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태그의 글 목록 :: 록키의 나만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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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나무의 내력(來歷)/박남희]


 



 
 
    나무의 내력(來歷) 신神은 흙을 창조하고 그 위에 나무를 창조하였다 나무는 흙 속에 뿌리를 박고 흙이 전해주는 육체의 소리를 들었다 흙은 나무에게 나무가 알지 못하는 나무의 내력을 이야기해주었다 본래 나무는 종鐘이었다 밖으로 나오려는 울음을 감추기 위해 무수한 고통의 이파리들을 푸드덕거리던 종이었다 그러다가 종은 제 안의 울음을 견디지 못하고 역사책이 되었다 그 때부터 나무는 흘러가는 모든 것들을 몸 안에 가두고 시간의 물관부 사이에 나란히 배열시키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책 속의 역사는 수시로 요동했다 그리하여 나무는 모든 흔들리는 것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흔들리는 모든 것들을 이 땅의 중심에 붙잡아 놓기 위해 흙 속에 뿌리를 내렸다 나무의 뿌리는 본질적으로 불온했다 뿌리는 흙 밖으로 제 몸을 뻗어 흙이 들려주었던 제 안의 이야기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는 메아리는 그렇게 생겨났다 詩/박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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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변신/정희성]


         

         

         
         
          변신 고전의 어느 숲을 지나온 강물 위에 지금은 무섭도록 헤진 얼굴이 일렁이는데 이것이 글쎄 누구의 얼굴인지 이 강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몸을 던지면서 생각해 보았는지 몰라. 죽은 사람과 죽지않은 사람 담담한 얼굴을 하고 흘러서는 그렇게 쉽사리 돌아 오지는 않을 것 어느 후광을 따라 나섰을까 조용히 등에 칠성판을 깔고 별이나 헤고 있는지 내성의 깊이로 꺼져들어간 강 그 가늠할 수 없는 깊이에서 우리를 붙잡는 무슨 힘이라도 있는가 내가 왜 빠지고 싶은지 나도 몰라 「바빌론」의 여러 강변 거기 앉아서 워리가 시온을 생각하며 울었노라 침착한 시간의 녹슨 고기를 낚아 빛나는 면경처럼 들여다 볼라치면 몰라 낯설어진 우리의 얼굴을 우리가 몰라 가르쳐 준 것도 귀담아 들은 것도 아닌데 부대낀 언덕 저 편에서 누군가 그런다지 니힐 니힐리아 부르며 그런다지 진주남강 버드나무 가지에 걸어놓은 보리알 같이 소박한 내 거문고 소리여 이 어지러운 강변의 오오 산 죽음 그대 여인이여, 잘리운 손목과 굳은 혀를 들어 지금은 돌아와 노래할 때라 이렇게 불러보는 나의 노래로 너를 파묻고 돌아선 밤 물결은 뒤채고 삶은 또 왜 이다지 잔혹하게 나를 휘어잡는 것이냐 광명은 다시 어듬 속에서 신지핀 누이마냥 난무하던 적과 이방인의 자취를 흡수해 가버렸지만 빛은 언제나 음영을 거느리고 찾아들 듯 기껏 우리가 찾은 적은 우리의 벗 어둠은 항상 새로운 형태로 인식되어야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속에서 죽었을까 신화와 현실의 어중간에서 우리는 실신한다. 빛이 외면한 땅속 깊이 욕먕의 불을 넣어 그 무던한 밤과 어둠을 지킨 우리가 미련한 짐승의 자식인 탓일까 마늘과 쑥 대신 풀뿌리 나무껍질을 씹으며 너무도 오랫동안 강인(강인)한 여력으로 우리는 우리속에서 우리들과 싸워왔다. 우리? 눈물이 나도록 슬픈 상징이여 한 번 싱싱하게 핀적이 없는 잎들의 내부엔 여름같은 이 겨울은 깨칠 수액이 진한채 온갖 시새움에 서슬이 시퍼런 신경의 가지끝 무고했던 내 백성의 머리, 피로에 겨운 스스로의 무게를 가누지 못해 저렇게 숱한 나뭇잎으로 잊고 싶은, 잊고싶은 기억드러이 나부낀다. 흡사 성 밑의 가등, 미열이 이는 기류속으로 몇마리의 나방이가 어듬을 털며 날아들 듯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무기력하게 먼들었는가 죄많은 왕의 거대한 무덤처럼 하늘 가상이로 들어난 능선 그 밑에 살아남은 주검들의 형상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또 향나무 제기를 닦고 있다. 망우리 주목나무 숲에서 슬픔이 살아 오른다. 시름 시름 시름이 살아 오른다. 그리고 사월이여, 내 자식은 거리에서 죽었다. 죽은 이방시인의 싯귀가 한국에서 더 절실해지는 사월에, 라일락나무숲 독한 향기속에. 뒤척이는 물결속에선 총탄이 박힌 머리가 조국이 무섭다고 중얼거리며 떠오르고 목선의 짐대가 바람결에 부딪치며 그 옛날 의로운 죽음을 말하고 있을 뿐 아무도 그것이 조국의 참된 얼글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거리에서 죽은 혼령들이 속돌에 스민 듯 시가에는 해마다 투석전이 벌어지고 최루타이 없더라도 사월이여, 스스로 우리가 울어야 할 것을 아는데도 혁명, 오 너의 엇갈린 문맥. 금 빛 게으른 소가 알 수 없는 음절을 반추하고 사미 짐대예 올아서 해금(해금)을 혀거를 드로라 데모가 나면 어머니 학교에 안 가도 된대요 눈이 아픈 걸요 다시 곰이나 될까봐 눈을 뺀다, 빌어라, 빌어라, 눈을 뺀다 어쩌면 종말같ㄷ고 어쩌면 시작같은 아침 오늘도 혁명, 얄리얄리 출근을 안해도 되는 날 오늘의 매뉴는 마늘과 쑥 또 한번 당신은 변신할 필요가 있읍니다 시창 창사 위 비둘기 집은 위태로운 아이러니,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 안에서 목잘린 사슴의 이야기를 전설이라고 생각할 것인지 밤새 우리는 숨을 족이고 기다렸다 우리가 무엇을 바라는지 다만 그것을 모르는 채 일상의 구획된 거리를 빠져나가며 나날이 개편되는 우리들, 석간의, 늘 위태한 입구에서 집적의 우울한 낱말을 손에 쥔다. 신라의 한 조각 불투명한 기왓장으로 사가는 매양 역사를 들여다 보지만 곱게 미칠 수 없던 시대의 그 갈증나는 아이들은 지금 소리없는 전쟁의 기류를 타고 하연 껍데기처럼 흐느끼고 있는 것을 그대는 아는가 밤이 기슭에 닿도록 석굴 술집에서 마신 술을 퇴게로에서 토하고 나서 십자가에 허수아비 얼굴을 걸어놓은 사람들. 탄흔이 가신 피부 속으로 황달이 스민듯 잎진 나무들 새로 먼 해원을 바라보며 영혼의 죽은 나무 이파리를 들춘다. 이것이 주구의 얼굴인가. 누구의 얼굴이어야 하는가. 글쎄, 이것이 정말 거짓말인가 몰라 어항 속에서는 물고기가 익사했다는데 어느 날 우리가 우리속에서 돌연히 죽을지 우리들의 시대에 아이들이 그런다지 니힐 니힐리아 부르며 그런다지 가르쳐 준것도 귀담아 들은 것도 아닌데 노래는 즐겁다, 노래는 끝났다 그런다지 그대 오른 손이 다시금 수금을 쥐더라도 여인이여,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마디를 풀고 흐를 수 없는 우리, 웃기는 웃어도 웃으라면 내가 그렇게 웃기는 하여도 시시로 파고드는 시름의 주둥이를 종이 접듯 안으로 사릴 줄 아는 슬기로 슬픔을 접어 하늘에다 날릴 날이 다시 노래한 날이 있을까 몰라. 詩/정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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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일 어느 땐들 살라고 했지 죽으라고 했겠는가만 죽자 죽자 해도 버젓이 살아 있고 살자 살자 해도 홀연 죽는 일이 있었다 내 누이 한 분 여고를 졸업하던 해 대학 시험에 붙고도 갈 형편이 못 되어 종일 방구석에서 천정을 바라보다 초등학교 다니는 날 앉혀놓고 죽는 방법을 읊어대곤 했는데 수면제를 먹되 한 군데선 죽을 만큼 살 수 없으니 읍내 약국을 차례차례 죄다 돌아 모아오면 그날 밤으로 한입에 털어 넣으란다고 그런데 실은 그 말이 내 귀에 전혀 와 닿 지 않았던 것은 수면제 값이 얼마나 하는지 몰라도 읍내 약국 죄다는커녕 한 군데 가서 살 돈도 그의 호주머니에 는 없었으므로 그보다도 대학 문 한번 밟아보지 않고서는 절대 죽을 것 같지 않던 가슴이 불덩이가 얼굴에 활활 타오르고 있 어서 죽기는 뭘 죽어 갓 스물 발갠 낯빛만 더 이쁘게 하는 것이었다 내 누이 끝내 대학에도 갔고 졸업하던 해 시집갔고 그런데 웬걸 다섯 해 만에 남편 앞세우더니 어린 자식이나 잘 키우겠다고 살아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이 악물더니만 갓 마흔에 덜컥 병 걸려 애들 아빠 뒤를 따랐다 부질없기로는 사람의 일이라 죽겠네 죽겠네 그 한마디마저 입에서 나오면 선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나 나나 몰랐었다. 詩/고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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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이별 자작나무 숲을 지나자 사람이 사라진 빈 마을이 나타났다. 강은 이 마을에서 잠시 방향을 잃는다. 강물에 비치는 길손의 물빛 향수. 행방을 잃은 여자의 음영만 짙어가고 파스테르나크의 가죽장화가 밟았던 눈길. 그는 언제나 뒷모 습의 초상화다. 멀어져가는 그의 등에서 무너지는 눈사태의 눈부심. 눈보라가 그치고 모처럼 쏱아지는 햇살마저 하늘의 높이에서 폭포처럼 얼어있다. 우랄의 산줄기를 바라보는 평원에서 물기에 젖은 관능도 마 지막 포옹도 국경도 썰렁한 겨울 풍경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선지피를 흘리는 혁명도 평원을 건너는 늙은 바람도 끝없는 자작나무숲에 지나지 않는다. 시베리아의 광야에서는 지도도 말을 잃어버린다. 아득한 언저리뿐이다. 평원에서 있다는 것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그는 뒷모습이다. 휘어진 눈길의 끝 엷은 썰매소리같은 회한의 이력 아득한 숲의 저켠. 풍경을 거절하는 나도 쓸쓸한 지평선이 되어버리는. 詩/허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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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린       

                                               by 정숙자


                           

                           

                           

                           

                           

                           



                           
                           
                            역린 1 쓰레기장이 아니라면 이렇게 검을 수 있나 악취가 날 수가 있나 믿을만한 구멍 이다지 귀할 수 있나 2 버러지가 아니라면 우리가 이리도 꿈틀꿈틀할 수가 있나 떨어지고 눌리고 까닭 없이 먹힐 수 있나 거꾸로 매달려야만 날개를 틔울 수 있나 3 농가에 태어난 나는 햇살을 봤고 군인가족으로 떠돌며 권력을 봤고 시인이 되어 불명예를 봤다 4 정녕 쓰레기장이 아니라면 이곳이 돌보지 않는 꽃이 그리 솟을 수 있나 풀벌레 울음소리가 뭇 별 속에 섞일 수 있나 5 쓰레기가 아니라면 이곳에 쓰레기장이 아니라면 이곳에 그 누가 함부로 ‘삶’ 따위를 내던졌으랴 6 우리의 육신은-목숨은 분명 신(神)들의 종량제 봉투인 게다 7 (개중엔 나비가 되는 벌레도 있지 하지만 날개를 달았다고 모두가 나비는 아냐 나방이거나 독나방이 더 활개 치는 여기는 오호!) 8 우리가 정녕 쓰레기봉투가 아니라면 무참히 간단히 터질 수 있나 창백한 심장을 안고 하염없이 뒹굴 수 있나 9 용량별 구역별 쓰레기봉투 깊숙이 찌른 독극물 아니었다면 우리의 푸른 하늘이 꺼억꺽 녹을 수 있나 詩/정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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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된 시

                                 

                                by 임창아

                                 


                                 

                                 

                                 

                                 
                                 
                                  선택된 시 오랫동안 시를 썼다 시의 수명은 대체로 짧았으나 멈추지 않았다 한 구절을 위해 낭비한 종이들이 한심하게 책상을 점령하였다 그래도 좋았다 방탕하고 음탕한 낱말들이 좋았다 짝사랑이어도 나는 나를 용서한다 온종일 말꼬리나 잡고 늘어져도 일생을 바칠 만한 놀이 라 생각했다 완전하지 못한 삐거덕거리는 한 문장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저만치 화려한 수식어들이 손짓을 한다 입 없는 화자가 구시렁구시렁 문장과 문장 사이 막다른 골목이 나를 유혹한다 속이 울렁거린다 저 구불구불한 리듬을 타고 가자 내 유일한 파라다이스이자 아름다운 감옥으로, 그래도 좋았다 흥청망청한 낱말을 밟으며 나는 오래 늙어 갈 것이다 생면부지 낱말들이 정면으로 와도 비겁하게 고개 따위 숙이지 않겠다 한 호흡 크게 하고 몸을 낮추었다 태산처럼 높이 낯익은 문장이 걸려 있다 마음은 벌써 공중동작에 들었는데 자판 위의 사정은 여전히 도움닫기다 내 것 아닌 것은 항상 그리운 법 한 문장이 그리웠다 몸살나게 지독한 열병이었다 그러다가 괜찮네, 라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나는 선택된 시가 되었다 詩/임창아
                                       

                                      * 출처 : 퐁당퐁당하늘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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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

                                       

                                      가난한 사랑의 노래        by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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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사랑의 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詩/신경림

                                               

                                             

                                             * 출처 : 퐁당퐁당 하늘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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