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상태를 세컨드 윈드(second wind) 또는 러닝하이(running high)라고도 한다.
운동능력이 한계에 가까와 오면 인체는 고통으로 중지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이를 개무시하고 계속 달리게 되면 인체가 모든 기능을 동원하여
체온, 심장박동, 혈행, 산소수급의 균형을 스스로 맞춘 결과이다.
죽지 않으려고 몸이 알아서 이렇게 해준다니 인체의 신비가 놀랍기는 하지만...가끔은 죽는 사람도 있다는 게 함정이다!
등산과 관련된 사이트나 블로그 등을 서핑하다 보면 저 '사점'이라는 타업계 전문용어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들은 우리 인생과 그럴싸하게 비교해가며, 사점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극복하라 비장하게 외치고는
되도록 빨리 사점을 통과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똑똑한 등산이 내 몸을 살린다]의 저자 야마모토 마사요시는 등산 중 사점에 관한 언급이 없다.
오히려 최대 심박수의 75% 정도를 유지하며 약간 힘들 정도로 천천히 오를 것을 누차 강조한다.
이러한 방식의 운동을 '최대하 운동(最大下 運動)'이라 하며, 저자는 등산을 전형적이고 이상적인 최대하 운동이라 규정하고 있다.
저자의 모든 말이 절대불변의 진리일 수야 없고,
등산에서의 사점에 관하여 그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언급이 없으니 알 수 없지만
몸에 오는 부담은 차치하고라도 내 주관적인 느낌은 이렇다.
등산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레이스가 아니다. 토벌군에 쫓기는 빨치산처럼 산에 오를 현실적인 필요가 있는가?
세컨드윈드의 유혹이 아니더라도 산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이다.
빨리 올라야 할 이유가 있다면 꾸준한 등산으로 전편에서 설명한 '마이 페이스'를 올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지 않을까…….
아마도 야마모토씨는 이렇게 말 할 것 같다.
사점? 난 반댈세.
그리고 등산은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오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
#02 등산과 피로_02 내리막길에서의 피로
등산(登山).
단어만 봐도 산을 '오르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어서 그런지 초보자의 경우는 내리막길을 우습게 아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가끔 TV에서도 하산시 무릎충격 이나 사고위험 같은 것에 대해 소개를 하니 어느 정도 경각심은 갖고 있지만
내리막길에서의 피로감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경우는 숙련자라도 드문 것 같으니 그 원인을 알아보자.
내리막길에서도 피로는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내리막길에서의 피로는 어떤 의미에서는 오르막길에서의 피로보다 훨씬 심각하다.
왜냐하면 사고 발생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本文 中)
먼저, 산을 올라가는 것과 내려오는 것은 전혀 다른 운동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평소 트레이닝을 하고자 한다면 계단오르내리기가 좋다. '오르기'가 아니다. '오르내리기'다)
산을 오를 때는 중력을 거스르고 자신의 신체를 들어 올려야 하기 때문에 근력을 써야한다.
이 때문에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산소가 필요하고 이는 곧 폐와 심장의 부담, 젖산의 축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내려 갈 때는 위치에너지가 곧바로 운동에너지로 이용되므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 없으니 폐와 심장이 널럴해진다.
내리막길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자전거로 내리막길을 내려가 듯 에너지 사용이 제로가 되지는 않는다.
적당한 속도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근력을 발휘하여 속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긴 언덕길을 내려갈 때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本文 中)
등산을 하면 하체의 근육 중 주로 쓰이는 근육은 크게 허벅지 앞 쪽 근육, 장딴지 근육, 정강이 쪽 근육 인데
특히 허벅지 앞 쪽 근육을 많이 사용하고 이를 '대퇴사두근'이라 한다. (중요하니 외워두자)
대퇴사두근
이 대퇴사두근이 오르막길에서는 길이가 줄어들면서 힘을 내는데, 이러한 수축은 평상시에도 자주 일어나는 지라
근육 손상이 적고 반복 사용해도 근력저하율이 작으며 회복이 빠르다.
하지만 내리막길에서는 대퇴사두근의 길이가 늘어나면서 힘을 쓰게 된다.
운동의 결과도 역시 반대다.
근육 손상이 많고 근력저하율이 크며 회복도 느리다. 일상에서는 자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육통의 원인은 내리막길에 있다.
평소 등산을 자주 하는 사람은 다리 근육(대퇴사두근)이 단련되어 있기 때문에
장시간 산행에도 근육이 손상되지 않고 근육통을 일으키는 경우도 드물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등산을 하는 사람은 며칠간 근육통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는 내리막길에서 근육이 손상되어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CPK는 근육세포가 파괴되면 혈액 속에 나타는 물질인데 그래프를 보면 오르막길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지만
내리막길에서 크게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르막길에서 심폐기능에 미치는 부담은 숨차고 가슴 두근거림으로 쉽게 피로감을 인식하지만,
내리막길에서 근육 손상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근육통으로 나타나므로 내리막길은 편하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혈중CPK(크레아틴산 분해 효소)농도
근육 손상을 입으면 혈중 노폐물(질소화합물)을 처리하기 위하여 신장에도 부담을 주게 되므로
근육통을 일으킬 정도의 등산은 결코 좋은 등산이라 할 수 없다.
또한 근육이 손상을 입게 되면 등산 중에 넘어지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내리막길에서 대퇴사두근의 '늘어나면서 쓰는 힘'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오르막길 보다 더 급격하게 근력이 떨어진다.
근력이 떨어지면 체중을 지지하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조금만 중심을 잃어도 넘어지게 된다. (本文 中)
내리막길에서의 착지 충격.
내리막길에서 관절이 받는 충격량은 이제 초보자들도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 같다.
하지만 충격이 피로로 작용하는 메카니즘은 잘 모르고 있다.
체중의 두세 배에 해당하는 힘이 한쪽 다리에 걸리게 되고 무릎 같은 관절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충격을 대퇴사두근이 밀어내야 한다.
따라서 반복되는 내리막길 걸음으로 근력저하와 함께 착지충격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체중을 지탱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땡칠이 모드로 산에 쫓아 올라 갔다가 끝이 없을 것 같이 후달리는 하산을 하고는 며칠을 끙끙 앓고,
결국은 나중에 또 등산가자! 하면 손사레를 치게 되는 것이다.
그럼...초보자는 어쩌란 말이냐.
헬쓰라도 끊어 대퇴뭐시긴지 하는 다리근육 키우기 전에는 산에 가지 말라는 말인가.
물론, 등산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평소 체력관리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내가 앞서 말했잖냐. 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고.
등산에 있어서 가장 좋은 트레이닝은 등산이다.
왠지 괜찮아 보이는 이 말은 저자가 트레이닝에서 특이성의 법칙을 설명하며 한 말인데, 막 가져다 미리 써 먹어 본다.
결론은 등산을 해서 단련하면 된다.
1.고양이처럼 사뿐하게 내리막길을 걸어 무릎으로 전해지는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라.
-평소 계단을 내려 갈 때도 이렇게 걸어야 대퇴사두근의 '늘어나면서 쓰는 힘'이 키워 진다.
산에 오면 숙달된 조교의 시범을 볼 수 있다.
2.보폭을 줄이고, 돌계단에서는 최대한 높은 곳을 딛는다.
-등산 금언 중 '오를 때는 낮은 곳을, 내려갈 때는 높은 곳을 딛어라'라는 말이 있다. 금쪽같은 말이니 초보자는 반드시 주워섬길 것. (특히 오르막길에서 천천히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지친다면 급경사에서 보폭을 줄일 것. 보폭을 줄이는 것이 곧 낮은 곳을 딛는 것이다.)
3.스틱을 사용하여 체중과 충격을 분산하고 속도를 줄여 준다.
-소홀해 지기 쉬운 팔 운동에도 도움이 된다.
4.배낭을 가볍게 한다.
-사실 초보자에겐 배낭을 가득 채울 장비가 없긴 하지만...
5.체중을 줄여라.
-과체중이라면 무리하지 않는 꾸준하고 규칙적인 등산으로 감량이 가능하다.
6.완만한 하산로를 선택하라.
-내리막길 뿐 아니라 처음 등산계획 부터 자신의 체력에 맞는 산(코스)을 택해야 하는데 초보자가 이를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초보자는 가급적 79동기산악회 놔두고 혼자 다니지 말 것.
위 4가지 방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 새로운 맛은 없지만 산에 갈 때 항상 유념해야 하고
특히 1,2번은 몸에 밸 정도로 숙련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러기 위해 평소 계단에서 이런 연습도 추천하는 바이다.
본인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저런 보행법은 대퇴사두근의 ‘늘어나면서 쓰는 힘’을 키워 준다.
계기판보다 단 한 번의 느낌을 믿었다가 바다에 빠져죽은 조종사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런 착시 현상이 내게도 있었다 바다를 하늘로 알고 거꾸로 날아가는 비행기처럼 한 쪽으로 기울어진 몸을 수평 비행으로 알았다가 뒤집히는 비행기처럼 등대 불빛을 하늘의 별빛으로, 하강하는 것을 상승하는 것으로 알았다가 추락하는 비행기처럼
그가 나를 고속으로 회전시켰을 때 모든 세상의 계기판을 버리고 딱 한 번 느낌을 믿었던 사랑 바다에 빠져 죽는 일이였다 궤를 벗어나 한 없이 추락하다 산산이 부서지는 일이였다 까무룩하게 거꾸로 거꾸로 날아갈 때 바다와 별빛과 올라붙는 느낌은 죽음 직전에 갖는 딱 한 번의 황홀이었다.
‘버티고’는 착시로 인한 대표적인 비행착각을 말하며, 의학용어로는 ‘현훈(眩暈)’이라고 한다. 바다 위를 비행할 때 자신과 비행기의 자세가 뒤집어진지도 모르고 바다를 하늘로 착각하고 거꾸로 날아가는 현상이다. 해상비행은 육상비행과는 달리 항공기의 위치를 참고할 수 있는 지형지물의 참조점이 없는데다, 야간 비행 땐 밤하늘의 별빛과 해상의 선박 불빛을 혼동하는 비행착각이 일어나기 쉽다. 여객기의 경우는 저속비행에 계기 의존도가 높고 부조종사가 있어 착시현상을 쉽게 회복하지만, 전투기는 혼자 고속시계비행을 하므로 종종 사고가 발생한다. 높은 중력 상태에서 수평감각을 잃은 조종사가 바다를 향해 뛰어들기도 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비행 상태를 수평비행으로 착각하여 중력가속도에 따라 떨어지기도 한다.
전투기 조종사라면 누구나 다 비행착각을 겪는다. 대부분 정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그 상태에서 빠져나오지만 피할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할 경우도 있다. 전투기 조종이란 처음부터 본질적인 위험을 수반하고 있고, 조종간을 잡는 그 순간부터 목숨 담보의 모드로 전환되는 것이다. 만약 ‘버티고’로 인해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일단은 과실이 아닌 인체 감각기관의 한계 탓으로 봐야한다. 계기에 의존하지 않고 순전히 자신의 감각만을 믿고 의지해 사고를 유발하는 자발적 버티고의 경우도 드물게 있긴 하지만, 이런 유형의 사고를 무조건 일방적인 과실로 몰아가는 것은 순직한 조종사에 대한 대단한 무례라 하겠다.
지상에서의 사랑도 ‘버티고’에 빠져들 때가 있다. ‘그가 나를 고속으로 회전시켰을 때 모든 세상의 계기판을 버리고 딱 한 번 느낌을 믿었던 사랑 바다에 빠져 죽는 일’이라니 어떤 상황을 의미할까. ‘궤를 벗어나 한 없이 추락하다 산산이 부서지는 일’, ‘거꾸로 날아갈 때 바다와 별빛과 올라붙는 느낌은 죽음 직전에 갖는 딱 한 번의 황홀’ ...이거 아무래도 자발적 '버티고'의 혐의가 짙다. 이미 다 예상하고 인지한 사실인데, 불가피한 상황에 의한 ‘버티고’라 하기엔 무리일 것 같다. 이거야말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가 아니고 무언가. 하긴 현혹과 착시 현상은 사랑의 본질적인 위험이기도 하다. 어쩌랴, 그 조종간을 잡는 순간 계기판과 매뉴얼 보다는 자신의 감각을 믿는 게 참사가 날지언정 사랑의 속성인 것을. 골프(G) 오스카(O), 골프(G) 오스카(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