 7월6일

주희가 한국으로 돌아 갔다.

간밤의 나는 그렇게 소리를 질러 댔다고 한다.

미친사람처럼 말이다.

 

나는 너 필요없다고,꺼지라고.

제발 내 인생에서 사라져 달라고.

나 도현이 너무 많이 사랑한다고.

넌 제발 꺼지라고 말이다.

 

몇일사이 많이 야위어 버린 주희는 마지막까지 눈시울이 촉촉해져 그렇게 비행기에 올랐다.

아마 이 생에서의 마지막 만남이였으리라 생각하니 숨을 쉴 수 없이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2004년 7월7일

옷장에서 그녀의 박스들이 사라 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아 버렸다.

이십구년동안 내게 씌워져 있던 큰 자물쇠 하나가 덜컹 하며 내려 앉는 순간이였다.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가 아마 이 느낌이였으리라.

태어나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라 나도 깜짝 놀라고 또 놀랐다.

발가 벗겨 진 듯 극심한 수치심도 들었으나 뭔가 너무도 투명하고 시원한 큰 바람이 순식간에 내 전신을 훑고 간 것 같은 실로 최초의 순간이였다.

 

누가 나에게 면죄부를 주었는가?

아무도 나에게 거짓의 면죄부를 허락한 적이 없다.

절대진리는 단 하나이다.

적정히 나자신과 타협하고 언제나 거짓만을 진실이라 울부짖던 내 자신이 한순간에 온전히 느껴 졌다.

부끄럽고 부끄러웠지만 더이상 숨을 곳이 없었다.

발가 벗겨져 갈갈히 공중분해되는 것 같다.

하지만 차라리 처음 느껴 보는 이 기분이 더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to be continue...

 

 

 

 

 

출처 : CLUB OSHALE LION
글쓴이 : OSHALE LI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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