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행·사랑·자유/책 BookS' 카테고리의 글 목록 (24 Page) :: 록키의 나만의 세상
728x90

겨울, 무주

허영둘

 

 

지우개 같은 눈 내려

가뭇한 젊은 날은

지워지고 없었네

 

눈을 감기는 눈발에

잉크 바랜 기억들마저

연신 흩어져

 

지독한 무화無化, 숨죽인 침묵의

대평원에서 나는

흐린 생각을 닦으며

옛날의 그것을 더듬어 보네

 

어디쯤일까

청보석 하늘

마당에 빨갛게 가을이

머물던 그곳은

 

 

출처 : 삶을 시처럼 시를 삶처럼
글쓴이 : 유진 원글보기
메모 :
반응형
LIST
728x90

 

 

 

[고운]은 최치원님의 호이기도하지만

우리 고운산악회를 창립하기전 제가 영주의 고찰 고은사을 방문하고

느끼는바가 있어

산악회 이름을 [고운산악회] 명했슴을 알려 드립니다.

2011년안에 꼭 우리 고운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방문할 마음입니다.

출처 : n 고운산악회
글쓴이 : 겨울바다 원글보기
메모 :

.

.

.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이세상

...주막에 들러 술한잔 나누며

...세상사 입방아나 찧어보세나

...어차피 덧없는것이 인생이려니

.

.

.

반응형
LIST
728x90

국화차/박이화



오랜 연인이 마주 앉아
국화차를 우린다

더 오래는 꽃과 하나였던 향기가
그러나 마른 꽃잎 속에서
말라붙은 눈물처럼 깡말라가던 향기가
다시금 따뜻한 찻물 속에서
핑그르르 눈물 돌 듯 그렁그렁 되돌아왔다
마치 한 순간도
한 몸이었던 걸 잊은 적 없는 것처럼

선을 넘는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
수천 번 으깨고 짓뭉개도
끝내 서로를 버리지 못하는 꽃과 향기처럼
보내지도 돌아서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그대도 도리 없는 꽃일 터인가?

투명한 유리 다관 속에서
하늘 노랗도록 슬퍼 본 적 있었다는 듯
국화, 노랗게 우려진다
꿈 깨지 마라!
바스라질 듯 마른 잠 길었으니
젖은 꿈 오래오래 향기로울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메모 :
반응형
LIST
728x90

 

선택된 시

 

by 임창아

 


 

 

 

 
 
    선택된 시 오랫동안 시를 썼다 시의 수명은 대체로 짧았으나 멈추지 않았다 한 구절을 위해 낭비한 종이들이 한심하게 책상을 점령하였다 그래도 좋았다 방탕하고 음탕한 낱말들이 좋았다 짝사랑이어도 나는 나를 용서한다 온종일 말꼬리나 잡고 늘어져도 일생을 바칠 만한 놀이 라 생각했다 완전하지 못한 삐거덕거리는 한 문장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저만치 화려한 수식어들이 손짓을 한다 입 없는 화자가 구시렁구시렁 문장과 문장 사이 막다른 골목이 나를 유혹한다 속이 울렁거린다 저 구불구불한 리듬을 타고 가자 내 유일한 파라다이스이자 아름다운 감옥으로, 그래도 좋았다 흥청망청한 낱말을 밟으며 나는 오래 늙어 갈 것이다 생면부지 낱말들이 정면으로 와도 비겁하게 고개 따위 숙이지 않겠다 한 호흡 크게 하고 몸을 낮추었다 태산처럼 높이 낯익은 문장이 걸려 있다 마음은 벌써 공중동작에 들었는데 자판 위의 사정은 여전히 도움닫기다 내 것 아닌 것은 항상 그리운 법 한 문장이 그리웠다 몸살나게 지독한 열병이었다 그러다가 괜찮네, 라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나는 선택된 시가 되었다 詩/임창아
         

        * 출처 : 퐁당퐁당하늘여울

        반응형
        LIST
        728x90

         

        [해금(奚琴)을 읽다/임경묵]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

         
         
          해금奚琴*을 읽다 거추장스럽구나! 발모가지 위의 것들 댕강 자르고 뿌랭이만 남은 오반죽烏斑竹 도드라진 마디가 바람을 듣네 꽝꽝한 적막을 조금 구부려 슬근슬근 목울대 당기는가 잠시 숨 고르더니 뿌연 어둠을 켜네 뜨거운 방언方言이 물큰 쏟아지네 풀숲에서 다람쥐눈물버섯을 찾다가 길 잃은 고라니 한 마리 부드럽게 고부라진 외길에 서서 헛헛한 종아리로 밤새 달빛을 헤집네 고라니 꼬랑지는 자꾸 안개를 뿌리쳐 산벚, 산벚은 허리춤에서 분분히 꽃잎을 놓아주었네 길은 한껏 길어지다 멀어지는가 봉분처럼 어두운 달의 뒤편에는 굽이굽이 아흔아홉 길도 들어 있다고 대숲에 기댄 늙은 안개가 마을로 내려가는 외길을 다독이는 밤 허공을 베어 먹은 활의 허리에 지금쯤 설화說話가 무르익었을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해금: 향악기에 속하는 찰현擦絃악기의 하나. 詩/임경묵
               

              반응형
              LIST
              728x90

               

               

               

               

               

               

                                                                               동안거(冬安居) 

               

                                                                                                     고재종

               

               

               

              목화송이 같은 눈이 수북수북 쌓이는 밤이다

               

              이런 밤, 가마솥에 포근포근한 밤고구마를 쪄내고

              장광에 나가 시린 동치미를 쪼개오는 여인이 있었다

               

               

              이런 밤엔 윗길 아랫길 다 끊겨도

              강변 미루나무는 무장무장 하늘로 길을 세우리

               

               

               

               

                            

               

              ...........
              눈은 길을 끊는다.
              집과 집 사이, 마을과 마을 사이로 난 모든 길을 지운다.
              함부로 소통하려 하지 마라, 통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더냐.
              도저한 단절이다. 우리는 눈의 감옥 속에 유폐되어 비로소 안거에 이르게 된다.
              가마솥에 쪄낸 고구마와 속을 개운하게 씻어 내리는 동치미 국물을 내오는 여인에 대한 그리움.

              이 그리움 위로도 눈은 푹푹 내린다.
              지붕 위에 두툼한 눈 이불 끌어 덮고 굴뚝만 간신히 내어놓은 채 잠을 자는 집,
              안에서 무얼 하는지 굴뚝 연기만 중얼중얼 알아들을 수 없는 잠꼬대처럼 피어오르는 겨울 집.
              그 속에 들어 나는 하늘로 가는 길을 생각할 것이다.
              눈 속에서 붉어진다는 어느 먼 산중의 단단한 열매 하나와 속살이 벗겨져 나온 가지에 남은 산토

              끼 시린 이빨 자국이라도 더듬어볼 것이다. <손택수·시인>

               

               

               

               

               

              출처 : ironcow6200
              글쓴이 : ironcow 원글보기
              메모 :
              반응형
              LIST
              728x90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가난한 사랑의 노래        by 신경림

              //


               

               

               

               

               

               

              //

               
               
                가난한 사랑의 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詩/신경림

                       

                     

                     * 출처 : 퐁당퐁당 하늘여울

                    반응형
                    LIST
                    728x90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나의 아내/문정희]

                    //


                     

                     

                    //

                     
                     
                      나의 아내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면 살며시 차 한 잔을 끓여다 주는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매일 나의 거울을 닦아주고 늘 서방님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소유의 식민지 명분은 우리 집안의 해 나를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내 성씨와 족보를 이어주는 아내 오래전 밀림 속에 살았다는 한 동물처럼 이제 멸종되어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절대 유용한 19세기의 발명품 같은 오오,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詩/문정희
                           

                          반응형
                          LIST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