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행·사랑·자유/책 BookS' 카테고리의 글 목록 (25 Page)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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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지지 않고 살려는 이에게

 

 권정우

 

다람쥐는 참나무에게

빚진 것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빚지지 않으려 도토리를

식단에서 빼지도 않는다

빚을 도토리로 갚지도 않는다

참나무에게 갚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빚은 사는 이유가 된다

갚을수록 느는 빚

자식이란 이름의 사랑스런 빚처럼

 

다람쥐는

이 나무 저 나무에 빚지고도 잘 산다

 

빚지지 않고 살려는 것만큼

큰 빚을 지는 일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권정우<허공에지은집>애지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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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 꼬마 신랑아 
                빛고운 김인숙
가끔 너도 
내 생각하니
어릴 적 내 꼬마 신랑아
엄마 아빠 놀이에
해 저무는 줄 모르고
너는 아버지 안경 쓰고
아버지 구두에 모자 쓰고
내 신랑 노릇 참 잘했었지
넌 아빠 난 엄마
이제 이만큼 커서
어른이 되었는데
지금 보아도 너는 내가
여전히 그때처럼 좋을까
우리가 혹시 
길에서라도 만난다면 알아볼 수 있을까
어릴 적 내 꼬마 신랑아
부디 어디서든 행복하게 잘 살렴.   
 
  

출처 : n 고운산악회
글쓴이 : 하이마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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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代/서봉교

 

 

음력 구월 보름날

사자산 법흥사 앞마당에 서면

들려 오는 아부지 음성

1930년대 봉양면 미당리 어디에서

면서기를 지내시다 재산 다 놔두고

사재*로 이사 와서는

어떤 이름 모를 놈들이 조치법 몇 번 할 때

우리 땅 다 주워 먹었다고

간도도 찾아야 겠지만

잃어버린 우리 땅도 찾아야 한다고

하시던 할아부지 말씀과

백년광산에서 일하시다 젊은 나이로 돌아가신 할아부지랑

열 두 살 먹어 6.25동난 난리날 때

겨울 피난 가다가

얼어죽은 작은 고모,큰아부지는 국국으로

작은 큰 아부지는 의용군으로 잡혀간 얘기

홀어머니랑 천둥 벌거숭이로 살다가

열아홉에 지원해서 군대 갔다가 제대 후

맨주먹으로

이만한 재산을 다시 일궈 놓았다고

그런 부모들 세대의 일들을 잊지 말라고

법흥사 황금장송 사이로 불어오는 솔바람이

자꾸 아부지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 다 죽고 나도

절대,절대로 잊지는 말라고.

 

출처: 월간 조선문학 2010년12월호에서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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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기다리며

 

 

                천양희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긴 길인지

얼마나 서러운 평생의 평행선인지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차역은 또 얼마나 긴 기차를 밀었는지

철길은 저렇게 기차를 견디느라 말이 없고

기차는 또 누구의 생에 시동을 걸었는지 덜컹거린다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기차를 기다리는 일이

기차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며 쏘아버린 화살이며 내뱉은 말이

지나간 기차처럼 지나가 버린다

기차는 영원한 디아스포라, 정처가 없다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기차역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기차역을 지나간 기차인지

얼마나 많은 기차를 지나친 나였는지

한번도 내것인적 없는 것들이여

내가 다 지나갈 때까지

지나간 기차가 나를 깨운다

 

 

- 『열린시학』2010.겨울호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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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원조교제 / 박종인

 

  

  낙원동 골목으로 들어섰어 성냥갑에서 빠져나온 성냥개비들, 모두 불씨를 안고 있었지 누군가 스치기라도 하면 확 불붙을 참이었어 우리는 술렁대는 어둠을 피해 불꽃 피울 곳을 찾았지 여기저기 기웃대다 원조라고 우기는 집으로 들어섰어 삶의 뒷마당이 보이더군 평생 식탐으로 배를 채운 아귀는 파도를 몇 섬이나 삼켰을까? 성냥개비가 불꽃을 피며 식탁 중앙에 놓인 커다란 아귀에 불을 당겼어 솟구치는 매운 감정이 냄비 속에서 펄펄 끓었지

 

  어시장 좌판에 널린 녀석의 뱃속에서 조기가 튀어나오고 곰삭은 가자미의 눈알이 튀어나오고 설익은 파도 한 장 꼬챙이에 끌려 나왔지 독은 아귀의 입술에 있다고 노파가 말했지만,

 

  순식간에 大자 아귀 한 마리를 해체했지 잇몸이 근질근질한 입들 화끈 타올랐어 元祖가 援助가 될 때까지 몇 사람이 뼈째 씹혔어 이빨보다 더 무서운 입술이었지 식탐으로 쌓아올린 生의 골격은 생각보다 물렁했어 아귀의 눈물 같은 것이 굶주린 탐욕 사이로 꺼져갔지 입은 하나의 커다란 무덤이었어

 

<시산맥> 2010. 겨울호

 

 

 

박종인 시인

 

전북 무주 출생

한국 방송통신대학 국어 국문확과 졸업

제9회 산림문화작품공모전 대상

2010년 <애지>로 등단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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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같은 세상

 

 

손세실리아

 

 

 연변작가 초청 행사를 마치고 우르르 몰려간 남북횟집, 소설 쓰는 리선희 주석이 본국에서 가져온 술을 꺼내 따르더니 답례주라며 한 입에 탁 털어 넣으란다 혀끝에 닿기만 해도 홧홧한 65도의 술을 요령 부리지 않고 받아 마신 우리 측 작가 몇은 이차도 가기 전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투항했는데 환갑이 낼모레인 이 아무개 시인도 예외는 아니었던지 취기에 휘청이며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중얼거린다 "사는 게, 사는 게 말이지요. 참, 좆같습니다" 고단하다 팍팍하다도 아닌 좆이란다 하고많은 것 중에 하필 좆같단다 쓸쓸하기 그지없다

 

  이튿날 대관령을 넘어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마침 밥 때가 되어 꿩만두 요리로 소문난 문막식당에 가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통유리 너머 마당에서 수놈 시추 한 마리가 발정난 거시기를 덜렁거리며 암놈 시추 꽁무니를 하냥 뒤쫓고 있다 간절하고 숨찬 열정이다 뒤집어 생각하니 좆이란 게 죽었나 싶으면 어느새 무쇠 가래나 성실한 보습으로 불쑥 되살아나 씨감자 파종하기 좋게 텃밭 일궈놓는 짱짱한 연장이지 않던가 세상살이가 좆같기만 하다면야 더 바랄 게 무에 있겠는가 그 존재만으로도 벌써 엄청난 위안이며 희망이지 않은가

 

  연인의 자궁 속을 힘껏 헤엄쳐 다니다 진이 빠져 땅바닥에 퍼져버린 수놈의 축 늘어진 잔등을 암놈이 유순히 핥아주고 있다 하, 엄숙하고도 황홀한 광경이다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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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1달러라도 교회에 가져 갈 땐 커 보이고 가게에 가져갈 땐 작아 보인다.

 

                                                                                                                                                                                                         -F.C.

출처 : ironcow6200
글쓴이 : ironcow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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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만해 한용운 생가를 다녀오다..

 

어디를 정해두지않고 여행을 다녀올때가 있는데 운전을 하다가 좋으면

차를 세워서 사진을 찍거나 그곳에 유명한곳을 물어찾아가거나 지도를

보면서 찾게되는 경우가 많은데 구석구석 돌아다니다보니 더 자세히 알수있어서

좋지만 헤매이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기에 가끔씩 이렇게

다니다보면 후회할때가 있곤하지만 여행을 떠날때는 계획없이

떠날때가 더 많다... 좋은표현을 빌리자면 내 여행의 습관이라고 할수있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런 계획없이 다니는 준비되지않은 여행자라고 할수있다..^^

서산 간월암을 가기위해 움직이던중 만해 한용운생가와 백야 김좌진의생가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고 집에 올라갈때 저곳을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간월암으로 향했는데 함께 간월암에 간 사람한테

가보자고 하고 싶었는데 그때쯤이면 차가 많이 밀려 피곤할거같아서

가자고 말을 못했는데 기왕에 그렇게된거 같이 가자고해볼껄 하는 아쉬움이든다

 

 

만해체험관과 함께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생가지집터 그리고 왼쪽으로는 만해 한용운을

모셔놓은 사당과 나즈막한 야산에는 민족시비 공원이 있었는데 그곳에선 민족시인이라고

불리우는 학교다녔을때 외웠던 기억이 나는 시와 함께 한용운의 복종이라는 시가 적힌

시비를 볼수가 있으며 만헤 체험관에는 님의 침묵의 대표적인 만해의 시를 비롯하여

그의 철학세계를 반영하는 60여점의 유물들이 전시되어있어서 그동안 책으로만 통해 들은

만해 한용운에대해서 더 자세히 알수있는 기회가 된듯해서 더 유익한 여행길이 된듯하다

 

 

 

 

 

 

가파르지도않은 나즈막한 산길에 만들어진 민족시비길은 그동안 학교다닐때

한두개정도는 암기를 했을 눈에 익은 시들도있었으며 차곡차곡 읽혀가는 시속에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불끈 두손에 힘이 가득 들어감을 느껴본다..

 

 

 

 

 

 

 

 

 

 

 

 

우연히 찾게된 만해 한용운의 생가에서 그동안에 잊혀졌던 한용운의 민족사랑과함께

학교다닐때 외웠던 님의 침묵을 떠올려보면서 속으로 외워본다..

 

 

출처 : 난 바람될래
글쓴이 : 바람될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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