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1일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모든 조간을 샀다.
신춘문예의 결과때문이다.
몇번이고 신문을 뒤적이고 또 뒤적였다.
수상작들은 아주 훌륭했다.
너무도 훌륭했다.
그리 몇날 몇일을 그리고 몇년 몇해를 끙끙 앓아 왔건만
오늘 아침도 여느 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서늘한 태양이 씻지 않은 내 심장을 도려 낸다.
그래도 무능력한 희망을 마시며
얼마간의 망각에 즐겁고 행복했으리라.
이렇게 새해 첫날 아침부터 내 역겨운 입냄새를 토해 내었다.
점심때부터 종휘와 매형과 함께 소주를 마셨다.
종휘가 인터넷 쇼핑몰을 하자며 뜬금없이 부추긴다.
갑자기 매형이 돈을 빌려 주겠단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줄 알았지만 결국 나를 위한 따뜻한 마음들이기에 좋으면서 못 이기는 척 그러자고 했다.
2007년 1월5일
사무실을 구했다.
다섯평남짓의 작은 공간.
보증금 300만원에 달세 9만원.
솔직히 거지 같다.
그래도 서로의 집에서 가까운 위치라 큰 불만은 없다.
하루종일 쓸고 닦았다.
카하카이 숙소가 문득 떠올랐다.
그때도 이렇게 열심히 청소를 했던 기억이 난다.
지오는 어떻게 잘 살고 있을까?
우빈형 소식도 궁금하다.
아,하와이의 모든게 아른거린다.
갑자기 이곳이 감옥같이 느껴져 숨이 턱턱 막힌다.
그래,뒤돌아 보지 말자.
이곳에서 새로운 출발이다.
여기가 내 새로운 아지트다.
마지막 은신처다.
더이상 물러 설 곳도 없다.
2007년 1월7일
컴퓨터를 들이고 의자도 샀다.
의자가 듀얼백 스타일이라 너무 편하다.
괜히 신이 난다.
이렇게 단순한 인간이다.
2007년 1월8일
종휘랑 내 이름을 넣고 사업자 등록을 했다.
이제서야 뭔가 진짜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그간의 헛된 꿈은 다 잊자.
좋은 경험이였다.
이제 다시 이 매트릭스 안으로 서서히 스며 들어 가자.
하지만 왜이리도 가슴이 답답한걸까.
흐물흐물 죽어 버린 것 같다.
2007년 1월9일
너무도 춥다,이곳은.
지독하게 추운 곳이다.
어머니랑 처음으로 동네 어귀에 있는 찜질방을 같이 갔다.
우리동네도 참 많이 변했다.
그 어린시절엔 여기가 모두 논밭이였는데 말이다.
이 어디쯤에선 쥐불놀이를 했던 추억도 있다.
그때는 참 행복했었는데,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었는데.
동네 장사치고는 시설이 괜찮다,이곳.
어머니,너무 좋아 하신다.
가슴이 짠하다.
자주 모시고 와야 겠다.
어머니,내 어머니.
2007년 1월10일
동대문에서 물건을 사입할까 하다가 결국 내가 직접 디자인을 해보기로 결정하였다.
믿어 줘서 고맙다,종휘야.
그리고 종휘 녀석도 사진학원까지 등록해가며 열성이다.
믿음직스럽고 고맙다,내 친구.
참 보기좋다.
2007년 1월11일
사무실에 작은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정말 뭐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종휘는 오늘 카메라 풀세트를 새로 구입했다.
2007년 1월13일
크리스티나 아길레나의 Beautiful 이란 노래가라디오에서 흘러 나온다.
참 오랫만이다.
가사의 뜻이 너무 가슴에 와닿는다.
나는 아름답다,그들이 뭐라고 하든.
당신도 아름답다,그들이 뭐라고 하든.
우리는 아름답다.당신네들이 뭐라고 하든.
to be continue...
출처 : CLUB OSHALE 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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