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I MUA I KA NOA-3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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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1일

 유수의 한국 언론들에게 이런 우리의 사정을 메일로 띄워 도움을 요청했다.

녀석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없다.

 

초이스는 여전히 안되고 있고 그나마 깍두기(Helper)로 하루 평균 50불씩은 벌고 있다.

매일 매일 치욕의 나날들이다.

그래도 오늘 그동안 꼬깃꼬깃 모은 300불을 통역관을 통해 두 동생들에게 넣어 주었다.
 

2003년 6월9일
 오늘 드디어 한곳에서 답신이 왔다.
MBS `시사수첩 SOS'팀이였다.

 

2003년 06월09일 저녁 8시 44분 30초 +0900
죄송합니다.
저 나름대로 그리고 데스크진과 상의하느라 답변이 늦었습니다.
출발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단 다음주 일요일 방송에 다른 아이템을 하기로 하고,
오늘부터 부랴부랴 착수에 들어갔습니다.
이유는 섭외가 잘 안됐을 경우 현지에 가서 자칫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입장에서는 해외 출장비가 부담되는게 현실입니다.
몸조심하시구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갑자기 내가 누구인가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나는 과연 어느 나라 사람인가?

나는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과연 내가 속해 보호받을 수 있는 울타리는 어디엔가 존재하긴 하는 걸까?
나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길래,우리는 도대체 누구이길래 이렇게 모두가 우리를 외면 하는 것일까?
나는..우리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쓰레기인가?!

 

 

2003년 6월30일
남성접대부.
호스트 바에서 일하는 이른바 우리같은 선수를 비교적 점잖게 풀이 해 놓았다는 우리말이다.
아주 상스럽다.

퇴폐적이다.

이런 우리 남성접대부를 대하는 한국사회의 시선은 그네들이 만든 저 이름처럼 상당히 곱지 못하다. 
 

하다못해 몸 파는 여자에게도 싸구려 동정은 있다.
그러나 우리 남성접대부는 막말로 인간쓰레기 취급을 받을 뿐이다.

남성접대부가 과도한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남성중심 사회의 집단적 질투심 때문이다.
남성 자신들은 유흥과 매춘문화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대도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애인, 누군가의 부인 하다못해 술집여자라 해도 나아닌 다른 남성과 놀아나는 꼴은 보기 싫은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접대부는 같은 남성이지만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킨다.
이유는 돈도 벌고 재미도 볼 수 있다는 순진한 선입견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호스트의 현실은 어떨까.
영혼이 아닌 젊음을 담보로 삶을 갉아먹는 가장 밑바닥 직업에 불과할 뿐이다.
그나마도 한번 발을 딛는다면 빠져 나오기 힘든 세계다.

 

나는 우여곡절끝에라도 어쨋거나 미국땅을 밟았다.
물론 힘겹고 고통스러운 불법 체류자 최악의 호스트의 현실이다.
하지만 수감된 내 동생들은 MMC의 생활이 교도소보다 더 열악하고 하루하루가 악몽 같다고 한다.
수감자가 50여명인데 모두 멕시코인이고 동양인은 동석,정대 단 두 명.
매일 엄청난 구타가 가해지고 있단다. 
동석이는 팔, 다리 골절상을 입기도 했고 결핵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 입퇴원을 반복할 정도라고 한다.

나는 내 동생들을 돕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국내 여러 언론사와 미국 영사관 등에 간절히 도움도 요청했었다.
하지만 밀입국자 그것도 소위 남성접대부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솔직히 허황된(?) 꿈에 부풀어 우리들 스스로 벌인 일이다.
게다가 남성접대부를 하러 미국까지 오다 그랬으니 당신네들은 고생 좀 해도 된다고 생각해도 그만이다.

-개개인의 피비린내 나는 절절한 사연들은 냉정히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누구라도 인생에서 한번쯤 타인의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때가 있을 것이다.
단지, 우리가 호스트라는 이유만으로 단지 이 하나의 이유만으로 더이상은 냉혹하게 이 세상에서 버림받지 않았으면 한다.

 

 

2003년 7월4일
결국 나의 힘으로는 그들을 구해 줄 수가 없었다.

예상된 결과였다.
나 자신조차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이 상황에 내가 과연 누구를 책임질 수 있겠는가.
무너지고 무너졌다.

괴로움에 발버둥을 쳤다.
그때 룸메이트 제프리가 조그마한 분홍색 알약 한알을 슬며시 내게 건낸다.
아무말없이 물끄러미 그를 쳐다 보았다.
엑스타시라고 했다.
나는 더이상 아무런 질문없이 물도 없이 그 분홍색 마법의 알약을 단숨에 꿀꺽 삼켰다.

 

 

2003년 7월7일

죽다가 살아 났다.

정말 심각히 몇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것 같다.

그동안 몇알이나 털어 넣었을까?

십수알은 되는 것 같다.

다들 나보고 미친놈이란다.

Over Drug Monster.

Bad Trip을 경험했다.

다른 차원이 시작되었다.

온 벽이 피로 물들고 모든 사람들이 다른 차원의 형광 괴물로 보였다.

숨이 끊어 지려고 하기를 몇번.

나는 꼼짝할 수 없이 열 몇시간을 침대에 한자세로 누워 있었다.

 계속 어린시절이 리와인드되었다.

 움직일 수 없고 말도 할 수가 없는데 뜨거운 눈물은 하염없이 베개를 적셨다.

 

2003년 7월8일
잔인한 운명은 이렇게 인간을 조롱하곤 한다.
내가 평소 마음 속 저 깊은 곳에 움켜쥐고 있던 마지막 자존심.

 그 따위는 어느 한 순간 전혀 무용지물이란 것이 여지없이 드러 나고 말았다.

전혀 예상 불가했던 나의 삶의 순간들.

지금 눈 깜짝할 새에 나를 후려 갈기고 지나가는 그 진실이 미래의 어느날에는 또 남김없이 인과율의 법칙으로 나의 눈 앞에 촤르르 펼쳐질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두었던 사람들에게는 목전에 자신의 삶 전체가 한 순간에 다시 보인다는 그런 얘기도 있던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끔찍한 생각도 든다.

시대를 잘못 꿈꾼 者의 강박일까?
철저한 개인주의 자본주의 시대의 암울한 삶.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이 질퍽한 냄새를 피할 수 없다.
나의 이야기가,우리의 이야기가  同세기를 사는 다른 모든 이들에겐 이런 냄새는 아예 인연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런 냄새를 모르고 평생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모든 것은 필연을 가장한 우연일 뿐이다.

 

 

2003년 7월19일
몇날 몇일을 약으로 지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죽어 버리자라고.
몇날 몇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샜는지 모르겠다.

어떤 것이 현실인지 내가 도대체 어떤 공간에 속해 있는 것인지.

나를 완전히 놓아 버렸다.

약값이 떨어진 오늘.
배가 너무 고파 집 바로 옆 맥도날드 주변을 한참을 서성거렸지만 주머니 속엔 단 돈 일불짜리 하나 없다.
그동안 꼬깃꼬깃 모아둔 쌈짓돈까지 약값으로 다 써버린 게다.
길거리에 널부러진 거지들이 오늘따라 예사롭지 않게 눈에 들어 왔다.
이러다 저렇게도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아이러니하게 또 약생각이 났다.
현실속에서는 외로워 괴로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이제는 더이상 이 매트릭스를 맨정신으로 견딜 여력이 없단 말이다. 

 

 

2003년 7월20일
BAD TRIP
보지말아야할 세상을 본 아이들.
일그러진 열차의 맨 뒷자석에 앉아 여행을 떠난다.
두렵고 무서운 세상,맺지 말았어야 할 인연들.
지금 내가 보고있는 세상은 환상이 아니다.
내 기억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
이 처절한 현실속의 또렷히 투영되는 핏빛 미래.
짓밟으며 뒤돌아 보지 말아야 올라서는 정상.
그 끝에는 결국 아무것도 없을텐데,지독하게도 얽혀있는 잔상.

 

 

2003년 7월23일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나랑 함께 늘 대기실 신세를 지던 제프리가 넌지시 내게 뉴욕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에 맨하탄에 같은 갱단 출신의 자기 고향 선배가 호스트바를 하나 오픈하는데 거기로 갈 생각이 없냐는 것이다.
재고의 여지도 없다.
어서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마법의 알약을 받던 그 날처럼 아무말없이 난 그저 고개만 몇번이고 끄덕여 나의 대답을 전했다.
망가질데로 망가진 나의 자아와 부폐할데로 부폐한 나의 영혼을 위해서라도 어서 떠나고 싶다.

예전에는 천사가 살았다던 이 도시.

이제는 온갖 악마들이 점령해버린 이 도시,로스엔젤레스를 간절히 떠나고 싶다.

 

 

2003년 7월31일
초분자상태의 우주는 그렇게 나와 하나였다.
원자분해로 내가 흩어지고 또다시 뭉쳐지며 난 그렇게 그들의 의지속에서 질서를 지켜왔다.
모든건 그저 순리대로 흘러가는 끝없는 팽창과 소멸.
난 항상 그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기억이라는 영혼의 찌꺼기를 무슨 신의 커다란 선물인양 착각하며 그들에 대한 의구심을 또다시 어설픈 경외심으로 애써 지워 버린다.

지금 내가 속한 이 시공간.

이제껏 쌓아 왔던 모든 것이 흩어져 버려 도대체 내가 누구인지 모를 지경이다.

 

애써 자위 한자락.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이라고,거대한 우주의 섭리 속에 아직 내 차례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나즈막히 되뇌여 본다.

하지만 어디에도 탈출구는 없다.
이렇게 착각과 비겁함 속에 누적되는 업보.

더이상의 비상은 없다.
풀어야 할 실타래도 더이상은 없다.

평상심이라.
색즉시공 공즉시색.
난 그저 되돌아 가고 싶다.
그저 간절히 원래 그 자리로 되돌아 가고 싶다.

 

 

 

to be continue..

 

 

출처 : CLUB OSHALE LION
글쓴이 : OSHALE LI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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