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샤레' 태그의 글 목록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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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23일

민기가 어떻게 수소문을 해서 우리 바에 놀러 왔다.

우리는 너무도 반가워 한참을 부둥켜 안고 폴짝 폴짝 뛰었다.

겨우 반년만의 재회인데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녀석은 구리빛 피부에 근육질 몸매로 많이 아주 많이 건강해져 있었다.

아기도 지금은 더많이 건강해졌다고.

아울러 기쁜 소식은 애 엄마가 작년 말에 다시 돌아 와서 이제는 세식구가 아버지 근처 이 근방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민기도 호스트 일은 내가 떠난 직후 그만 뒀다고 한다.

지금은 한국 여행사에서 해양 스포츠 조교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너무너무 기뻤다.

뭐라고 말할 수없이 행복한 시간들이다.  

 

2006년 3월1일

오늘도 제일 먼저 출근해서 열심히 냉장고에 맥주를 채워 넣고 있는데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셨다.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오늘부로 내가 남기고 떠난 그 모든 빚잔치가 끝났다는 것이다.

나는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아 또 묻고 또 묻고 그렇게 몇십번은 되 물었던 것 같다.

어머니께서는 미세히 떨렸지만 침착한 천상의 어조로 '틀임없다.'라고 전부 확인시켜 주셨다.

그제서야 내 눈앞으로 지난 삼년간의 모든 일들이 영사기 필름처럼 촤르르르 스쳐 지나 갔다.

멕시코,L.A,뉴욕,하와이,다시 뉴욕 또 다시 이곳 하와이.

그리고,

내 어머니..!

한참을 죄스러움에 오열을 하였다.

그렇게 몇시간을 울고 나니 한순간 갑자기 너무도 너무도 가벼워 졌다.

마치 내가 깃털인 것 마냥 공중에 붕 떠서 살랑이는 기분을 맛봤다.

그런데 연이어 엄청난 허망함이 내 전신을 덥쳤다.

나는 재빨리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2006년 3월5일

바가 문을 닫을 무렵 도현이가 펠레에 나타났다.

마침 남아 있는 손님은 없었고,우리 둘은 바에 앉아 맥주 몇병을 마셨다. 

마음이 가는데로 이끌려 갔다.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그 차에서 그녀가 내 고개를 젖힌다.

달빛이 맑다.

 

오랫만이라 걱정도 해보았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입술은 여전히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행복하다.

장소를 옮기니 음악이 흘러 나왔다.

Santana의 Smooth.

감회가 새롭다.

그렇게 우리는 몇번이고 사랑을 나누고 잠을 청했다.

그녀는 이내 잠들었지만 나는 날이 밝도록 잠이 오질 않았다.

밤새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그제서야 스르르 떨어 진다.

'그래,편안하다.'

 나는 순간 편안한 감정을 느낀 내 자신을 보았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에 그녀의 체온을 느끼려 살짝 팔을 부볐다.

그녀가 뒤척이길래 얼른 다시 팔을 떼어 버렸다.

 

그저 도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녀가 아주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2006년 3월7일

도현이에게서 돈을 받았다.

필요하였기에 두 눈 질끈 감고 덥석 그 5000불이란 돈을 받아 버렸다.

난 정말 멋진 영화를 만들거다.

그래,그러자!

 

2006년 3월10일

우리 바에 놀러 오는 몇몇 안되는 한국인 손님들 중 내 또래의 친구가 생겼다.

MIKE.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인데 벌써 애가 둘이 있단다.

 예전 펠레의 바텐더였다는데 지금은 로컬 택시 드라이버이자 이곳의 단골 손님이다.

매일 나에게 하와이에서 여자 가장 많이 꼬실 수 있는 직업은 택시 드라이버라며 생각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달란다.

넉살도 좋고 정도 많은 참 재미있는 친구가 생겼다.

 

'하지만 MIKE.

나는 불법 체류자야.

택시 드라이버가 되고 싶어도 면허증도 working permit도 없어.

여기도 겨우겨우 구한 직장이다.

참 기가 막히지!'

 

 

2006년 3월14일

하와이는 약 2천 8백만 년 전에 화산 폭발로 인해 생겨난 화산섬이라고 한다.

 
하와이안들은 그들만의 비밀이 있다.

그들이 어떻게 이섬에 존재하고 있으며,어디서부터 그들이 왔는지는 그들만이 알고 있다.

이들만의 구전방식으로 그 유구한 세월을 통해 종족만의 비밀로 지금껏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외지인에겐 그 누구도 발설을 금하고 있다고.

 많은 서양인들이 그 비밀을 캐려고 했으나 번번히 그 결과는 아주 참혹했고 잔인했다고 한다.

 

결론은 하와이의 기원에 관하여

여러가지 학설과 추측은 난무하나

실상 원주민들은그런 이야기에는 신경도 쓰질 않는다.

그래서 정설이 없다는게 또한 참 재미있는 사실이다.

  

원주민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은 아직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이 땅은 그저 미국인들에게 빌려 준 것일뿐.

그들은 영원히 이땅을 그들만의 손으로 지켜 낼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현재 하와이 원주민은 하와이 전체인구의 18%에 불가하다.

 

UA MAU KE EA O KA 'AINA I KA PONO O HAWAI'I 

(The life of the land is perpetuated in righteousness; 대지의 생명은 정의 가운데 영원히 존재한다)

하와이 주의 슬로건,주표어이다.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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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나는 나의 여행을 사랑한다.

이 행성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이 오십여년 쯤이라면..

좀더 숨막히게 이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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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2일

모두들 나를 보면 오늘밤 같이 있을 수 없냐라고 한다.

꼬마 기집애들부터 할머니들까지 다 똑같다.

여자는 그냥 여자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야말로 '원초적 본능' 그 자체이다.

모든 그녀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

호스트는 이 마지막 상품을 제일 나중에 팔기 위해 끊임없이 끼를 부린다.

그리고 손님들은 어쨋거나 최단시간에 승부를 보고 싶어 안달이다.

우리는 즐거이 이 모든 유혹들을 찬찬히 음미해주신다.

이 메인 게임이 끝나면 드디어 라스트 카드가 나온다.

메인 게임에서 없었던 것, 바로 섹스이다.

이것을 둘러싼 남과 여의 복잡한 흥정은 끝이 없다.

호스트들은 미래의 '한탕'의 가능성과 오늘의 '현찰'의 달콤함, 후일을 위한 '서비스' 사이에서 갈등하고, 손님들은 자신의 '지갑'과 상대의 '상품가치'와 장래의 '우환' 가능성이 연계된 복잡한 다원 방정식의 해법에 고민한다.

 

2004년 5월15일

오늘 제프리가 달라스로 떠났다.

변호사도 만나고 법정에도 출두해야 하고 부모님 얼굴도 오랫만에 보고 싶단다.

한달일정이라고 했다.

그를 처음 만난지 거의 일년만에 처음 떨어 지는 거다.

갑자기 제프리가 돌아 오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온 몸이 얼어 버리며 심장 한켠이 극심히 시려 왔다.

  

2004년 5월17일

작년 하와이에 도착한 이후 지금껏 섹스없이 좋은 관계로 잘 지내는 섹시한 누나 한명이 있다.

항상 화려하고 당당한 모습의 이 누나,오늘 이혼을 했다며 예전 없던 시무룩한 표정으로 가게를 찾았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 하나와 연년생 초등학생 아들 둘을 가진 다복하고 유복한 집안이다.

바깥양반은 정말 성실한 분으로 하와이 교민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유통회사 사장님이셨다.

조심스레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 누이의 대답은 이랬다.

 

"그 사람은 너무도 성실했어.일이 끝나면 곧바로 집에 들어 오고,어디 딴데 한눈 파는 일도 절대 없었지."

 

"그럼 왜?누나를 사랑하지 않았어?남자구실을 못해?"

 

"아니,나를 너무너무 사랑하고 15년동안 결혼 기념일 한번 안 챙긴적 없어.

그리고 밤일도 나쁘지 않았어."

 

"그럼,애들에게 못된 아빠였어?

 

"아니,그 사람처럼 완벽한 아빠도 없을 거야.정말 자상한 사람이거든."

 

"그럼 도대체 왜,이유가 뭐야?"

 

"15년째 그런 똑같은 틀에 박혀 행복한 척 살고 있는 내 위선이 너무 싫었어.

난 자유롭고 싶어.

이제부터는 여행도 내 마음대로 다니고 예전에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해볼거야.

그리고 내가 더이상 그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그 사람의 성실함이 지긋지긋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난 솔직히 살고 싶어.

난 더이상은 내 자신에게 거짓말하며 살지 않을거야."

 

나는 황급히 비워진 누나의 글라스에 다시금 가득히 술을 채웠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오늘은 그 어느날보다 몇배로 더 어지럽고 머리가 띵하다.

뭔가 예전에 쌓아 왔던 많은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였다.

 

인간은 그냥 인간이다.

    

2004년 5월23일

酌婦의 恨 (작부의 한)..`술집년 팔자`
상당한 멸시의 말이다.
그럼..酌夫의 恨은 술집놈,호스트들의 한쯤으로 해석될려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카피올라니 테라스. 
한인 마켓인 팔라마 수퍼  뒷편으로 작은 코리안 타운 안에 위치한 곳이다. 
이  아파트의 우리층의 열다섯 가구 중 열 가구 정도가 한국인 가정인데 민기네가 바로 우리집 옆집에 살고 있다.

낯가림이 많은 나지만 옆집에 살며 세탁실을 같이 쓰다보니 어느샌가 자연스레 눈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민기네.
민기는 내 또래의 건장한 청년으로 아버님과 두살짜리 아이와 함께 사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가정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의 매일밤 싸움(?)소리가 들리는 게다.
`이 개새끼, X새끼!`하는 소리를 시작으로 의자 내던지는 소리가 쿵쿵하고 나고 그릇이 깨어지는 소리.

창그렁~!
`아버지, 또 왜 이러시는 거예요, 말씀 좀 해보세요!"
'개새끼야 무슨 말!`
귀싸대기를 올려붙이는지 `철썩`소리가 나고 또 다시 뭔가를 집어던지는 소리.
드디어 잠에서 깨서 우는 애의 겁에 질린 울음소리.
이런 것의 연속이 거의 한달이 되어가더니 어느 날 갑자기 잠잠해 졌다.
그제야 비로서 같은 아파트의 사람들 모두가 안도의 숨을 쉬게 되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그저 `민기 아버지가 철들었나보다` 하곤 넘어가 버렸다.
그리곤 다시 몇 주가 지났나 보다.
어느 날 옆집의 민기가 우리집엘 불쑥 찾아온 것이다.
손에는 작은 김치통을 하나 들고 말이다.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고 말았다.
몇 번인가 복도나 아파트 차고에서 마주 칠 때 보아온 건장한 그 민기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가 없이 거의 딴사람인줄 알았다.
실테안경에 곱살한 얼굴.
통통한 몸매에 전형적인 부잣집 맏아들의 그런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은 없어지고 얼굴이 까맣게 반쪽이 되어 하마트면 못 알아 볼뻔 했다.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으려니 민기가 나를 보고하는 말.
`저기요, 우리 김치 하나 팔아주세요`
`김치요?`
`이것 잡숴 보시고 맛이 있으면 주문해 주세요.제가 배달도 해드려요.저 좀 도와주세요.`
수줍음과 창피함으로 말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민기를 나도 힘겹게 방안으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 오렌지쥬스도 한잔씩 마셔가며 내가 어색히 말문을 열었다.
`어디 김치 한번 맛을 볼까요?`
김치는 그냥 보통 김치였다.
우리가 흔히 팔라마 마켓에서 사다 먹는 그런 김치였다.
`이게 얼마예요?`하자
작은 것은 십불이고 큰 것은 십오불이라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김치값보다 약간씩 더 비싼 것 같았으나 배달을 해준다니 그렇겠구나 생각했고, 그렇게 말문을 열은 우리는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날 민기가 털어놓은 사연은 이렇다.
부동산 중개업을 한다고 소문이 난 그 민기의 아버지는 사실은 호놀룰루 일원의 Liquor 스토아에 음란잡지를 공급하는 공급책이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마약에 까지 손을 대었는데,몇 주전 무슨 죄인지 급히 체포되어 7년형을 선고받고는 지금은 Kalihi의 모처에 있는 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하면서 민기는 눈물이 흐르는지 두손으로 눈물을 훔쳐내는데 그 손등을 보고 난 깜짝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손이 사람의 손이라고 할 수 없었다.
더욱이 20대 청년의 손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헐고 부르터 있었던 게다. 
그 손이 그간의 그의 생활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그 손을 보니 내 가슴이 찡~
살며시 하늘을 보며 코를 어루만지면서 눈물을 참았다.
그랬더니 민기가 눈물을 흘리는게 아닌가!
그러면서 다음 말을 이어갔다.
양념에 손이 부르터서 장갑을 껴도 위생상 예전부터 다니던 김치공장을 더 이상 다닐 수가 없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할수없이 김치를 몇 동이씩 들고 다니며 아는 집마다 팔고 있는데 이것 먹어보고 맛이 있다면 우리 가게에 김치는 자기가 대겠단다.
답답했다.
내가 어떻게 연결을 시켜준대도 우리 가게 김치사용량이 많아야 일주일에 두통.
이걸 팔아주더라도 민기와 애기에게 무슨 도움이 될것인가?
그리고 우리 가게 식구들에게 떠 맡긴다 해도 제 밥도 안해 먹는 놈들이 김치는?
그것보다는 민기를 우리가게 웨이타 자리에 취직시켜 주는 것이 나으리라고 생각을 했다. 
마침 지금 웨이타 중 한명이 한국에 돌아 간다고 해서 사람을 구하는 중이였다. 
`그러지 말구 민기씨 저희 가게 웨이터 한번 해보지 않을래요?
처음부터 보수는 많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손님이 항상 있으니 민기씨가 뛰는 만큼 벌 수 있을 거예요.
우선 이 손으로는 김치 같은 거 만지지 마세요 네?`
`예, 고마워요` 하고 나간지가 일주일이 훨씬 넘었는데도 감감 무소식이다.
샘플이라고 놓고간 김치 값조차도 받으러 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김치값 10불을 들고 옆집을 찾아가니 마침 민기가 집에 있었다.
어떻게 해서 그 방을 들어가게 되었는데, 글쎄.....!
그 방은 사람사는데라고 할 수가 없었다.
부서져버린 탁자가 을씨년스럽게 한쪽 벽에 쌓여있고 쿠션은 어디로 가버리고 대신 이불보따리를 주섬주섬 올려놓은 소파하며 그 중에서도 정말 나를 울게 만든 것은 부셔져버린 애들 플라스틱 장난감 몇 개하고 그 옆에 그냥 쓰러져 자고 있는 사내아이의 모습이였다.
잠들어있는 두 살짜리 사내애.
그 잠든 얼굴에서 부챗살처럼 펴져 나오는 `삶의 피곤`이 내 가슴을 정말 아프게 찌르더구만.
확! 하고 숨이 끊어지는 것도 같고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여느 가정 같으면 지금 이 시간, 일요일 오후.
챙달린 운동모자를 거꾸로 쓴 채 아빠의 무등을 타고 하다 못해 허접한 호놀룰루 동물원에서라도
`저게 코끼리다, 이게 호랑이다` 하면서 신나게 뛰어 놀아야만 하는 이 아기.
어째서 이 골방에서 세상피곤에 지친 채, 잠으로 잊어야 하는가?
흔히 보는 예쁜 아기 침대.
그 위에는 오색무늬의 딸랑이들이 바람에 한들거리며 자장가를 불러주고 머리맡에는 예쁜 동화책이 한두권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건만.
그냥 더러워진 카펫에 얼굴을 묻고 억지로 잠을 자며 세상번뇌를 잊어야 하는 것부터 배워야 하는 이 애기.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다.
나도 모르게 아기를 일으켜 내품에 앉았더니 그제야 새록새록 편안히 잠들고 있었다.
그 다음 순간.
민기에 대해서 말로서 할 수 없는 어떤 분노 같은 것이 끓어 올랐다.
`어째 사람이 이렇게 무능할 수가 있는가?`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
민기의 기나긴 과거사를 듣고 있노라니 나의 분노가 봄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이였다.
민기가 여섯 살이던 82년.
당시 전대통령의 새마을운동실패로 피폐되기 시작하던 우리의 농촌.
충북 어디서 농사를 짓던 아버지.
그런 대로 농촌에서 양돈을 하며 중류생활은 이어갔지만 그해 속칭 `돼지파동`을 겪으면서 가세는 급격히 기울어가고 빚더미에 놓이게 되자 어머니는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아버지는 여섯 살난 민기의 손을 잡고 멕시코 이민 길에 오르게 되었다.
평생 농부로 일생을 살아오신 아버지 였지만 그 지긋지긋한 농사를 포기하고 교포가 운영하는 쉐타공장이나 박스공장을 전전했지만 이미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아버지는 일을 열심히 하지 못하셨단다.
술로 세월만 죽이시며..그리고 민기가 열둘이던 시절.
그러니까 팔팔 올림픽으로 들떠 있을 때,서울의 무슨 브로커를 통해 미국,L.A에 들어오게 되었단다.
그나마 몇푼있던 돈도 미국 오는데 다 써버리고 무일푼이 되었지만 아버지는 마지막 재기를 노리고 D-싸우나에 욕탕청소부로 취직하여 열심히 일을 하셨다 한다.
그때 민기 역시 이곳에서 하이스쿨에 다니게 되었는데 한국말도 제대로 못해,그렇다고 남미 서반아어나 제대로 하나?
영어는 더욱 그렇지.
그러니 학교과정을 따라갈 수가 없어 포기할 수밖에.

다시금 마지막이다 건너 온 이곳 하와이.

이곳에서도 외로움의 나날은 바뀌질 않았다고.
학교근처의 야산을 오르 내리며 하릴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던중 엎친 데 겹친다고,하나뿐인 아버지마저 마약에 쩔어 매일밤 지긋지긋한 구타의 연속.
그나마 그런 아버지마저 구속이 되셨으니 그야말로 이제는 혈혈단신이 되어 버린 게다.
얼굴이 갸름한 미남형에다가 성격도 서글했던 민기에겐 여자들이 상당히 많이 따라다녔는데 지금의 애기 엄마는 결혼한지 일년이 채 안되어 애기와 민기만 덩그라니 남겨두고 도망을 쳤다 했다.
민기의 그 긴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난 차츰 민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취직하려 애써도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민기.
마지막 자존심을 애기를 생각하며 싸그리 짓밟은채 여자들이나 일하는 김치공장에 취직한 민기.
이젠 손까지 부르터 그 어느 것도 할수없는 민기.
민기의 무능함이란 민기만의 것이 아니였다.
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누구에게로 향한 분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가슴은 분노로 요동치고 있었다.

요즘 민기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탬버린을 흔든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춤을 추고 크게 웃는다.
이교대로 돌아가는 베이비시터의 만만찮은 임금을 감당해내기 위해서이다.
이런 민기에게 누가 무슨 권리로 술집 작부(酌夫)란 소릴 할 수 있을까?
과연 어느 누가 호스트질을 하며 부끄럽지도 않냐고 돌을 던질수가 있을까?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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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많다,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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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천사입니다.

 

과연 나는..나는 무엇인가요..

 

여행이 깁니다.

 

그래요,언제나 그 끝은 空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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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 맘때 쯤이면 서서히 움직이는 지구를 느낀다.

아울러 펼쳐질 거대한 운명의 냄새도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이 시간.

두려움 전진하라,그리고 쟁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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