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I MUA I KA NOA-4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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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3일
나는 점프로 들어 온 불법 체류자의 신분이다.
그래서 비행기는 탈 수가 없다고 한다.
혹시 내 여권에 비자가 없다는 게 발각이 되면 나는 한국으로 강제추방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욕까지의 대륙횡단을 결정했다.
어쨋거나 이곳을 벗어 나야 한다.
제프리가 렌트카를 알아 보고 왔다.
헌데 돈이 없다.
이곳에 값을 돈도 아직까지 얼마가 남아 있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2003년 8월5일
뉴욕 가게에서 부탁했던 전도금이 도착했다.

제프리의 힘이 컸다.
서둘러 가게 빚을 정리하고 가장 싼 VAN을 렌트 했다.
갑자기 '신밧드의 모험'이 떠 올랐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또다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2003년 8월10일
43시간동안의 대이동.
우리는 그렇게 대륙횡단의 신기록을 그 좁은 밴안에서 세웠다.
CALIFORNIA→ARIZONA→NEWMEXICO→TEXAS→OKLAHOMA→MISSOURI→ILLINOIS→INDIANA→OHIO→PENNSYLVANIA→NEWJERSEY→NEWYORK
총 2956마일.
거의 3000마일의 거리,열두개의 주를 무박3일동안 돌파.
주유하고 식사하는 시간만 빼고 운전을 했다.
다음에 다음에 찬찬히 모두 다시 내 두 눈에 고이 담아 주마 다짐하고 다짐했다.
쉬지도 않고 번갈아가며 열몇시간씩 운전하느라 너무도 고생한 제프리에게 가슴으로 따뜻한 우정을 건낸다.

 

그리고 소감 한자락. 

미국.

참 넓다.

이렇게 큰 땅이 있으리라고는 이런 감흥은 예전에 상상도 못해 보았다.

달리는 내내 하늘끝과 땅끝을 볼 수가 없었다.

실로 가슴 벅찬 엄청난 경험이였다.

 

2003년 8월14일
집착이였고 욕심이였다.
그렇게 며칠밤을 끙끙 앓고서야 내린 결론이다.
그래,미련없이 털자.
쓴 웃음만이 공허하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으련다.
그래도 나는 L.A에서 많은 것들을 깨우치고 떠나왔다.
타국에서 바라본 내 조국의 알몸.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네들의 척박한 현실.
앞으로 새롭게 각색해 나가야 할 나의 인생.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많은 젊은 몽상가들에게로의 충고.
처음 미국땅을 밟고는 가게 일은 힘이 들어도,철없는 아이처럼 마냥 신이나 시간이 날 때마다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베버리힐스,할리우드,선셋.
그 밤거리를 걸으며 한국에서 부터 워낙 말로 많이 듣고 영상으로도 자주 본 장소에 나의 `실물'이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허나 나는 이곳에서도 그저 구경꾼에 불과했다.
저 화려한 거리속 어디에도 나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융화되고 흡수되기는 커녕 점점 더 동떨어져 가는 낮선 이질감만이 얼룩졌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사개월남짓한 시간을 보내면서 난 무언가 가슴속에 해소되지 못하고,소화되지 못한 큰 덩어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바로 우리의 사회,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인생이고,내 삶이라는 것이다.

 참 난제다.

 

2003년 8월15일

꿈의 도시 뉴욕.
맨하탄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난 전쟁을 예감했다.
쉴새없이 울려대는 경적소리.
거리거리마다 넘쳐나는 사람들.
확실히 L.A의 그것과는 확연히 틀렸다.
날씨의 변화가 무딘 L.A에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느슨해지기만 했는데,이곳은 전장(戰場)이다.
어둡고 컴컴하고 냄새나는 맨하탄의 지하철역을 사랑한다.
나는 이곳 맨하탄에서 또다시 비상을 준비한다.

 

 

2003년 8월16일
흔히들 "뉴욕"이라고 부르는 곳은 정확하게 얘기하면 "뉴욕시"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뉴욕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뉴욕스테이트를 얘기하는지 뉴욕시에 대해 얘기하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뉴욕시는 다시 5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진다.
Bronx, Brooklyn, Queens, Manhattan, Staten Island.
그리고 바로 뉴욕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이 실리거나 보여지는 곳이 이 5개 구역중에서 맨하탄(Manhattan)이라는 곳이다.
이 5개 구역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그렇게 불리어 지는 곳이다.
흔히들 County 라고도 하는 곳인 것이다.

 

 

2003년 8월17일
눈을 뜨니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거리를 내려다 보았다.

시덥잖게 눈물이 흐른다.
비오는 뉴욕의 거리와 건물들이 갑자기 내 몸을 훑고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비오는 편의점에서 분위기 있게 차 한잔?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집밖으로 나가 창이 큰 세븐일레븐에서 빗소리와 함께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잔잔한 스팅의 음악.
그의 중저음의 나직한 톤을 좋아하기로 했다.
편의점 한구석에 아주 오래된 포스터가 한장 걸려 있었다.
제임스 딘이 외투 깃을 세운채 담배를 비스듬히 물고 비오는 뉴욕 타임 스퀘어를 걸어오는 모습.
이 오래된 사진 한장처럼 우리의 기억은 아이콘들로 가득 차 있고 그 배후에는 아련한 그리움이 있다.
가끔 음악보다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사람의 마음보다 살갗이 그리울 때가 있다.
집에 돌아와 비가 왔던 하늘을 보니 어둡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믿고 싶지 않다.
뒤돌아 보고 싶지도 않고 더이상 젠장할 눈물을 흘리고 싶지도 않다.
이렇게 오늘 뉴욕에서 처음 비를 맞았다.

 

 

2003년8월22일
뉴욕에 도착한 이후로 돈을 하나도 벌지 못했다.
일주일동안 첫날만 단 한 테이블의 손님이 있었다.

우리 가게는 맨하탄에 있는 유일한 한인 호스트바다.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오판이였다.
대부분의 룸싸롱은 플러싱에 있고 그들은 그 지역 호스트바를 찾지 굳이 40~50분을 달려 맨하탄까지 잘난(?) 우리들을 보러 오지 않는 것이다.
끝임없는 고난이다.

 

 

2003년8월23일
사장한테 외모에 대한 신랄한 평가를 받았다.
하루종일 거울을 보았다.
안경을 벗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조깅을 시작했다.

 

조금 느꼈다.

난 불평불만뿐인 돼지 안경잽이,최악의 호스트였다.

그래,그랬었다. 

이제 알겠다.

사장말대로 나는 백돼지다.

 

2003년8월27일
어머니 생신이다.
다른건 아무 것도 해드릴 수가 없었기에,어제 그저 축하 메일 한통을 보냈을 뿐이다.
어머니에게서 답신이 왔다.

 

보낸날짜 2003년 08월 27 10시 31분 53초 +0900 (JST)
철종아
네 메일을 보았다
이제 정말 뉴욕에서는 마지막 기회다 생각하고
있는 힘을 다하여 열심히 하여서
너도 이렇게 건실한 일에 정상적으로 열심히 살수있다는 것을 보여다오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니 더더욱 좋구나

엄마는 다음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지않다
굳이 태어나야 한다면 바람이고 싶다
어디에도 메이지 않는 바람이고 싶다
내가 죽어도 화장을 해서 바람에
훨훨 날려 보내 주었으면 한다
어디에도 다시는 메이고 싶지 않다
이런 참담한 삶을 절대로 다시는 살고 싶지 않다

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엄마의 말을 명심하여
시간을 아껴서 공부하여 실력을 기르고
운동도 열심히 하여 몸도 만들고
마음도 새롭게 다시 태어나 진실되게 살아라
엄마를 진실로 생각한다면 엄마의 이 말들을
네 평생의 지침으로 간직하고 살아라

그래도 네가 이제 새롭게 새길을 잘 걸어가는것 같아
엄마도 마음이 좋구나
엄마의 지금까지의 이 어려움을 갚아주는 것은
네가 건실한 삶을 안정된 삶을 살아주는 것이다
몸조심하고 마음 흐트려트리지말고
단단하게 잘지내거라

 

몇십번이고 되 읽었다.
나는 어머니께 뉴욕에서 델리가게에 취직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영어학원도 다니고 있다고  또 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 메일을 연 순간부터 시작된 나의 통한의 눈물은 몇시간이고 그칠 줄을 몰랐다.

 

 

2003년 9월3일
미국 오기 직전 헤어진 주희가 너무도 보고 싶었다.

나는 도대체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Creep
-Radio head

When you here before
네가 이곳에 있었을때

couldn't look you in the eye
난 널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었어.

You're just like an angel
넌 정말이지 천사같은 존재야.

your skin makes me cry
네 모습만 봐도 난 울게 돼.

you float like a feather in a beautiful world
넌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속에서 깃털처럼 떠다니는데 말야.

i wish i was special
나도 특별한 놈이었으면 좋겠어.


you're so fucking special
넌 정말이지 끝내주게 특별해.

but i'm a creep
하지만 난 흉물스러운 놈이야.

i'm a wierdo
미친놈이라구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빌어먹을, 도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i don't belong here
난 이런덴 어울리지도 않는 놈인데 말야.

i don't care if it hurts
상처가 된다고 해도 상관없어.

i wanna have control
자제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i wanna perfect body
멋진 놈이 되고 싶어.

i wanna perfect soul
속알맹이까지 완벽한 놈이 되고 싶다구.

i want you to notice
when i'm not around
내가 없을때 네가 그걸 눈치챌 수 있다면 좋겠어.

you're so fucking special
넌 정말이지 환장하게 특별한 존재야.

i wish i was special
나도 그래봤으면 좋겠어.

but im a creep
하지만 난 변태같은 놈이야.

im a wierdo
미친놈이라구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하는걸까.

i don't belong here
난 이런 곳엔 어울리지도 않는 놈인데.

she
she's running out again
she's running out
she run run run
그녀가.. 그녀가 또 달려나가고 있군. 달려나가고 있어.
그녀가 달리고 있어.. 달려..

whatever makes you happy
너를 기쁘게할 그 무엇이라도 있다면

whatever you want
너가 원하는 모든 것을..

you're so fucking special
넌 그렇게 특별한 존재니까.

i wish i was special
나도 그렇게 특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여기서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냐구.

i don't belong here
i don't belong here
난 이런데 있을만한 놈이 아니야.
여긴 나와 맞지 않는 곳인데...

 

 

2003년 9월6일
나쁜 소식은 여전히 손님은 없고 빚은 점점 늘어만 간다.
좋은 소식은 2kg감량에 성공했다.
내일도 죽어라 뛰어야 겠다.

그리고 동네 개들이 그만 좀 짖어 줬으면 좋겠다.

 

 

2003년 9월9일
이겨내야 한다.
그동안 얼마나 길고 험난한 길을 달려 왔던가.
견뎌내야 한다.
"직장상사가 마음에 안든다고 언제나 도망칠래?"
누군가의 따뜻한 충고 한마디에 기억의 촉수를 더듬어 본다.
상대방의 흠집찾기에만 혈안이 되었던 지난날.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추악함을 반성한다.
나를 포기하고 쓰러지고 싶었던 나약함.
그런 몇번의 강렬한 유혹에 흔들렸던 날.
눈물로 반성한다.

언제나 허황된 계획들을  입버릇처럼 주절거려보지만 언제나 나의 각오는 그 끝이 휘어져버린 한여름날의 사탕수수같은 것이였다.
그래서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졌던 긴장국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제는 정말 날카로운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진짜 각오가 필요하다. 

내가 무너지면 내 가족 모두가 무너지는 것이다.

어금니가 바스라지도록 이를 꽉 물었다.
 

2003년 9월11일
내 눈에 비친 요즈음의 뉴욕의 하늘은 온통 먹구름으로만 가득차 있는듯 하다.

언제나 내가 잊고 있었던 평범함.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꿈들을 존중한다.
이제는 그들의 끈끈한 사람냄새를 맡고 싶다.

 

 

2003년 9월13일
'그래,날자, 날자,제발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가게 옥상에서 담배를 피다 하마트면 뛰어 내릴 뻔 했다.

그래봤자,5층이였지만 말이다. 

 

2003년 9월16일
한달동안 한 방도 보질 못했다.
내가 못난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오픈 가게가 한달동안 총 테이블 다섯개도 받지 못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정말 너무너무 힘들다.
제프리와 함께 있는 돈 없는 돈을 털어 32가 감미옥에서 설렁탕을 한그릇 먹고 나오는데 한인 정보지 '교차로'가 벤치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다.
생각없이 이리저리 뒤적이는데 재미있는(?)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하와이 여성전용 클럽 아프리카
선수모집 00명
808-688-6550

 

그순간 제프리와 눈이 마주쳤고 우리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그곳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to be continue...

 

 

 

 

출처 : CLUB OSHALE LION
글쓴이 : OSHALE LI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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