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태그의 글 목록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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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法

 

 

 

 

                                  by김초혜

 

 


 

 



 
 
    사랑법 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서가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 함인 것을 압니다. 나의 눈물이 당신인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감추어두는 숨은 뜻은 버릴래야 버릴 수 없고 얻을래야 얻을 수 없는 화염(火焰)때문임을 압니다. 곁에 있는 아픔도 아픔이지만 보내는 아픔이 더 크기에 그립고 사는 사랑의 혹법을 압니까. 두 마음이 맞비치어 모든 것 되어도 갖고 싶어 갖지 않는 사랑의 보를 묶을 줄 압니다. 詩/김초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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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도(靑山道)

         

        by 박두진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청산도(靑山道)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 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 골짜기 서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 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 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 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찌면 만나 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띠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 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詩/박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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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온 것들이 내 안에 가득하다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by이대흠

               


               

               

               
               
                지나온 것들이 내 안에 가득하다 - 호삼에게 산에 오르면 산으로 가득 차야 하건만 마음의 길은 자꾸 떠나온 쪽으로 뻗는다 세상 밖으로 가지 못한 바람 불고 추억은 소매치기처럼 떠오른다 사람의 말들이 이슬로 내리던 밤이 있었다 그 밤에 그 남자와 그 여자와 밤을 새웠다 나는 외로워지고 싶어 자꾸 지껄였다 그 여자는 가늘었다 가는 여자 가버린 여자 그 남자는 흘러갔다 흘러간 남자 홀로 간 남자 그 여자를 나의 길(道)로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 남자를 나의 길(道)로 믿었던 적이 있었다 가는 것들이 나를 갉아 나는 자꾸 작아진다 구슬처럼 작아져 나는 왔던 길로 거슬러 가지 못한다 헉헉대며 굴러온 세월 오래 된 인간의 말들이 돌 되어 길을 막곤 했다 세상이 나보다 더럽게 보여 깨끗한 극약을 가지고 다닌 적이 있었다 저지르고 싶어 팔 무너지고 싶어 이 집은 그 집이 아니야 그 집은 어디 갔지? 나는 왜 자꾸 철거당하는 걸까? 산 깊어 길 없고 지나온 길들이 내 안에서 실타래처럼 풀린다 이 언덕은 미끄러워 자꾸 나를 넘어뜨린다 감자처럼 궁구는 내 몸뚱이 세월은 비탈지구나 그러나 세상을 믿어 나는 괴로웠다 하루가 지나면 하루만큼의 상처가 남고 한 사람이 지나가면 한 사람만큼의 상처가 남는다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건 씹다 뱉는 희망보다 얼마나 큰 선물인가 노래를 부르며 나는 걷는다 생의 뒷장을 넘기지 못하고 세월이여 불행으로 삶을 엮는 사람의 죽음은 불행인가 무엇이 지나온 길을 내 안에 묶어 두는가 詩/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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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를 기다리며

                             by 천양희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기차를 기다리며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긴 길인지 얼마나 서러운 평생의 평행선인지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차역은 또 얼마나 긴 기차를 밀었는지 철길은 저렇게 기차를 견디느라 말이 없고 기차는 또 누구의 생에 시동을 걸었는지 덜컹거린다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차를 기다리는 일이 기차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며 쏘아버린 화살이며 내뱉은 말이 지나간 기차처럼 지나가 버린다 기차는 영원한 디아스포라, 정처가 없다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기차역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기차역을 지나간 기차인지 얼마나 많은 기차를 지나친 나였는지 한번도 내 것인 적 없는 것들이여 내가 다 지나갈 때까지 지나간 기차가 나를 깨운다 기차를 기다리는 건 수없이 기차역을 뒤에 둔다는 것 한 순간에 기적처럼 백년을 살아버리는 것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차도 기차역을 지나치기 쉽다는 걸 기차역에 머물기도 쉽지 않다는 걸 詩/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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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금(奚琴)을 읽다/임경묵]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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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금奚琴*을 읽다 거추장스럽구나! 발모가지 위의 것들 댕강 자르고 뿌랭이만 남은 오반죽烏斑竹 도드라진 마디가 바람을 듣네 꽝꽝한 적막을 조금 구부려 슬근슬근 목울대 당기는가 잠시 숨 고르더니 뿌연 어둠을 켜네 뜨거운 방언方言이 물큰 쏟아지네 풀숲에서 다람쥐눈물버섯을 찾다가 길 잃은 고라니 한 마리 부드럽게 고부라진 외길에 서서 헛헛한 종아리로 밤새 달빛을 헤집네 고라니 꼬랑지는 자꾸 안개를 뿌리쳐 산벚, 산벚은 허리춤에서 분분히 꽃잎을 놓아주었네 길은 한껏 길어지다 멀어지는가 봉분처럼 어두운 달의 뒤편에는 굽이굽이 아흔아홉 길도 들어 있다고 대숲에 기댄 늙은 안개가 마을로 내려가는 외길을 다독이는 밤 허공을 베어 먹은 활의 허리에 지금쯤 설화說話가 무르익었을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해금: 향악기에 속하는 찰현擦絃악기의 하나. 詩/임경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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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나의 아내/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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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아내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면 살며시 차 한 잔을 끓여다 주는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매일 나의 거울을 닦아주고 늘 서방님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소유의 식민지 명분은 우리 집안의 해 나를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내 성씨와 족보를 이어주는 아내 오래전 밀림 속에 살았다는 한 동물처럼 이제 멸종되어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절대 유용한 19세기의 발명품 같은 오오,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詩/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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