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태그의 글 목록 (2 Page)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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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代/서봉교

 

 

음력 구월 보름날

사자산 법흥사 앞마당에 서면

들려 오는 아부지 음성

1930년대 봉양면 미당리 어디에서

면서기를 지내시다 재산 다 놔두고

사재*로 이사 와서는

어떤 이름 모를 놈들이 조치법 몇 번 할 때

우리 땅 다 주워 먹었다고

간도도 찾아야 겠지만

잃어버린 우리 땅도 찾아야 한다고

하시던 할아부지 말씀과

백년광산에서 일하시다 젊은 나이로 돌아가신 할아부지랑

열 두 살 먹어 6.25동난 난리날 때

겨울 피난 가다가

얼어죽은 작은 고모,큰아부지는 국국으로

작은 큰 아부지는 의용군으로 잡혀간 얘기

홀어머니랑 천둥 벌거숭이로 살다가

열아홉에 지원해서 군대 갔다가 제대 후

맨주먹으로

이만한 재산을 다시 일궈 놓았다고

그런 부모들 세대의 일들을 잊지 말라고

법흥사 황금장송 사이로 불어오는 솔바람이

자꾸 아부지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 다 죽고 나도

절대,절대로 잊지는 말라고.

 

출처: 월간 조선문학 2010년12월호에서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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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밤 / 무명초 박종규

 

 

불그스레 곱든 노을이

어둠의 재로 부서져

바다에 내리면

 

묵묵히 지켜온 섬들도

하나 둘 사라져

한 자락 하루를 돌아온

어선들이 포구로 흘러든다

 

먼 길을 지킨 가로등

붉게 물들어 정겨웁고

허기진 걸음으로

선창 주막에 맞는 밤

 

고독은 가슴에 차가위도

넘실대며 달려와서

외마디 탄성 뿌리며

하얗게 흩어지는 파도에

술은 그리운 물결이 되어

썰물처럼 젖어간다

 

먼 별빛 아래 산봉우리들

정적 속에 아닌 듯 가버리고..

출처 : 사파이어사랑
글쓴이 : 그리운 미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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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나와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바람따라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면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이 너무 보고싶어서
당신이 너무 그리워서

나에게 유일한 희망인 당신
저 흰구름 타고 오실 것 같아
당신을 찾고 있어요

홀로 살아갈 수가 없어요
쓰러지면
일으켜주고
아플 땐 위로하며
부축해줄 당신이 되어주세요

힘들고
지칠때
기댈 언덕이 되어줄거죠

내 말에 귀 기울여 주고
내 맘을 충실히 읽어주세요

나 당신 정말 좋아하나봐요
당신만 생각나고
보고싶은 맘 커져가는 것을 보면

나 혼자 바라보는 하늘은
너무나 외로워요
당신과 함께 바라보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은데


내 생각 얼마나 하고계신가요

당신만 향한 맘 가득하데도
어딘가 허전하고 그리움만 커져갑니다
당신이 너무 보고싶습니다

 

 

 


 

 

 

 


 

출처 : 흐르는 자연의 향기 속으로
글쓴이 : 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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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계장터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 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지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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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果木)

박성룡




과목(果木)에 과물(果物)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뿌리는 박질 붉은 황토에
가지는 한낱 비바람들 속에 뻗어 출렁거렸으나

모든 것이 멸렬(滅裂)하는 가을을 가려 그는 홀로
황홀한 빛깔과 무게의 은총을 지니게 되는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 흔히 시(詩)를 읽고 저무는 한 해, 그 가을에도
나는 이 과목의 기적 앞에서 시력(視力)을 회복한다.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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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망울에서는

신석정


네 눈망울에서는
초록빛 오월(五月)
하이얀 찔레꽃 내음새가 난다.

네 눈망울에는
초롱 초롱한
별들의 이야기를 머금었다.

네 눈망울에서는
새벽을 알리는
아득한 종(鐘)소리가 들린다.

네 눈망울에서는
머언 먼 뒷날
만나야 할 뜨거운 손들이 보인다.

네 눈망울에는
손잡고 이야기할
즐거운 나날이 오고 있다.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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