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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가 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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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구글 검색을 하다가 / 이상국

 

 

이 손바닥만 한 땅덩이에서

아버지는 일생을 소와 함께 살았고

나는 월급봉투로 살았다

지금 나의 자식들은 카드로 산다.

카드의 마그네틱 자성은 원래

빅뱅 때 우주에서 날아온 것이고

하늘에는 아직 반짝이는 별이 많다

언젠가 텍사스에서 카드를 긁고

서울에서 결재하며 금전이

하늘을 어떻게 오가는지

오래 바라보았다

사는 게 도깨비놀음이다

그러나 지피에스로 찍고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사실

이 세계라는 것도

별게 아니긴 하지만

어느 날 구글지도 검색을 하다가

바다로 떨어질까 봐

대륙의 가파른 등짝에

한사코 매달린 내 땅을 보니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는 게 다 용하다

 

 

 

 

 

 

 

출처 :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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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석 시인이 번역한 시집

 

 

 

여승(女僧) / 백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가지취 : 참취나물.

금덤판 : 금을 캐거나 파는 산골의 장소 또는 그곳에서 간이 식료품 등 잡품을 파는 곳.

섶벌 : 울타리 옆에 놓아 친느 벌통에서 꿀을 따 모으려고 분주히 드나드는 재래종 꿀벌.


 

 

 

 

 

출처 :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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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사랑/산월 최길준
고요한 정적만 일던 겨울 강
매서운 북풍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후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그대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 
하얀 눈꽃송이 타고 
먼 길을 달려 내게로 왔다
쉴곳없는 나그네 인생
고운 천사의 손길로 어루만지네
우연을 인연의 줄로 묶어 필연을 낳게 했다
그대를 매일 그려보는 가슴 설렘의 순간들
받는 사랑이 너무도 크다
난 아무것도 드릴 게 없는데
응고된 얼음 강 위로 겨울 꿈을 안고
맑고 고귀한 영혼이 환하게 웃고 있다.

 
//

출처 : 중동고 79회 동문회
글쓴이 : 최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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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기만 한
사랑이 있을까요

슬프기만 한
사랑이 있을까요

만남이 주는 달콤함도
헤어짐이 주는 쓸쓸함도

그리움의 눈물도
보고싶어 애태우는 마음도

희망으로 설레이는 웃음도
모두 다 껴안고 아껴야 할

소중한
사랑의 감정인 것을 요

내 안에 부어져 용해 된
결정체가 바로 사랑인 것을 요

 

 

 

 

 

출처 : 흐르는 자연의 향기 속으로
글쓴이 : 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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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차/박이화



오랜 연인이 마주 앉아
국화차를 우린다

더 오래는 꽃과 하나였던 향기가
그러나 마른 꽃잎 속에서
말라붙은 눈물처럼 깡말라가던 향기가
다시금 따뜻한 찻물 속에서
핑그르르 눈물 돌 듯 그렁그렁 되돌아왔다
마치 한 순간도
한 몸이었던 걸 잊은 적 없는 것처럼

선을 넘는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
수천 번 으깨고 짓뭉개도
끝내 서로를 버리지 못하는 꽃과 향기처럼
보내지도 돌아서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그대도 도리 없는 꽃일 터인가?

투명한 유리 다관 속에서
하늘 노랗도록 슬퍼 본 적 있었다는 듯
국화, 노랗게 우려진다
꿈 깨지 마라!
바스라질 듯 마른 잠 길었으니
젖은 꿈 오래오래 향기로울


출처 : 서봉교시인의서재입니다
글쓴이 : 만주사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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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된 시

 

by 임창아

 


 

 

 

 
 
    선택된 시 오랫동안 시를 썼다 시의 수명은 대체로 짧았으나 멈추지 않았다 한 구절을 위해 낭비한 종이들이 한심하게 책상을 점령하였다 그래도 좋았다 방탕하고 음탕한 낱말들이 좋았다 짝사랑이어도 나는 나를 용서한다 온종일 말꼬리나 잡고 늘어져도 일생을 바칠 만한 놀이 라 생각했다 완전하지 못한 삐거덕거리는 한 문장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저만치 화려한 수식어들이 손짓을 한다 입 없는 화자가 구시렁구시렁 문장과 문장 사이 막다른 골목이 나를 유혹한다 속이 울렁거린다 저 구불구불한 리듬을 타고 가자 내 유일한 파라다이스이자 아름다운 감옥으로, 그래도 좋았다 흥청망청한 낱말을 밟으며 나는 오래 늙어 갈 것이다 생면부지 낱말들이 정면으로 와도 비겁하게 고개 따위 숙이지 않겠다 한 호흡 크게 하고 몸을 낮추었다 태산처럼 높이 낯익은 문장이 걸려 있다 마음은 벌써 공중동작에 들었는데 자판 위의 사정은 여전히 도움닫기다 내 것 아닌 것은 항상 그리운 법 한 문장이 그리웠다 몸살나게 지독한 열병이었다 그러다가 괜찮네, 라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나는 선택된 시가 되었다 詩/임창아
         

        * 출처 : 퐁당퐁당하늘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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