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태그의 글 목록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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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論, 입맞춤 / 이화은

 

여자는 키스할 때마다 그것이 이 生의 마지막 입맞춤인 듯

눈을 꼭 감고, 애인의 입 속으로 죽음처럼 미끄러져 들어간다는데

 

남자는 군데군데 눈을 떠

속눈썹의 떨림이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이며

풍경의 변화와 춤추는 체온의 곡선까지 꼼꼼히 체크한다고 하니

 

누가 시인일까

 

독자는 여자 편에 설 것이고

시인은 당연히 남자 편에 설 것이다

몰입의 바닥에는 시가 없다

불타는 장작을 뒤집어 불길의 이면을 읽어야 하는 남자여

불쌍한 시인이여

 

키스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은 시인이거든

그대 당장 독자의 자리로 옮겨 앉아야 하리

그러나 시인의 발바닥은 완전 연소의 재 한 줌도 함부로 밟지 않는다

 

- 《현대시학》2008. 5월호

...................................................................

 

 아인슈타인은 키스에 관한 두 가지 명언을 남겼다. 좀 더 쉽게 ‘상대성 이론’을 설명해줄 것을 요구한 학생에게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 키스를 하면 3분도 3초처럼 짧게 느껴지지만, 난로 위에 손을 얹어 놓으면 3초도 3분처럼 길다”라며 시간의 상대성을 말했다. 또 하나, 키스를 하며 운전하는 연인을 본 아인슈타인이 혀를 차며 “예쁜 여성과 키스를 하면서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은 키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한 말이다. 서로의 애정을 표현하며 최상의 느낌을 교감하는 짜릿한 순간에 몰입하지 않고 주의를 산만시키는 건 키스에 대한 모독이란 것이다.

 

 그런데 남자는 때때로 그런 행동을 하나보다. 눈을 뜨고 키스하면 초점이 잘 맞지 않음에도 여자가 자신의 키스에 만족하는지 굳이 알고 싶어 한다든가, 본 게임에 앞선 예비단계 쯤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많은 남성들은 키스할 때 눈을 뜨고 껌뻑거린다. 당연히 키스의 질은 여성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키스가 ‘이 生의 마지막 입맞춤인 듯 눈을 꼭 감고, 애인의 입 속으로 죽음처럼 미끄러져 들어’가는 여자의 키스와 어찌 같으랴. 그런데 맥박이 빨라지며 혈압은 오르고,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며 부신은 아드레날린을 배출하는 강열한 화학반응을 실눈 뜨고 확인하는 남자의 치사한 짓거리가 ‘시론’에 비유되다니.

 

 시가 무슨 연구대상이고 실험의 대상이란 말인가. 아니지만 종종 끈질긴 추적에서 시가 생성되기도 하며, 구체적인 곳에서부터 끈질기게 붙드는 흔적이 필요하긴 하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는 ‘시는 삶의 현장인 동시에 꿈의 현실이고, 예술인 동시에 현실’이라면서 ‘두려움이나 벌거벗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도 무조건 더 깊이 뛰어들라’고 했다. 그 에너지를 시각화시키는 것이 시라면, 키스할 때 ‘몰입의 바닥’에 빠지지 않고, ‘불타는 장작을 뒤집어 불길의 이면을 읽어야 하는’ 남자는 ‘불쌍한 시인’에 견줄 만하다.

 

 절경은 시가 되지 않듯 황홀경에선 시가 필요치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에 탄복하고 빠져들기 보다는 르포기자처럼 타버린 재까지 들쑤시는 존재가 시인이다. 생활 속의 자아 말고 취장 언저리에 예술적 자아를 하나 더 키우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시인의 발바닥은 완전 연소의 재 한 줌도 함부로 밟지 않는다.’는 점 명심해 주기를.

 

 

권순진

 


출처 : 詩하늘 통신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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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 첫째

고정희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겠기에 내 기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

커다란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외롬 짓무른 밤일수록

제 설움 넘치는 밤일수록

크고 무거운 돌덩이 하나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


-  시집 <이시대의 아벨>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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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있어 지나친 기대감은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가르침인 것 같군요. 아니 기대는 크게 가져 마음껏 설렘의 진동은 느끼되, 촐싹거려 사랑에 코를 빠트리는 일은 없도록 하라는 주문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충분히 알게 되면 믿음이 생기고, 상대를 믿게 되면 그 믿음에 상대가 값해주기를 바라게 되고, 자연히 상대에 대한 기대가 커집니다. 그러나 기대가 커질수록 정작 대상은 오므라들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되면 '실재'하는 대상과, 자기가 '기대'하는 대상이 같은 사람일 수 없겠지요.

 

 더구나 상대를 채 알기도 전에 자기절제 없이 갖는 높은 기대는 위험천만입니다. 어디 이성간 사랑만 그렇겠습니까. 맹목의 자식사랑이 그렇고, 맹신의 사이비 종교가 그렇고, 황우석 교수 사건의 우상화 과정이 그러했으며, 창업이나 투자에서도 그렇듯 삶의 곳곳에서 기대의 거품이 가져다주는 후유증은 우리가 이미 듣고 보고 느끼는바 그대로입니다.

 

 그대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아니라 그저 내 옆에 발 딛고 선 '사람'이기에 ‘가슴 한 복판에’ ‘돌덩이’ 하나 매달고 진중하게 자기 속으로 그 기대를 가라앉히라고 합니다. 내 기대가 그대 향한 내 사랑을 넘어서지 않게 말입니다. 

 

 어느 누구도 삶 전체를 한꺼번에 변화시키고, 부족함을 채워주며, 사회의 모순을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거는 기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내일 저녁 ‘대통령과의 대화’ 시간이 있다는데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구축이며, 그 바탕 위에 만들어진 기대에다 돌덩이 하나 매달아 놓는 것. 사랑의 보상은 그 돌의 무게에 비례할 테니까요.

 

ACT4

 

 

Surrender to me - Richard Marx & Lara Fabian

출처 : 詩하늘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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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진다/ 김현숙

 

 

개나리 꽃망울

터진다

감나무에 새잎

터진다

개구리 입

터진다

놀이동산에 팝콘

터진다

아이들 웃음

터진다

 

남에서

북으로

봄, 봄, 봄

터진다

 

- 제8회 <푸른문학상>‘새로운 시인상’ 수상작

..............................................

 

 머리터럭 나고 수십 년 이 땅의 계절변화를 지켜본 바로는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은 찾아왔습니다. 그러니 기다리지 않아도 어느덧 봄이고, 봄은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낮과 밤의 일교차가 벌어져 두꺼운 옷을 과감하게 훌러덩 내벗어던지진 못해도 낮 기온이 20도를 넘겨 얼굴을 스치는 공기가 보름 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고 코끝에서 느껴지는 봄의 풍미도 물씬합니다.

 

 봄을 마중하다보면 가장 먼저 복수초가 삐죽 올라옵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기쁨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귀를 땅바닥에 붙이고 봄 오는 소리를 적극적으로 듣지 않는 한, 복수초가 땅위로 올라오는 조짐을 눈치 채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복수초의 개화를 ‘터진다’라고 표현하기엔 왠지 어색하지요. 다음으로 이른 봄꽃인 동백꽃도 이미 2월 하순부터 피기 시작해 이즈음 따스한 봄 햇살에 붉은 꽃망울을 활짝 다 터트렸습니다.

 

 하지만 동백을 봄의 전령이라 하기엔 좀 뭣합니다. 아무래도 봄의 전령이라면 개나리와 진달래가 아닐까요. 그런데 이런 봄꽃들이 올해는 평년보다 조금 늦게 꽃망울을 터뜨릴 전망이라는군요. 개나리는 남쪽에서부터 곧 개화할 것이란 화신이 접수되었고 진달래도 하순이면 톡 터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은 그보다 조금 늦어지겠지만, 성미 급한 놈은 포근한 햇살을 머금고 이미 상큼한 봄을 내밀었습니다.

 

 감나무에 새잎이 터지기 시작할 때 일괄적으로 조망되는 나무의 풍경도, 나무를 품고 있는 흙빛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작은 생명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것과 동시에 나타나는 뚜렷한 변화입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는 이미 폴짝폴짝 활동을 개시했고요. 벌 나비 곤충들도 제 일로 분주하고 기타 등등 꽃들과 식물들도 저마다의 색을 드러낼 준비를 이미 마쳤습니다.

 

 지난 주말 나들이에서 보니 목련도 꽃망울을 한껏 머금었더군요. 머지않아 분홍빛 벚꽃도 팝콘처럼 터지겠지요. 동시에 아이들 웃음이 터지고 탄성이 터지고 환호성이 터질 것입니다. 이 동시처럼 리듬감과 생동감 있게 세상의 모든 봄이 차례로 톡톡 터질 것입니다. 하지만 ‘과다노출’로 벌금을 물리는 따위의 분통터지는 경우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은 없으면 합니다. 또한 그럴 리 없겠지만 대포가 터지고 전쟁이 터지는 일만큼은 절대사절입니다.

 

 

권순진

 

 

출처 : 詩하늘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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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by 정숙자


 

 

 

 

 

 



 
 
    역린 1 쓰레기장이 아니라면 이렇게 검을 수 있나 악취가 날 수가 있나 믿을만한 구멍 이다지 귀할 수 있나 2 버러지가 아니라면 우리가 이리도 꿈틀꿈틀할 수가 있나 떨어지고 눌리고 까닭 없이 먹힐 수 있나 거꾸로 매달려야만 날개를 틔울 수 있나 3 농가에 태어난 나는 햇살을 봤고 군인가족으로 떠돌며 권력을 봤고 시인이 되어 불명예를 봤다 4 정녕 쓰레기장이 아니라면 이곳이 돌보지 않는 꽃이 그리 솟을 수 있나 풀벌레 울음소리가 뭇 별 속에 섞일 수 있나 5 쓰레기가 아니라면 이곳에 쓰레기장이 아니라면 이곳에 그 누가 함부로 ‘삶’ 따위를 내던졌으랴 6 우리의 육신은-목숨은 분명 신(神)들의 종량제 봉투인 게다 7 (개중엔 나비가 되는 벌레도 있지 하지만 날개를 달았다고 모두가 나비는 아냐 나방이거나 독나방이 더 활개 치는 여기는 오호!) 8 우리가 정녕 쓰레기봉투가 아니라면 무참히 간단히 터질 수 있나 창백한 심장을 안고 하염없이 뒹굴 수 있나 9 용량별 구역별 쓰레기봉투 깊숙이 찌른 독극물 아니었다면 우리의 푸른 하늘이 꺼억꺽 녹을 수 있나 詩/정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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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의 침묵 만해 한용운 생가를 다녀오다..

         

        어디를 정해두지않고 여행을 다녀올때가 있는데 운전을 하다가 좋으면

        차를 세워서 사진을 찍거나 그곳에 유명한곳을 물어찾아가거나 지도를

        보면서 찾게되는 경우가 많은데 구석구석 돌아다니다보니 더 자세히 알수있어서

        좋지만 헤매이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기에 가끔씩 이렇게

        다니다보면 후회할때가 있곤하지만 여행을 떠날때는 계획없이

        떠날때가 더 많다... 좋은표현을 빌리자면 내 여행의 습관이라고 할수있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런 계획없이 다니는 준비되지않은 여행자라고 할수있다..^^

        서산 간월암을 가기위해 움직이던중 만해 한용운생가와 백야 김좌진의생가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고 집에 올라갈때 저곳을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간월암으로 향했는데 함께 간월암에 간 사람한테

        가보자고 하고 싶었는데 그때쯤이면 차가 많이 밀려 피곤할거같아서

        가자고 말을 못했는데 기왕에 그렇게된거 같이 가자고해볼껄 하는 아쉬움이든다

         

         

        만해체험관과 함께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생가지집터 그리고 왼쪽으로는 만해 한용운을

        모셔놓은 사당과 나즈막한 야산에는 민족시비 공원이 있었는데 그곳에선 민족시인이라고

        불리우는 학교다녔을때 외웠던 기억이 나는 시와 함께 한용운의 복종이라는 시가 적힌

        시비를 볼수가 있으며 만헤 체험관에는 님의 침묵의 대표적인 만해의 시를 비롯하여

        그의 철학세계를 반영하는 60여점의 유물들이 전시되어있어서 그동안 책으로만 통해 들은

        만해 한용운에대해서 더 자세히 알수있는 기회가 된듯해서 더 유익한 여행길이 된듯하다

         

         

         

         

         

         

        가파르지도않은 나즈막한 산길에 만들어진 민족시비길은 그동안 학교다닐때

        한두개정도는 암기를 했을 눈에 익은 시들도있었으며 차곡차곡 읽혀가는 시속에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불끈 두손에 힘이 가득 들어감을 느껴본다..

         

         

         

         

         

         

         

         

         

         

         

         

        우연히 찾게된 만해 한용운의 생가에서 그동안에 잊혀졌던 한용운의 민족사랑과함께

        학교다닐때 외웠던 님의 침묵을 떠올려보면서 속으로 외워본다..

         

         

        출처 : 난 바람될래
        글쓴이 : 바람될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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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래

         

        *아름다운 단풍이 지던 날 *

         

        현려한 가을 색상이

        요술을 부리듯 화련한

         

        옷 단장으로 눈이 부시도록 

        울긋불긋하게 화장을 하고

         

        단풍 꽃가루를 뿌리며

        가을 송별식을 하는데

         

        흔들거리는

        앙상한 나무가지 사이로

         

        낙엽이 뒹구는

        스산한 바람 소리가

        옷깃을 스치며 멀어져간다

         

        발길을 옯길 때마다

        바스락 낙엽 부서지는

         

        아픔의 통곡 소리가

        여기저기서 구슬프게 들려오고

         

        그 푸르던 싱그러움도

        계절의 순리를 거역하지 못하고

         

        나비가 되어

        빙그레 돌며 떨어져 날아간다

         

        철새가 하늘 높이 일렬 휭 대로

        줄 맞추기를 하고

         

        아~또 가을이 가는구나

        곱디고운  단풍이 지는 날

         

        이유 없이 눈물이 고인다

        지금쯤 그 사람은 무얼 하고 있을까

         

        불같이 뜨겁던 우리의 사랑을

        가마게 잊어나 보구나~~~~~*

         

         

        괜시리 슬퍼지는 낙엽이 쌓이던 날~~~*

         

        출처 : 초지일관
        글쓴이 : 김영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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