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행·사랑·자유/자유 Freedom' 카테고리의 글 목록 (8 Page)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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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술에
온기를 주는 분은
유일하게 당신 뿐이예요

내 심장을
움직이게 하는 분이
당신 이어서 인가봐요

당신 내음만이
내 가슴 설레게해서 인가봐요

아직도 나를
어여쁘게 봐 주는 유일한 분이
당신 이어서 인가봐요

당신만이 내 마음
받아주시기 때문 인가봐요

당신만이 내 영혼을
이해 해주기 때문 인가봐요

당신만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 인가봐요

당신만을 내가
존경하기 때문 인가봐요

 

 

 

 

 

 

 





출처 : 흐르는 자연의 향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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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22일

우빈형을 볼때마다 너무도 여러 감정들에 내 자신이 혼란스럽다.

잘 보이고 싶기도 하고,화가 나기도 하고,부럽기도 하고,짜증스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못미덥기도 하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아주 복잡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감동을 장식하지 말 것.
그것은 이쁜 것도 아니고,공식이 있지도 아니하다.

 

2005년 2월23일

우빈형은 정말 모든 일에 너무도 열심이다.

아침에 일어 나면 그가 아는 모든 손님에게 일일히 눈높이 안부 전화를 하고 하루에도 두번 세번 손님과 밥을 먹으러 나간다.

그러면서 단 하루도 운동을 빼먹지 않는다.

대단한 체력이고 대단한 정신력이다.

삐딱하게 보며 인정하지 않을려고 해도 올라운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인간이다.

나랑 다른 아주 멋지고 바쁜 직업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2005년 2월24일

우빈형과 둘이서 밥을 먹었다.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이 사회를 움직이는 두가지 키가 뭔지 아냐고 말이다.

무지한 나는 멍한 눈으로 그저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뿐이다.

컨스피러시와 프로파일링이란다.

음모론과 정보 분석력이라는 건데 자기는 이곳에서 깜짝 놀랐단다.

이 작은 무리에서도 미미하나마 저 두 논리로 치고 박고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이해할려고 노력해도 잘 모르겠길래 갑자기 나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2005년 2월25일

세상에 내가 정말로 스스로 모든 것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과연 내안의 온전한 내 것이 무엇이 있을까?

분노.
체념하듯 내 것이 아니라고 말해 버린다.

그리고는 아예 잊어 버리고 싶을 만큼 깊이 의기소침해진다.

그러다 이런 상황이 끔찍하게도 억울하게 생각된다.

그러며 쉽게 굴복하지 않을 오기가 생기게 된다.

이제와 하나 하나 이것이 `내 것이다.' 라며, 큰 맘먹고 인정하더라도 반면 절규해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

 

2005년 2월27일

한가로운 일요일.

가게로 내 본명을 대며 나를 찾는 전화가 왔다.

처음엔 나도 나를 찾는지 몰랐다.

세네번 호명이 된 후 정신을 차리고 웬지 불길한 느낌에 웨이터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남자야,여자야?"

젊은 여자라길래 살짝 경계를 늦추고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역시 난 촉이 참 좋다.

뉴욕,내가 야반도주한 그 가게의 사장이 전화를 바꿔 받는다.

3월1일,사람을 보내겠다 했다.

그날까지 무조건 돈을 준비해 놓으라고 말하고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겼다.

그날밤처럼 내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 왔다.

인과응보.

내가 무슨 할 말이 있으랴.

 

2005년 2월28일

역시나 한물 간 선수에게 전도금을 당겨 주지는 않았다.

내일이면 뉴욕에서 사람이 도착한다.

그때 우빈형이 나에게 슬며시 금액을 물어 본다.

부끄러웠다.

그저 모든 것이 창피하고 또 숨기고 싶었다. 

 

2005년 3월1일

가게앞으로 심부름꾼이 도착했다.

위압적인 풍채는 아니였으나 한 눈에 건달 사채업자임은 알 수 있었다.

나는 먼저 돈뭉치를 내밀었고,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또 숙였다.

어느새 내 옆에는 우빈형과 지오가 서있었고 나는 숙인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눈물만 흘렸다.

그는 날카로운 몇마디를 뱉었지만 우리들 모습에 기가 찼는지 이내 횅하니 돌아서 버렸다.

순간 뾰족한 상대는 없었지만 정말 고맙고 미안하고 또 극렬히 부끄러웠다.

지오가 담배를 건네고 우빈형이 어깨를 토닥인다.

 

이렇게 또 하나의 강을 건너 가나 보다.

 

2005년 3월2일

수퍼마켓에서 처음 새우깡을 훔치다 들켜 버린 그 어린 시절 어느날의 기억.

심장 터질 듯,세상이 끝날 듯 두려워했던 장면이 갑자기 떠 올랐다.

나자신에게 몸이 베베 꼬일 정도로 창피하고 부끄러워져 한참을 혼났다.

나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런지 정말 알 것 같다.

그래,조금은 알아 낸 것 같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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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1일

오늘부로 명함 돌리기를 서로 합의하에 잠정 폐업했다.

결과가 너무 없다.

하지만 한층 단단해진 나를 느낀다.

아주 단단해진 내 아킬레스 건을 느낀다.

  

2005년 2월2일

그동안 누구보다 더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초초형.

어제도 가게에서 돈을 못벌더니 오늘 아침 일용직 시장으로 새벽부터 뛰쳐 나갔다.

한국에 두고 온 와이프에게 생활비를 부쳐 줘야 한단다.

 

그래,맞다 초초형.

매우 어려운 숙제는 그것을 어렵게 풀 때 어려울 뿐 간단하게 생각한다면 간단한 숙제가 된다.
이런 경험을 애써 하게 되지는 못하겠지만 닥치지 않으면 쉽게 말해서도 안되고,
더구나 나의 일이 아니면서 위로하는 척 할 수도 없겠다.

 

늦은 오후,파김치가 되어 온 몸에 페인트를 뒤집어 쓰고 온 초초형에게 나는 조용히 떨 한모금을 건넸다. 

 

2005년 2월4일

오랫만에 내가 아끼는 까만 원버튼 수트을 입고 늦은 출근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때마침 부엌에서 라면을 끓여 나오는 초초형과 맞 부딪혀 버렸다.

쟈켓은 라면국물 범벅이 되어 버려 입을 수가 없다.'

순간 비슷한 쟈켓이 우빈형에게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먼저 출근한 우빈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은 흔쾌히 승낙을 했다.

역시 우빈형,알마니다!

핸드폰을 안주머니에 넣으려는데 손끝에 먼저 그곳에 자리 잡고 있던 무엇이 감지되었다.

그의 여권이다.

1초정도 망설였을까?

나는 이미 첫장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본나이와 이름을 본 순간.

나의 기막힌 연상작용에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그는 74년생이 아닌 70년생이였고 본명은 전철종.

철종 VS 철종

-갑자기 보지도 못한 70년대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가 생각났다.-

나는 터질듯한 심장으로 가게에 출근을 했다.

그리고 알수없는 묘한 감정에 퇴근때까지 형을 제대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내 예상대로라면은 오년전 한국에서 사라진 전만종의 친형일 것이다.

그 어마어마한 전만종게이트의 또다른 주인공이란 말이다.

설마설마 했었는데 거의 99% 진짜같다.

 

"I Wanna Believe Something."
모두 허구란 말인가?

무엇이 허구란 말인가?

뜻밖의 여행이다.

 

2005년 2월5일

눈치빠른 우빈형이 먼저 나를 부른다.

그리고 봤냐고 묻길래 고개를 끄덕 거려 줬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형이 내 눈을 날카롭게 몇초 응시 하더니 말했다.

우리끼리 비밀로 하자고 말이다.

무엇을 비밀로 하자는 건지 정확히 물어 볼 수는 없었지만 난 그저 알겠노라 몇번이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서로 본명이 똑같다며 한참을 신기해 했다.

 

2005년 2월12일

사람을 오랜 기간 얻지 못하게 되면 누구를 만나도 쉬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깊은 패배감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 왔다.

하지만 요즘.

새로운 것을 보노라면 무엇이든 좋아지고,넓은 초원의 희미한 빛깔마냥 그저 그렇게 변해 가는 나를 느낀다.

우습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계속 관심가지며,타인의 기쁨에도 박수를 보낼 뜨거움이 아직 남아 있다면 지금 나의 존재가 그리 밉지만은 않을 것이다.

 

2005년 2월14일

그 어떤 스코어도 올리지 못한 발렌타인 데이.

 

2005년 2월17일

가게를 마치고 우빈형과 둘이서 소주를 마셨다.

나는 취중에도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가슴을 느꼈다.

비로소 나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질문자체가 웃기긴 하다.-

그가 앞에 놓인 가득 채워진 소주잔을 깔끔하게 비운다.

천천히 담배 한개피를 입에 문다.

테이블에 깔려 있던 그의 시선이 나의 젖은 촛점없는 눈동자에 맞춰 진다.

그렇게 비로소 그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정권이 넘어 가던 무렵에 그의 부모님께서 결혼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1970년 8월30일 서울에서 우빈형,전철종은 태어 났다.

세기의 결혼식이라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안기부 차장 동생이였던 아버지와 당시 대한은행장의 고명딸이였던 그의 부모님들의 정략 결혼.

아버지는 큰 꿈을 가지신 기업인이셨다.

항상 1등이 되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

하지만 전철종이 태어난 이후 점점 가세는 기울어져 간다.

계속되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던 골프장까지 모두 처분해야 했던 벼랑끝에서,

아버지께 담보없는 무모한 대출을 감행하신 그의 할아버지마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원로배우 제갈훈씨의 아들 황종옥등과 함께 했던 이십대 초반 뉴욕에서의 화려한 유학생활을 접고 국내로 돌아와 자진입대를 하게 된다.

제대를 하고 나니 아버지께선 경제사범으로 인도로 도피중이시다.

바로 밑 동생 만종은 명동사채 시장에서 조금씩 이름을 날리며 고군분투중이다.

전철종은 지인의 소개로 곧바로 러시아로 날아가 대우에 취업.

하루에 1000대라는 기염을 토하며 러시아 텔레비젼 세일즈 업계의 대부가 된다.

정점에 이르렀을 때 다시 한국으로 귀국.

그때 이미 기업 인수합병의 귀재가 되어 버린 만종과 의기투합.

그들만의 삼일천하를 일구어 낸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다.

만종이 구속이 되었다.

정재계가 난리가 났다.

그의 검은돈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점점 사건이 시끄러워 지자 그는 부랴부랴 홍콩으로 피신했다고 했다.

홍콩,태국,필리핀,호주등을 거치면서 그가 가진 돈이 바닥이 났다.

설상가상 한국에서 돈을 송금해 주던 막내 동생 현종마저 잠수에 들어 갔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예전 약혼녀가 있는 이탈리아로 갔다.

망가진 그를 보며 매일매일 술에 취해 들어 오는 그녀가 너무도 치가 떨리게 싫었다고 했다.

그녀의 술주사가 두려웠단다.

-그런데 지금은 호스트라,이것도 참 극명한 삶의 위트다.-

어디든 그녀를 피해 아무 생각없이 쉴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시 L.A 이모댁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했다.

하루하루 극심한 무력감에 죽을 지경이였다.

어느날 이모집에 뒹굴고 있던 한국 정보지.

하와이에 있는 '아프리카'라는 나이트 클럽에서 웨이터를 구한단다.

하와이 이런 클럽에 아는 사람이 올까 싶어,무엇에 홀린 듯 이 곳에 전화를 하고 그날 밤 하와이행 비행기에 지체없이 몸을 싣었다고 했다.

어디든 좀더 꽁꽁 숨어 있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하와이 도착 다음날 엉겁결에 전철종은 이곳 아프리카에서 '우빈'이라는 호스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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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1일

오늘 미국 들어 와서 처음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어 보았지만 자꾸만 자꾸만 흘러 내리는 눈물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감정에 북받쳐 나즈막히 그 말을 태어나 처음으로 뱉어 버렸다.

 

"아버지 사랑해요,사랑합니다."

 

그리고 내 아버지께서 내게 말씀 하셨다.

 

"사랑한다,아들아!"

 

내 평생 당신께 처음 들어 본 말이다.

 

목이 메여와 숨이 막혀 올 지경이였다.

전화를 끊고도 얼마나 얼마나 통곡을 했는지 온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다.

그때 어디선가 불어 오는 한줄기 시원한 하와이의 밤바람이 멈추지 않는 내 해묵은 눈물들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그래..나는 이제 이곳 사람이다.

 

2005년 1월2일

아버지께서는 명절 증후군이 있었다.
이북에 부모형제를 다 놔두고 서울서 당신의 바로 윗 누이와 함께 외톨이가 되었던 6.25이후 당신께 생긴 극심한 외로움에 관한 증후군이다.

많이 외로우셨다.

많이 많이 외로우셨다. 
매일매일 치가 떨리게 부모품이 그리웠고 동생들의 소식이 궁금했다.
누르고 눌렀던 그런 감정들이 꼭 무슨 명절만 되면 극에 달했다.
그렇게 술을 마셨다.
그리고 울부 짖었고 확인할  수 없는 그들의 생사에 당신께서도 함께 뭍히고 싶었던 적도 있었을 게다.

그리고 그나마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행복마저 다 버리려 했다. 
당신께서는 남한에서 생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항상 혼자라고,외톨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당신은 자기자신의 너무도 너무도 축복받은 생의 본능인 에로스(eros)를 인정못하셨던 것 같다.
항상 당신을 지켜 주었던 원천적인 힘.
당신의 생명을 유지, 발전시키고 사랑을 하게 하는 이 뛰어난 본능을 과거의 잊지못할 비극적 경험이 발목을 자꾸 붙잡는다.

그 고통이 현재까지 이어졌다.

결국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thanatos)가 당신을 지배하는 일이 잦아졌다.
생물체가 무생물체로 환원하려는 본능 타나토스.
이것 때문에 생명은 결국 사멸되고 살아있는 동안에도 자신을 파괴하거나 처벌하며, 타인이나 환경을 파괴시키는 공격적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술에 취해 당신의 의지가 소멸되는 순간 항상 타나토스는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고 원하는 소중한 가족들의 마음에 지울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기곤 했다. 

 

요즘의 나를 바라 보면 내 아버지와 참 많이 닮아 있다.
소스라치게 놀란 경험이 여러번이다.

이래서 피는 못 속이나 보다.

 

평생 외항선을 타시며 그 거친 바다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신 나의 아버지.

당신의 그 수많은 재능은 그 검푸른 대양 속으로 삭히고 삭히셔야만 했을 게다.

지금 이순간 평생 모진 바다 노동으로 두툼해지신 거칠고 거친 내 아버지손이 떠 오른다.

많이 그립다.

참 많이도  그립다,그 손이.

 

2005년 1월12일

몇일동안 가게를 쉬고 있다.

오늘 역시 하루 종일 우울했다.
시간이 남아 돌면서도 모든 할 일 제쳐 두고 먹고 자고, 먹고 자는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깨어 있기가 싫었다.
나의 의식속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 사람과의 추억이 담긴 모든 물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사진이며 편지등을 정리해 옷장 밑으로 밀어 버렸다.
눈물도 흘렸다.
누구를 위한 무엇 때문에 나는 눈물일까?
생각하기도 싫었고 생각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은 나를 위한 눈물이라는 것을.
그 사람을 잡으려는 욕심, 동시에 내 생활을 번 듯이 지키려는 욕심.
물론 가능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욕심 둘다 너무 강해서 거기에 충족하지 못하는 내 자신과 상황이 너무나 서럽고 억울했던 것이다.

그래,나는 아직도 나를 호스트라고 인정하지 못하고 나는 아직도 그녀가 맛사지 팔러에 일하는 여자인 것을 외면하고 있었다.

힘들면 힘든대로 놔두자. 
이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무엇을 두려워 하는가.

더이상 최악의 상황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나를 위해서 나를 사랑하므로 내 생활에 충실하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밉진 않다.
내가 소중한 존재이듯 그 사람도 정말 각별한 존재인 것이다.
단지 나와 지금 내가 원하는 만큼의 인연이 없음이 용기가 없음이 안타깝고 초라할 뿐이다.

이제는 정말 놓아야지..
사람에 대한, 사랑에 대한, 소유에 대한, 애착을 버리자.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나는 이때까지 무엇 때문에 그리고 오래 그 인연을 잡아 왔을까.
결국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는 나인데.
그 사람에게 쏟았던 많은 에너지를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 쏟아 보고 싶다.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터질 것 같은 것은.
그 사람에 대한 혼자만의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 나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나에 대한 실망과 고통이었던 것이다.

고통의 끝까지 가보니 그 고통과 견줄만한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결국은 나 자신인 것이다.
나 없이는 그 사람도 없고 내 생활도 없는 것이다.

그 사람을 놓으려는 마음에 그 사람과 좋았던 시간들이 생각나서,
다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잡으려 한다.

그래 인정하자.
좋았던 때는 좋았던 때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그동안 나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때까지 쏟았다.
거기서 솟아나는 많은 감정들도 느껴 보았다.

이제 버리자.
버려야 모든 것을 갖는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다. 

 

2005년 1월15일

아니다!
'그런 나' 도 정말 '소중한 나' 이고 '그 인연으로 놓는 나' 도 '정말 소중한 나' 이다.
두려우면 두려운 대로 힘들면 힘든데로 바로 보고 파고 들자.

이젠 그래보자.

 

2005년 1월23일

지오와 함께 빌려온 비디오들을 섭렵하고 있었다.

쇼프로도 다보고 더이상 볼 것이 없어 넣은 시사수첩 SOS.

2000년도에 이십대 중반의 나이로 전만종게이트라는 빅뉴스를 만들어 내어 대한민국을 떠들석 하게 했던 희대의 검은 손 전만종.

그의 요즘 수감 실태 보고였다.

아마 우리나라 최초의 무슨 게이트 사건이 아니였나 싶다.

열심히 시청중 갑자기 전만종이 우빈형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지오에게 농을 던지니 지오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그때 마침 조깅을 마치고 들어 오는 우빈형을 보며 내가 농담을 던졌다.

"형 전만종 알지?형이랑 똑같이 생겼어.형제아니야?"

그 소리를 듣자 마자 형은 잠시 몇초 우물쭈물 하더니 도로 나가 버리는게 아닌가.

뭐야 이게?

뭔가 수상하다.

미스테리 우빈!

 

2005년 1월28일

마담 태현형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예전부터 같이 움직이는 자기네 식구가 네명이 있다.

근데 신규 손님이고 뭐고 모두 자기네 독식이다.

마담인 자기도 선수처럼 손님옆에 앉아 술을 빨고 있다.

카하카이 우리 식구들과 나머지 두군데 숙소의 다섯명의 오합지졸들은 정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나날들.

그나마 우빈형의 선전이 돋보이는 요즘이다.

 

2005년 1월29일

속으로 몇 겹의 응어리를 즈려 밟듯 쌓아 두게 된다.
그 응어리를 벽돌 한장에 비유하자면 속에 한 백 장 정도의 벽돌까지는 힘겹게 받아 내지만
백 한 번째 벽돌이 쌓이는 순간 한꺼번에 백 한장 모두가 터져 버리는 경우다.
백 한 번째 벽돌을 선물(?)한 사람은 다만 한 장을 주고도 그 백배의 응답을 받게 된다.

대개 주체를 못한다.

재밌는 사례는, 한 사람에게 열 장 정도를 받았는데 열 한번째 벽돌을 선물한 전혀 다른 사람에게,

그때까지 쌓였든 열 장 중 일부가 그 새로운 사람에게로 옮겨 간다는 것이다.
"분노의 전이" 이다.

 

그런데 오늘은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을 잘 못 골랐다.

요즘 나의 유일한 지명.

두달여간 나를 먹여 살리던 거유 수희.

오늘 가게에서 나는 폭발하고 말았다.

뭔가 오늘 후끈 달아 오른 수희.

자꾸 몸을 더듬는다.

짜증이 밀려 온다.

참을 수가 없다,오늘은 더이상 견딜 수가 없다.

이제껏 이곳저곳에서 쌓여 온 나의 모든 스트레스들을 응축시켜 시원하게 육두문자들을 퍼붓고 말았다.

결과는 이미 예상가능했다.

나의 뺨을 풀스윙으로 힘껏 후려 치고 계산도 하지 않은 채 돌아 가버린 수희.

 

이 힘든 시기에 참 멋진 장면이다.

하지만 한동안은 배가 좀 많이 고플 것 같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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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2일

우리가 뿌린 명함을 받은 손님 둘이 오늘 처음으로 우리 가게에 왔다.

유끼짱과 수희.

재일교포인 유끼짱은 지오 파트너가 되었고,나는 수희라는 거유의 파트너가 되었다.

호스트바는 처음이라는 그들.

수익은 별로였지만 그간 노력의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 그저 기쁘고 기뻤다.

가게에서도 깜짝 놀라는 눈치다.

그밖에도 오늘은 오래간만에 새로운 민간인 손님들이 와서 초이스로도 한방을 보았다.

오래간만에 신나고 행복한 하루였던 것 같다.

 

2004년 12월5일

오늘도 유끼짱과 수희가 우리 가겔 찾았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하루종일 그치지 않는 오늘.

지오옆에 앉아 있던 유끼짱이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달콤한 비의 냄새를 맡아 봤니?"

충격이였다.

저런 감성은 처음 느껴 보았다.

난 그자리 한동안 얼어 붙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2004년 12월7일

초초형과 처음으로 둘이서 떨을 피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참 다방면에 박학다식한 사람이라 저번 영어사건 이후로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 지난 이야기를 마치 천직이 카운셀러인양 너무도 성심으로 되받아 주길래 감동,또 감동 먹었다.

그리고 초초형이 풀린 눈으로 나에게 말했다.

"태무야,난 사람을 잘 봐.넌 큰 일을 하게 될거다.두고봐라,넌 그렇게 태어 났어."

매일 손님이 없는 동생에게 격려의 말이였을지 몰라도 기분은 은근히 좋았다.

앞으로 떨 생길 때마다 나눠 줘야 겠다.

 

2004년 12월13일

레오형이 내게 냉장고와 화장실을 부탁하며 다시 L.A로 떠났다.

이 집에서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가슴이 횅하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괜히 싱숭생숭해진다.

GYM에 가서 실컷 당기다 와야 겠다.

 

2004년 12월25일

초초형에게서 성탄 카드를 받았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받은 유일한 카드이다.

4절지에 크레파스로 커다란 사자의 얼굴을 그리고 그밑에 단 한줄의 글귀.

U can control everything LION

그렇게 나는 LION이라는 닉네임을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게 되었다.

썩 마음에 든다.

 

2004년 12월29일

와신상담(臥薪嘗膽).
난 이 고사성어를 참 좋아한다.
섶 위에서 잠을 자고[臥薪], 항상 곁에다 쓸개를 놔두고 앉으나 서나 그 쓴맛을 맛보며[嘗膽] 회계의 치욕[會稽之恥]을 상기한다는 뜻의 와신상담.

지난 몇일동안 고독을 맛보았다.
능력의 부재에서 출발한 고독.

다들 손님에 손님이 줄을 잇는 연말대목.

난 우리 식구들 테이블의 깍두기로만 이번 시즌을 마감해야 할 것 같다.
예감은 했었다.

하지만 두렵지도 않았고 아주 기분좋을 만큼의 씁쓸함이라 그것도 기분이 괜찮았다.

고독에 끝에 주어진 마지막 학습.

크리스마스에 우리가게에 자기네 가게 식구들과 함께 놀러온 도현을 보았다.

나만 빼고 우리 식구들까지 모두 그 테이블에 들어 갔다.
난 그 느낌들을 배신이나 소외라는 악한 기분으로 정의 짓지 않았고 무너지지 않았다.

고백한다.
내가 너무 자만했었고 겸손하지 못했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지도 않은 것 같다.

아직까지 못난 치기에 휩쌓여 있었다.
난 이렇게 아직도 많이 모자르고 모자란 사람이다.
마음을 준 사람들을 진정 내 속에 담고 싶다면 난 아직도 더 몇천개 쓸개의 쓴맛을 더 봐야 할 것 같다.

이번 성탄시즌을 전후로한 이곳 아프리카에서의 뼈져린 학습의 결론은 여전한 내 그릇의 빈약함이라는 것이다. 
좀더 깊고 좀더 넓고 좀더 강해져야만 한다. 
그리고 댓가없이 끊임없이 베푸는 마음과 내 주변 모두에게 항상 성심으로 감사하는 마음만은 결코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MAHALO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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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31일

어제부터 바와 클럽을 돌아 다니며 명함 뿌리기 작적에 돌입했다.

우빈형의 아이디어로 지오와 함께 세명이서 명함을 팠다.

호스트를 하면서 명함을 파기는 처음이다.

 

일년만에 이름도 바꾸었다.

태무.

클 태 굳셀 무.

초반 부끄러움은 시간이 흐를 수록 사라지리라 믿는다.

 

난 이제 가족이 생겼다.

나는 이들과 함께 이곳 1868 카하카이에서 굳센 남자 태무로 다시 태어난다.

 

2004년 10월5일

레오형은 흡사 표범을 연상시킨다.

다부진 근육질 몸매에 카리스마 넘치는 날카롭고 매서운 두 눈.

떨도 항상 고독한 포즈로 혼자 핀다.

멋있다.

 

2004년 10월9일

매일 화장실 청소하고 냉장고에 누가 물을 채워 놓을까 의아했었는데 레오형이였다.

감동 먹었다!

 

2004년 10월15일

누가 매일 내 떨을 훔쳐 피나 했더니 초초형이다.

세살이 많건 말건 욕을 섞어 버럭 화를 내어 버렸다.

꼴보기 싫어 죽겠다.

 

2004년 10월17일

레오형과 GYM파트너가 되었다.

그처럼 강해지고 싶다.

 

2004년 10월20일

지오와 내가 방에서 떨을 피고 있는데 조깅을 마치고 돌라 온 우빈형이 우리방엘 들어 왔다.

그리고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난 처음 꿈이 생겼다.

항상 빚에 쫒겨 꿈따윈 꿀 시간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무엇이 하고 싶다라는 것이 생겼다.

 

우빈형.

묘한 분위기의 남자이다.

그리고 형체없이 흩어져 있던 나란 인간을 조금씩 조금씩 조율시키고 있다.

그와 함께 조깅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자기관리가 정말 엄청난 사람이다.

그저 하루하루가 대단한 사람.

멋있다,참 멋있다.

 

2004년 10월24일

전세계 사람들이 다 모여 드는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서 호스트 명함을 뿌린 자들은 아마 우리가 전세계 최초이자 마지막이리라.

지오야,우빈이 형.

우리 정말 잘 돼자!

 

2004년 11월5일

몇일째 수도가 고장나서 엄청 고생을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가게에서 얼큰히 술이 취한 초초형이 퇴근길에 딱 마주친 매니저와 기대치도 못했던 유창한 영어로 싸우고 싸워 끝내 오후부터 정상 가동이다.

깜짝 놀랐다.

떨쟁이,알콜 중독자라 무시하고 무시했던 심슨에게 저런 엄청난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니.

다시 봤다,초초형.

 

2004년 11월9일

도현이를 오랫만에 볼 수 있었다.

가까이서 손도 맞잡고 싶고 눈도 마주치고 싶은데 그저 먼발치에서만 바라 보았다.

그런데 그 장소가 아프리카,우리 가게였다.

그리고 그녀는 마담 태현형을 시켜 지오를 지명했다.

나중에 이곳의 터줏 대감인 태현형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내가 이곳에 오기 전 둘은 연인사이였다고 했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거대한 감정들에 휩싸이고 말았다.

분노,열등감,복수심,걱정,가슴 시림,슬픔 등등이 섞이고 섞인 복잡하고 어지러운 상태가 되어 버렸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그리고 그 무엇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미쳐 버릴 것 같았다.

 

2004년 11월11일

지오는 정말 좋은 아이다.

저렇게 순하고 고운 심성을 가진 사람도 정말 드물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이제껏 만난 모든 호스트중에서 간지가 최고다.

20대 초반에는 한국에서 잠깐 모델 생활을 한 경험도 가지고 있는 그.

나는 점점 작아 지고 흉해져 가는 나를 느꼈다.

그와 한방을 쓰며 점점 정신분열이 심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점점 완벽한 이중인격자로 변해 가는 내자신이 메스껍다.

 

2004년 11월30일

그날 이후 도현의 모습도 소식도 들을 수 없었고,나는 오늘까지도 결국 지오에게 아무 것도 물어 볼 수가 없었다.  

난 그녀가 너무 그립다.

그저 그녀로서의 그녀가 너무도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다.

비로서 오늘 절절히 깨달았다.

난 그녀를 사랑하는 것같다.

나는 도현이를 사랑한다.

많이 보고싶다,도현아.

아주 많이 네가 그립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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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3일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주희가 하필 그 시기에 나를 떠난 이유를.

하지만 부모 핑계따윈 내가 원하는 사랑에는 아주 많이 위배가 된다.

뭔가 타당성이 부족하다.

어색하다.

주희가 갑자기 아프리카에 드나 드는 많은 여자들과 별반 다를게 없이 보였다.

 

내가 파랑새를 쫒아 그렇게 허덕였던 지난 한국에서의 오년은 갑자기 휑하니 날아가 버린 느낌이 들었다.

순간 주희 얼굴에 도현이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2004년 7월4일

주희와 함께 그 유명한 하나우마베이를 찾았다.

너무도 화창해서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새파란 하늘이다.

바다 빛깔도 너무나 맑았고 오묘한 에메랄드 빛으로 잔잔히 출렁인다.

둘다 처음으로 스노클링을 해보았다.

처음엔 둘이 손을 꼭 잡고 입수를 했는데 어느 순간 주희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얕은 곳에서 잘 놀고 있길래 나는 용기를 내어 좀 더 멀리 산호초 지역으로 발을 저었다.

처음 만나는 바닷속 그 엄청난 광경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의 크기도 각양각색이다.

그 순간 내 눈앞에 느릿느릿 유영을 하며 지나가는 엄청난 크기의 바다 거북이.

태어나서 거북이를 처음 만난 순간이다.

그것도 태평양 바닷속에서.

너무도 벅찬 느낌에 심장이 터질듯 요동친다.

그 소리를 전해 들었는지 그 100년도 더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거북이가 나를 한번 흘끔 쳐다 본다.

더욱 더 감격스러워진 나는 황급히 고개를 물에서 빼고 지척의 주희를 부르기 시작했다.

큰소리로 몇번을 부르니 나를 쳐다 보는 것도 같다.

손짓으로 빨리 오라고 급히 제스쳐를 취했다.

그리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 가니 그 할아버지 거북은 벌써 저멀리 산호지대 속으로 뒷 모습만 보인다.

나중에 그녀가 도착했다.

그렇게 주희는 이 거북을 끝내 만나지 못했다.

 

2004년 7월5일

주희가 내 다이어리안에 있던 나도 보지 못한 도현이의 포스트 잇 메모를 발견 해 버렸다.

-자기야,아침 해놓고 나가요.나 샌프란시스코 간 사이 한눈 팔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요.많이많이 사랑해요.

어쩌면 나 자신보다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요.알려 줘서 고마워요,이런 기분.잘 다녀 올께요,My hero.-

가슴이 철렁하며 내려 앉았다.

주희가 울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도 참을 수 없이 북받쳐 오름을 느꼈고 이내 폭포수같은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렇게 눈물로만 한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러고도 우린 한참을 서도 미동도 없이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또 삼십분이나 흘렀을까?

그제서야 나는 용기를 내어 내 지난 모든 이야기들을 그녀에게 할 수 있었다.

나의 모든 이야기를 들은 그녀가 더더욱 그자리에 굳어 버렸다.

그렇게 또 한시간여가 흐르자 또다시 주희가 울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울리는 초인종.

불길한 예감이 메두사의 뱀들처럼 전신을 휘감아 온다.

주희도 울음을 그쳤다.

그때 누군가 키를 꽂았다.

이내 문이 열렸고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도현이였다.

하늘이 조각조각 갈라지고,땅이 끝도 없이 꺼지는 느낌.

눈앞이 노래졌다.

순간 일분여간의 정적이 영겁의 무게로 느껴 졌다.

우리 셋은 그렇게 아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내 조용히 닫히는 문.

도현이가 먼저 그 정적을 깨고 돌아 섰다.

 

어느새 어둑어둑 해진 밤.

난 주희를 이끌고 소주를 마시러 갔고,그 다음은 기억이 없다.

 

2004년 7월6일

주희가 한국으로 돌아 갔다.

간밤의 나는 그렇게 소리를 질러 댔다고 한다.

미친사람처럼 말이다.

 

나는 너 필요없다고,꺼지라고.

제발 내 인생에서 사라져 달라고.

나 도현이 너무 많이 사랑한다고.

넌 제발 꺼지라고 말이다.

 

몇일사이 많이 야위어 버린 주희는 마지막까지 눈시울이 촉촉해져 그렇게 비행기에 올랐다.

아마 이 생에서의 마지막 만남이였으리라 생각하니 숨을 쉴 수 없이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2004년 7월7일

옷장에서 그녀의 박스들이 사라 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아 버렸다.

이십구년동안 내게 씌워져 있던 큰 자물쇠 하나가 덜컹 하며 내려 앉는 순간이였다.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가 아마 이 느낌이였으리라.

태어나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라 나도 깜짝 놀라고 또 놀랐다.

발가 벗겨 진 듯 극심한 수치심도 들었으나 뭔가 너무도 투명하고 시원한 큰 바람이 순식간에 내 전신을 훑고 간 것 같은 실로 최초의 순간이였다.

 

누가 나에게 면죄부를 주었는가?

아무도 나에게 거짓의 면죄부를 허락한 적이 없다.

절대진리는 단 하나이다.

적정히 나자신과 타협하고 언제나 거짓만을 진실이라 울부짖던 내 자신이 한순간에 온전히 느껴 졌다.

부끄럽고 부끄러웠지만 더이상 숨을 곳이 없었다.

발가 벗겨져 갈갈히 공중분해되는 것 같다.

하지만 차라리 처음 느껴 보는 이 기분이 더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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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20일

제프리가 오늘부로 완전히 호스트 일을 접었다.

달라스로 돌아가 부모님 일을 돕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멋진 결정이다.

좋은 일이다.

너무너무 잘 된 일이다.

그런데 가슴 한켠이 심하게 시려 오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너무너무 극심히 외로워져 코끝까지 찡했다.

 

2004년 7월24일

공항에서 서로 부둥켜 안으며 눈물로 콧물로 겨우겨우 제프리를 보내고 뒤돌아 서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몇번이고 주저 앉을 뻔 했다.

 

집으로 돌아 오니 세상에서 완벽히 혼자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너무도 가슴이 저려와서 하루종일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2004년 7월31일

그녀와의 추억이 켜켜이 쌓인 집에서 홀로 남겨진 나의 모든 짐을 뺐다.

또 새로운 시작이다.

두려움 전진.

 

2004년 8월1일

심기일전.

카하카이에 있는 숙소로 들어 갔다.

아프리카가 보유한 네군데의 숙소중 가장 열악한 환경이다.

Getto 맨션.

이 곳만은 오기 싫었는데 다른 숙소는 스튜디오인데다 포화상태라 더이상 낄 자리가 없다.

한 이년째 이곳에 진을 치고 계시는 제비 형님 두분이 나의 새로운 동거인들이다.

형님들이 방 한칸씩을 점령하고 계셔서 나는 거실에다 둥지를 틀었다.

그래도 앞으론 강이 흐르고 집주변에 나무도 흐드러진 것이 새로운 부활을 준비하기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오늘부터 슬슬 조깅도 다시 시작해야 겠다.

 너무 오래 쉬었다.

 

2004년 8월6일

숙소에 새로운 식구가 왔다.

L.A에서 왔다는데 처음에는 웨이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사장이 웨이터하기엔 아까운 얼굴이라며 우빈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조용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처럼 뛰기를 좋아 한다고.

이제부터 나랑 같이 거실을 쓰기로 했다.

74년생,나보다 한살 위라고 하길래 형이라 불러 주기로 했다.

 

2004년 8월17일

하루하루 너무 힘들다.

출근해서 퇴근할때까지 나홀로 멍하니 창피하고 부끄럽다.

모든 손님이 다 끊겼다.

그간 도현이와의 동거소식이 온 동네에 쫙 퍼졌다.

하와이는 좁은 동네다.

그래서 항상 소문이 빠르다.

조심한다 조심한다 했었는데 꼬리가 길었나 보다.

하와이는 여름장사가 대목이라 새로 오는 선수는 줄을 잇는데 노장중의 노장인 나는 자꾸만 설 자리가 없다.

 

2004년 8월27일

어머니 생신이다.

전화 대신 집앞 보리수 나무가 흐드러진 작은 공원에서 소주를 마셨다.

 

2004년 8월28일

숙소에 또 새로운 식구가 들어 오며 전에 있던 제비 형님 두분은 타주로 떠나셨다.

이제 이 카하카이 숙소는 우빈형,오늘 새로 도착한 나보다 한살 아래 동생 지오 그리고 나.

이렇게 세명이서 쓰게 되었다.

하루종일 대청소를 했다.

이제 좀 사람 사는 집같다.

 

2004년 9월4일

지오도 운동을 좋아 하는 친구라 우리 셋은 매일 같이 알라모아나 공원에서 운동을 한다.

하와이의 햇살이 이렇게 사랑스러웠나 싶다.

건강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2004년 9월7일

L.A 토박이라는 레오형이 오늘 또 우리 숙소로 들어 왔다.

나랑 지오가 한방을 쓰고 우빈형이 레오형과 한방을 쓰기로 했다.

 

2004년 9월8일

레오형을 예전부터 잘 안다는 Hawaiian 저스틴이라는 거구의 남자가 우리 숙소에 놀러 왔다.

그의 주머니에는 마리화나가 한웅큼 있었다.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조깅 나간 우빈형만 빼고 네명이서 떨을 피웠다.

나는 아직 마리화나 경험이 별로 없다.

멕시코 처음 그때를 포함 열손가락 안짝이다.

어떻게 즐겨야 할지를 잘 모른다.

레오형은 10년 구력의 대선배님이셨다.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더니 밥말리의 음악을 틀어 주신다.

 

초보 떨꾼 나는 저런 덩치의 하와이안 친구를 가진 뿌연 연기 속 그가 한없이 멋있게 보였다.

 

2004년 9월9일

저스틴이 또 놀러 왔다.

또 다같이 떨을 피웠다.

저스틴에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 보니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다고 했다.

그래서 옛날에는 뭐했니 라고 물어 보니 킬러였다고 했다.

농담인지 뭔지 몰라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2004년 9월13일

초초라는 형이 오늘 우리 숙소에 들어 왔다.

이번에 한국에서 처음 건너온 사람이다.

바짝 긴장한 모습이 마치 내가 처음 미국땅을 밟을때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이제 제발 누가 그만 들어 왔으면 좋겠다.

우리도 이제 인원초과다.

초초형은 거실을 쓰기로 했다.

 

2004년 9월25일

초초형과 다같이 떨을 피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많이 알 수 있었다.

-저스틴은 오늘 오지 않았다.-

 

우빈형은 한국에서 주식회사에 다니던 사람이란다.

몇년전 고객돈까지 쫄딱 말아 먹고 L.A 이모집에 하릴없이 도피중이였다고 한다.

어느날 거실에 뒹굴던 한국 정보지를 보다 웨이타를 구한다고 해서 눈이 번쩍 띄였다고.

더이상 이모댁에 신세지기도 무안하고 하와이도 구경할 겸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지오는 어렸을때 뉴저지로 이민을 왔는데 고등학교때까지 미식축구를 하다가 어깨를 다쳐 운동을 그만두고,

뉴욕에서 호스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하와이에 내가 오기 바로 직전까지 육개월쯤 아프리카에서 일을 하다 L.A로 떠났다 했다.

그곳에 한 일년쯤 있으니까 L.A의 퇴폐에 너무 찌드는 것 같아서 마지막 여행지로 이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레오형은 L.A 갱출신인데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달라스에서 페인트 칠을 하고 있을 제프리도 잘 아는 동생이라고 했다.

 

초초형은 한국에서 영어학원 강사였는데 외국인 강사들과 함께 대마초를 피다 걸려서 구속되었 었다고 했다.

초범 정상참작으로 금방 풀려 나긴 했지만 갑자기 한국생활에 회의가 들어 마누라도 버리고 무작정 하와이로 날라 왔다고 했다.

이곳은 물어 물어 정말 어렵게 취직했다며 엄살을 떨었다.

꼭 심슨을 닮았다.

 

참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다.

다들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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