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I MUA I KA NOA-5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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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21일
두꺼운 안경은 예전에 벗었다.
그리고 이곳에 온 후 한달동안 매일매일 달린 결과로 오늘까지 총 6kg감량에 성공했다.
나는 꼭 달라 질테다.
나는 결코 패배자가 아니다!

 

 

2003년 9월22일
금방 전화를 주겠다던 하와이에서 오늘에서야 전화가 왔다.
비행기 티켓팅은 해주나 전도금은 좀 곤란하다는 것이다.
가슴이 일순간 서늘해 졌지만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티켓팅만 조속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이야기를 했다.
 

2003년 9월23일
그래,결심했다.
나도 안다,이 얼마나 치졸하고 야비한 인간 쓰레기의 행동인지 말이다.
몇천번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만,이번에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기로 했다.
딱 한번만 눈 감자.
나중에 다 갚으마,나중에 내가 벌어서 꼭 다 갚으마.

오늘밤이다.
제프리와 나는 우리가 이곳에 오기 전에 미리 당겨 쓴 전도금과 이곳에서 늘어난 빚,총 5000불을 남겨 두고,야반도주를 결심했다.

들키면 어쩌나,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다.
잡히면 아마 사장형은 나를 총으로 쏴 죽일 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나는 이곳에 넘어 온 기록도 없는 점프자이다.
이 큰 땅덩어리에서 나하나쯤 죽이는 것은 예삿일도 아닐 게다.

별의 별 상상에 벌써부터 심장이 멎는 듯 해서 우황청심환 생각이 자꾸 났다.

돈이 없을땐 별게 다 먹고 싶다.

 

 

2003년 9월24일
오늘 우리 둘은 휴무를 잡았다.

다들 출근한 새벽 한시.

얼마되지 않는 옷가지를 재빨리 꾸려  살금살금 집을 나섰다.

자꾸만 들킬지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다.

누구도 다시 돌아 올 일이 없다는 걸 아는데도 그랬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며 맨하탄까지 택시를 타고 나왔다.

가게 근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밑에서 잠시 서성이다 급히 다른 택시를 갈아 타고 Newwark공항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사장형 눈치가 빨라 혹시 모를 미행을 대비해 일부러 맨하탄까지 가게 가는 척 나온 것이다.
공항까지는 무사히 도착했다만 이제부터가 또 걱정이다.
나는 내 여권에 비자가 없다.
그런데 신분증도 패스포트밖에 없다.
고로 비행기를 탈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겐 더이상의 선택권이 없다.
잡히면 그냥 눈 딱 감고 수감소 살다 조속히 강제추방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건 정말 도박이다.
하지만 내겐 더이상 그 어떤 선택권도 없다.

 

 

2003년 9월25일
기적처럼 나는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검색원은 그저 내 여권 제일 첫장의 사진만을 내 실물과 대조할 뿐 비자가 붙어 있어야 할 뒷장은 넘기지도 않았다.
천운이다,이번 하와이행은 정말 예감이 좋다.

완벽한 New Guy가 되는 거다.

절대 그 무엇에도 기죽지 말자.

주문을 외고 또 외웠다.

 

그리고 13시간의 비행시간동안 제프리와 나는 그동안 못나눈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1977년 11월19일 강원도 정선 산골에서 태어 난 그는 저날 이후 곽홍식란 이름을 얻고 이년이 채 안되어 미국 텍사스의 달라스란 곳으로 이민을 가게 된다.
그렇게 그는 그곳에서 갑자기 제프리가 되었다.
한국에서의 기억은 아예 없다.
그가 생각하는 그의 모국어는 영어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생활하는 그의 부모님의 영어는 형편없었다.

이상하고 이상했다.
그런 부모님에게서 한국어라는 것을 배웠다.
밖을 나가면 누구도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
그래서 점점 알지도 못하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짜증나고 싫어 졌다 했다.
초등학교를 들어 가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조금씩 알게 되며 처음 혼란이 찾아 왔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한국인?미국인?
둘다 아닌것 같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이 호스트라는 직업을 시작하기 전 살아가며 만난 그의 친구 대부분은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이곳에서 태어난 하얗고 혹은 까만 아이들이다.
그들에게 제프리는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그는 순수히 그들의 친구이기를 원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수없는 괴리감을 느꼈고 은근한 차별도 맛보았다.
그러면서도 어느 한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반쪽짜리로 살아가고 있는 그를 중학생이 되며 점점 더욱 크게 느끼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럴때면 그는 그가 속하고 싶었던 소위 주류 그룹에게는 극한의 슬픔의 용기로 무장한 커다란 허세로 그의 존재를 부풀렸다.

그가 인정하기 싫었던 곰보엄마같은 한국이란 존재에게는 시간이 지날 수록 메달리고 싶었다고.

하지만 차마 보일 수 없는 나즈막한 신음을 되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부인하는 모습으로만 일괄 대변하며 여태껏 감추고 살았었다 했다.

제프리는 어려서부터 동생과,아버지께서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이민 후 지금껏 평생 해오신 페인트일을 도왔다고 했다.
그런데 열여덟살이 되던 해 무더운 여름 어느날.

 그 페인트 냄새가 갑자기 너무 역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도 역시 아버지가 엉터리 액센트로 바락바락 백인들과 싸우는 모습이 너무도 진절머리가 났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두살 어린 친 남동생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
그리고 주변에 신세가 비슷한 또래 한국친구들과 함께 갱단을 조직했다고 했다.
형님들을 만나며 규모가 커져 갔다.
그는 거의 매일매일을 다른 외국 갱단과 싸움을 하였다고 했다.

그런 류의 싸움은 거의 인종적 자존심때문에 벌어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고 했다.
그리고 각종 누구를 막론하고 원하는 모든 이에게 마약을 팔았다 했다.
그는 무엇이라도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어떻게 해서든 늘 아버지를 무시하던 그 하얀인간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 가고 싶었다.
아니,그들을 끝까지 인정해 주지 않는 그 인간들을 어떻해서든 뛰어 넘어 보려 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년이 흘렀다.
친구들 동생들과 함께 어느 정도 그 바닥에서 자리도 잡았다.
그런데 어느날 클럽에서 약에 쩔은 백인 꼬마 녀석들과 거래를 하던 중 사건은 일어 났다.
약을 받고 뒤돌아 서며 그를 원숭이같이 생겼다며 빈정거리던 그 꼬마 녀석들을 그 자리에서 죽을 만큼 때리고서야 번쩍 정신이 들었다.

-제프리가 박진영을 많이 닮았다.-
경찰 사이렌 소리를 뒤로 하며,그렇게 그는 로스앤젤레스로 도망쳐 왔다고 했다.
예전부터 약 수급문제로 잘 아는 한국 갱단 형님에게 연락을 취하자,친구가 운영하는 한국 호스트 클럽이라는 곳에 잠시 숨어 지내라 했다고.
그렇게 완벽한 한국 커뮤니티에 속해 보기는 태어나 처음이였다라고 했다.
한국말도 잘 못해 매분매초가 어색하기 짝이 없는 그 와중 멕시코에서 넘어온 나와 룸메이트가 된 것이다.

매일매일 싸워가며 한방을 쓴 몇달동안 한국말이 부쩍 늘었다면서 내게 고맙다고 어깨를 툭 친다.
그리고 어떻게 하다 보니 귀신에 홀린 것처럼 L.A에서 뉴욕으로 대륙횡단을 하게 되었고 그리고 지금 뉴욕을 야반도주하여 하와이까지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고마웠다.

이런 이야기를 모두 해주는 제프리가 지금 내 곁에 있는 그가 너무도 고마웠다.

이 친구도 가슴에 한이 참 많은 인간이구나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동변상련 코끝이 찡해져 왔다.
그리고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이다.

 

 

 

 

 

 

to be continue...

 

 

 

 

출처 : CLUB OSHALE LION
글쓴이 : OSHALE LI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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