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代/서봉교
음력 구월 보름날
사자산 법흥사 앞마당에 서면
들려 오는 아부지 음성
1930년대 봉양면 미당리 어디에서
면서기를 지내시다 재산 다 놔두고
사재*로 이사 와서는
어떤 이름 모를 놈들이 조치법 몇 번 할 때
우리 땅 다 주워 먹었다고
간도도 찾아야 겠지만
잃어버린 우리 땅도 찾아야 한다고
하시던 할아부지 말씀과
백년광산에서 일하시다 젊은 나이로 돌아가신 할아부지랑
열 두 살 먹어 6.25동난 난리날 때
겨울 피난 가다가
얼어죽은 작은 고모,큰아부지는 국국으로
작은 큰 아부지는 의용군으로 잡혀간 얘기
홀어머니랑 천둥 벌거숭이로 살다가
열아홉에 지원해서 군대 갔다가 제대 후
맨주먹으로
이만한 재산을 다시 일궈 놓았다고
그런 부모들 세대의 일들을 잊지 말라고
법흥사 황금장송 사이로 불어오는 솔바람이
자꾸 아부지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 다 죽고 나도
절대,절대로 잊지는 말라고.
출처: 월간 조선문학 2010년1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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